【HERI의 눈】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20%, 정부의 야심찬 계획
에너지 전환이 나와 자손에게 실질적 도움돼야 지지
재생에너지 사업에 주민이 쉽게 참여토록 법과 제도 정비를
한 서울시민이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발코니에 소규모 태양전지판을 설치한 뒤 살펴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한 서울시민이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발코니에 소규모 태양전지판을 설치한 뒤 살펴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환경 관련 학계나 시민사회단체, 햇빛발전협동조합에서 주로 쓰는 말이었던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을 공식 사용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 국민소통 태스크 포스'를 만들었고, 지자체, 시민사회단체, 업계, 학계가 참여하는 재생에너지 정책협의회를 열었다. 원자력발전소를 지금부터 60년에 걸쳐서 천천히 줄이고, 발전량의 70%에 이르는 석탄 화력과 원자력을 재생에너지로 천천히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보급은 이에 따라 2030년까지 20%로, 현재의 7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2015년 발전량 기준으로 재생에너지의 비율은 2.8%에 그친다. 폐가스를 포함하면 6.6%이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폐가스를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하지 않는다. 태양광발전소는 2016년까지 13년 동안 약 4.6기가와트(GW)가 보급되었는데, 앞으로 매년 태양광과 풍력을 합하여 3~4기가와트 이상 보급해야 정부가 세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쉽게 말해, 현재 전국의 2000만 가구 중 50만 가구만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면, 앞으로 13년 뒤에는 400만 가구 이상 사용하도록 보급한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산업을 둘러싸고, 한화와 같이 군수 기업으로 출발해 이제 막 태양광 기업으로 변화하려는 움직임, 한국남부발전과 같이 국가 중심으로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다가 기후변화 시대에 맞추어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려는 움직임, 한국전력과 같이 전기를 소매 유통만 하게끔 분리되었다가 다시 국내에서 발전사업을 하겠다는 움직임 등이 나타나고 있다. 편하게 전기를 사용하는 국민은 누진제나 산업용 전기요금과 관련된 이슈 이외에 전체 에너지 시장에서 벌어지는 큰 그림들에 관한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한국의 재생에너지시장은 대기업, 국가 기반 공기업, 국가 위주다.

낙수효과가 말하는 부의 분배가 틀린 논리라는 것은 2015년 국제통화기금(IMF)이 밝힌 바 있다. 이와 비슷하게 대규모 중앙집중형 발전소도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파괴와 핵에너지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발전에 따른 수익을 지역 주민과 국민에게 제대로 분배하지 못한다. 원전 주변 지역사회 지원금이 지역사회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논란이 있지만, 이전 정부들의 일방적인 소통, 지자체의 왜곡된 유치전, 민관협력 부재로 인한 주민 간 갈등, 개인 횡령 등의 사건들이 발생하여 홍역을 치렀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이 그냥 에너지원을 재생에너지로 바꾸기만 하면 사라질까? 지역사회와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재생에너지 정책은 무엇일까?

현재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 논의 중 가장 큰 것은 발전원(發電原) 전환이다. 현재보다 3~4배 이상 노력해야 달성할 수 있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소 도입, 계획입지제도, 한국전력의 발전사업 참여 등 국가적으로 생각해야만 가능한 프로젝트들이 논의되고 있다. 물론 시민참여 방식도 빠지지 않는다. 지난 8월 24일 있었던 ‘제1회 재생에너지 정책협의회’에서 산업부 차관은 “국민 누구나 손쉽게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하거나 유휴부지에 태양광 발전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하고, 사업 혜택이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인해 다소라도 상승할 수밖에 없는 전기요금 구조에서, 국민이 재생에너지 발전소 또한 나와 지역에 도움이 되지 않고 전기요금 오르게 하는 주범으로 여긴다면, 과연 에너지 전환 정책이 성공한 것일까? 재생에너지 산업이 관련 회사 주가를 오르게 하고 투자자들에게만 이익을 안겨주는 산업이라면, 언제든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시장 상황에 따라, 정책 선호도에 따라 외면을 받을 것이다. 에너지 전환 정책이 나와 다음 세대에게 도움이 되는 것과 함께 내 일자리가 되고, 내 소득이 올라가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정부 입장에서도 선거 때 한 표로 이어지는 정책이어야 한다. 새 정부가 말하는 소득주도성장론에 가장 걸맞은 산업군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뉴딜정책이 성공하려면

에너지시장 개편은 에너지 전환이라는 용어로만 그치면 안 되며, 법과 제도 정비가 필수다. 발전원 전환과 함께, 에너지 전환 정책에 개인이나 법인이 참여하기 쉽도록 하는 법 개정, 지방자치단체의 에너지 전환 자체 정책과 현재의 규제 개선, 시민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법인에 관한 각종 지원과 혜택 등이 이뤄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에너지 기본법에 시민이 참여하는 법인이나 개인의 참여가 명문화되어야 하고 지역에너지 기본조례 제정이 의무화되어야 한다.

또한 기획재정부와 연동하여 전국적으로 5년 이내에 에너지협동조합 1,000개를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펼쳐서 전국의 사회적경제 중간지원기관들과 관련 예산이 에너지협동조합을 설립하려는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금융기관의 대출 관련해서도 태양광 발전시설 등 수명이 길고 사후관리가 쉬운 발전시설은 담보가치가 있도록 규정을 고치고 이미 받은 대출에 영향이 없도록 금융위원회와 연동한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

또한 주요 도로나 민가에서 250m~500m 이상 이격거리 유지, 마을 발전기금 납부 등 지자체 요구사항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난개발을 막는다는 취지인데, 타 지역의 사업자가 들어와 이익을 거둬가는 구조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현재 1메가와트(MW) 이상 태양광발전소를 지을 때 해당 발전소로부터 반경 1km 이내에 소재하는 읍?면?동에 1년 이상 주민등록이 돼 있는 주민이 5명 이상 참여하거나, 일정 지분일 경우 가중치를 부여하여 추가이익을 거둘 수 있다. 1MW 설비는 20억 원 이내에 건립이 가능한데, 실제로 이런 재생에너지 설비가 주민의 소유가 되려면, 용량 기준을 낮추거나 거리 규정을 늘리는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

협동조합은 시민이 참여하는 재생에너지 방식의 대표주자다. 앞으로 대기업이나 국가 위주에서 주민, 중소기업, 지역사회 위주의 에너지시장이 꾸려진다면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조합원 300명이 학교 두 곳의 옥상을 빌려 태양광발전소를 짓고 한전에 전기를 판매하는 사업을 하는 협동조합이 있다. 조합원 대부분은 10만원을 출자해 조합원 지위를 얻었다. 사업 초기 위험을 넘긴 협동조합의 경우 조합원들은 매년 3~5% 가까이 출자배당을 받고 있다. 원금은 탈퇴할 때 돌려받을 수 있다. 조합원은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에너지 전환 시대에 걸맞은 능동적인 소비자이자 생산자로 탈바꿈한다.

주민이 소유하고 통제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이처럼 사업에 직접 지분을 출자하는 방식일 수도 있고 재생에너지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지역 에너지공사 또는 지방공기업의 사업에 참여하거나 사업을 감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주민은 에너지 문제의 이해당사자이기에 에너지 문제에 우리가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 기후변화나 에너지 사고로 피해를 보지 않겠다는 입장에서 더 나아가, 개인이 또는 주민이 모여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로 일자리를 얻고 이익을 볼 수 있다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은 더 일찍 찾아올 수 있다.

박규섭 서울시민 햇빛발전협동조합 상임이사 qs.park092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