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하이라이트
핀란드 싱크탱크 시트라(SITRA) 미코 코소넨 소장 인터뷰

정부 재정지원 없는 의회 직속기관
정권교체에 관계없이 장기적 국가전략 수립을 위한 독립적 운영
환경 영향 지표 고려해 기업에 직접 투자하기도

핀란드의 시트라(SITRA)는 독특한 싱크탱크다. 중앙은행이 출연해 연구소를 만들었고, 현재는 핀란드 의회의 감독을 받는다. 2008년부터 시트라를 이끌고 있는 미코 코소넨(Mikko Kosonen) 소장을 김윤태 교수(고려대·사회학)가 방문했다. 미소 코소넨 소장은 제네바대학 비즈니스스쿨 교수를 지냈고 노키아의 최고전략책임자로도 일했다. 인터뷰는 7월 20일 이루어졌으며, 시트라의 설립 목표, 주요 활동과 성과 등 여러 주제들이 논의되었다. 복지국가의 개혁, 재생 에너지와 환경 기술, 지속가능한 경제 등 국가 아젠다를 주도하는 시트라는 한국의 싱크탱크에도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핀란드의 싱크탱크, 시트라의 소장 미코 코소넨을 김윤태 고려대 교수가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핀란드의 싱크탱크, 시트라의 소장 미코 코소넨을 김윤태 고려대 교수가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트라, 정부 출연, 기업 지원 없는 제3의 모델

김윤태(이하 김) 시트라는 어떤 연구소인가?

코소넨(이하 코) 시트라는 1967년 핀란드 독립 50주년을 기념하여 창립됐다. 처음에는 핀란드 중앙은행에서 재원을 조달했고 1991년에 정부의 재정지원 및 감독을 받지 않는 의회 직속기관으로 바뀌었다. 법적 지위는 ‘시트라법: 국가혁신기금법’에 의해 규정되어 있다. 핀란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미래 전략을 수립하고 다양한 연구와 교육 사업이 주요 역할이다.

 시트라에 최초로 재정을 출연한 기관이 정부나 의회가 아니라 중앙은행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중앙은행장이었던 클라우스 바리스 교수가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중앙은행이 출연하여 연구소 기금을 만든 이유는 정부 교체나 정권의 성격과 관계없이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미래 연구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4년마다 교체되고 유권자의 즉각적인 관심과 요구에 영향을 받기에 장기적 국가전략을 수립하기 어렵다. 1990년대 시트라는 핀란드 의회의 감독을 받는 기관으로 변화했지만, 연구소의 자율성이 보장되었기에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는 대기업과 부유한 후원자의 출연을 받고, 독일은 정부가 직접 재정 지원을 한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시트라의 재정 모델은 제3의 모델처럼 보인다. 정부의 재정 지원이나 기업의 출연을 받지 않고도 독립적 운영이 가능한가?

 창립 당시 중앙은행이 주도하여 거액의 기금을 조성했고 운영비는 기금 운영에서 나온 수익금으로만 충당했다. 현재 시트라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가치는 약 8억 유로(약 1조 840억원)다. 이러한 운영 방식 때문에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도 지속가능했으며, 시트라의 독립성,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에너지, 보건, 생명공학 기업에 직접 투자하기도

 시트라는 연구기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정책을 실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떻게 운영하는가?

 시트라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167여명의 직원이 있다. 사회복지와 보건 서비스 개혁, 환경 친화적 산업의 활성화, 지속가능한 경제 등 3대 비전을 실행할 연구와 미래예측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정부 부처 공무원을 교육하는 프로그램, 민간 기관 컨설팅, 세계 각국 연구소와 공동 프로젝트 등도 주요한 활동들이다. 한편 시트라는 환경 영향 지표를 고려하여 30여 개의 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있다. 주로 에너지, 보건, 생명공학, 환경기술 등 분야의 기업들이다.

 시트라의 이러한 노력은 공공 기금의 투자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기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최근 시트라의 주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최근 우리가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은 사회복지, 보건서비스의 개혁과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다. 지속가능한 경제, 웰빙 지표, 교육, 노동의 변화도 중요한 의제다.

 시트라가 가장 강조하는 비전은 ‘순환 경제’다. 구체적 사례를 말해 달라.

 순환경제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대안 경제를 뜻한다. 기업의 운영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다. 영국의 롤스로이스는 제트엔진을 만드는 회사로 유명하지만 더이상 엔진을 팔지 않는다. 그들은 엔진을 임대(리스)하고 사용료를 받는다. 제품 수명기간이 길기 때문에 제조 보다는 서비스 판매에 집중하는 것이다.

여기 시트라의 사무실에 있는 탁자, 의자, 인테리어 제품은 모두 중고품을 활용한 재생 제품이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 경제는 탄소 배출이 없는 경제다. 핀란드는 순환 경제를 위한 장기적인 국가적 로드맵을 제시했고 2017년 헬싱키에서 세계 각국 지도자가 참여하는 ‘세계 순환 경제 포럼’이 개최되기도 했다.

초당적 운영 통한 미래 전략 수립

 시트라의 감독위원회 9명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되는데, 이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정치인이 참여하면 연구소의 독립성이 위협받지 않나?

 감독위원회의 역할은 시트라 소장 임명, 기금 운영 감독 등이다. 감독위원회에 여야 의원이 참여하기 때문에 초당적 운영이 필요하다. 핀란드는 합의를 중시하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고 시트라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6명의 이사회다.

 시트라가 의회의 감독을 받기 때문에, 정당들의 이념과 공약이 다를 경우 갈등이 있을 법하다.

 물론 초당적 운영에서 어려움은 있다. 우리가 탄소 배출 규제를 강조하면 기업과 보수 정당에서 반발한다. 반면에 의료 서비스에서 민간 기업의 역할을 부각시키면 진보 정당에서 비판한다. 그러나 우리는 철저히 초당적, 자율적 운영의 원칙을 지키려 애쓴다. 사업 기획 단계부터 좌우 정당과 긴밀하게 협의하며, 기업과 노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제네바대학 비즈니스스쿨 교수와 노키아의 최고전략책임자로 일했지만 노동조합 간부와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핀란드 의회는 미래위원회라는 상임위원회를 2000년에 설치한 것으로 안다. 의회가 정부와 민간 연구기관과 협력하여 핀란드의 미래 비전을 제안하고 국가의 전략으로 운영한 점이 인상적이다. 왜 핀란드는 미래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

 핀란드는 작은 나라로 인구는 약 550만명에 불과하다. 1917년 독립 전에는 러시아와 독일의 지배와 침략을 받았고 냉전 시대에는 소련의 영향을 받았다. 1991년 소련 붕괴 후 급격한 사회변동을 겪으면서 미래 연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한국도 작은 나라로 외세의 침략을 받은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그리고 짧은 시기에 경제성장을 이루고 정보통신 강국이 된 점도 유사하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도 고령화, 저출산, 청년실업, 환경파괴 등 새로운 위험에 관심이 높다. 시트라의 경험은 많은 시사점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장시간 대화를 나눌 기회를 주어 감사하다.

글·사진 김윤태 고려대 교수/조창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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