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하이라이트
모금 영상 본 현지 반응 어떨까?
“도움 고맙지만 존중하는 태도 보였으면” 지적
개발협력 기관-후원자 손잡고 변해갈 때
지난 8월 네팔을 찾은 ‘시민현장감시단’ 단원들이 주민들에게 모금 영상을 보여주며 의견을 묻고 있다.                                      발전대안 피다 제공
지난 8월 네팔을 찾은 ‘시민현장감시단’ 단원들이 주민들에게 모금 영상을 보여주며 의견을 묻고 있다. 발전대안 피다 제공
“내가 외국 광고에 저렇게 나온다고 생각하면 너무 속상해요.” 맨발에 흙탕물을 퍼서 마시는 아이가 나오는 모금 광고를 본 주민이 말했다. “한국보다 가난하지만 우리도 위생 관념도 있고 좋은 점도 많아요. 돌아가면 우리가 흙탕물 먹으며 살지는 않는다고 꼭 말해주세요.” 주민들은 연신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개발협력 사업과 정책을 모니터링하는 시민단체인 ‘발전대안 피다(이하 피다)’가 만난 현지 주민들의 반응이다. ‘피다’는 2015년부터 3년간 ‘시민현장감시단’을 꾸려 캄보디아, 르완다, 네팔의 개발협력 사업 현장을 찾아 주민을 만났다. ‘피다’의 이재원 팀장은 “개발협력 사업은 세금과 기부금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효과적으로 시행되는지 시민이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현지 주민들은 모금을 위해 그들의 비참함을 과장하는 것을 보고 놀라워했다. 특히 아동의 사진과 가정환경을 보고 선택하는 방식의 일대일 결연에 대한 반응이 거셌다. “아이들의 얼굴, 나이, 가정환경을 공개하고 후원자가 ‘고르는’ 방식인 줄 몰랐다”는 주민이 많았다. “사진까지 공개되면 외모가 마음에 드는 아동이 선택될 것 같다”, “후원자 마음에 드는 아동이 아니라 가장 도움이 필요한 아동에게 도움이 가야 한다”는 반응이었다.

‘피다’의 한재광 대표는 “1970년대 초 외국 시민단체가 덴마크와 캐나다에 가난한 한국 아이를 입양하자고 홍보하자 정부가 이에 항의한 적이 있다”며 “처지가 바뀌었다고 스스로 비판했던 태도를 답습한 셈”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중심의 국제개발 활동가들 역시 이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자극적이고, 단기간 안에 직접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모금 방식에 후원자들이 더 크게 반응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단체 스스로 결단을 내리기 어렵다. 개발협력단체가 변화하기 위해선 후원자들이 먼저 ‘시간이 오래 걸려도 좋으니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을 해 달라, 자극적 모금이 없어도 돕겠다’는 합의와 지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주민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사업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피다’ 활동의 시민현장감시단으로 캄보디아 댐 개발 현장을 방문했던 유영우(63)씨는 “한국이 지원한 댐 건설 사업으로 다른 마을로 이주했지만, 사전협의나 보상이 충분하지 못해 사는 게 더 힘들어졌다는 주민들을 만났다”며 “한국이 성장하면서 겪었던 문제가 캄보디아를 돕는 현장에서 재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주민들은 “도움이 필요하지만, 언제까지나 도움을 받을 수는 없다. 자립하기 위해선 사업 과정에 마을 주민들이 참여해야만 지속 가능하다. 임의로 결정하지 말고 주민들과 논의하면서 진행하자”고 요구했다.

학교 건물을 세운다고 교육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김현주 팀장은 “아이가 정말 글을 읽게 되고, 존중받으며 살 수 있으려면 마을 전체가 변해가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를 설명하고 후원자를 설득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선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sona@hani.co.kr

관련기사: 돕는 이웃된 한국, 좋은 의도가 전부는 아니야



원문보기: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서울에 ‘옥탑방 없다’는 국토부 통계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서 옥탑방 등 53만가구 빠져 있어 ‘주거 빈곤’ 통계청보다 과소추계 고시원·판잣집 등 아예 제외시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옥탑방에서 바라본 전경. 한겨레 DB 국토교통부가 2년마다 조사해 발표하는 주거...

  • admin
  • 2017.09.14
  • 조회수 856

“우리가 늘 흙탕물 마시며 사는 것은 아니에요”

모금 영상 본 현지 반응 어떨까? “도움 고맙지만 존중하는 태도 보였으면” 지적 개발협력 기관-후원자 손잡고 변해갈 때 지난 8월 네팔을 찾은 ‘시민현장감시단’ 단원들이 주민들에게 모금 영상을 보여주며 의견을 묻고 있다...

  • admin
  • 2017.09.14
  • 조회수 705

일의 미래는 ‘탈 노동’일까 ‘몰입 노동’일까?

Weconomy | 이봉현의 책갈피 경제_4차 산업혁명 이후의 일 대한 두 시각 노동 없는 미래, 팀 던럽 지음, 엄성수 옮김/ 비지니스맵 (2016)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 토마스 바셰크 지음, 이재영 옮김/ 열림원 (2014) 작업에...

  • HERI
  • 2017.08.30
  • 조회수 592

한국형 ‘노동(아르바이트) 4.0’ 대화를 시작하자 ②

[HERI 쟁점진단] 4개의 열쇳말로 풀어보는 ‘일의 미래’ ② 일이 변하고 있다. 기술변화, 세계화, 인구변화 등으로 일 자리, 일하는 방식, 고용구조가 바뀌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로봇으로 대표되...

  • HERI
  • 2017.08.30
  • 조회수 500

한국형 ‘노동(아르바이트) 4.0’ 대화를 시작하자 ①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HERI 쟁점진단] 4개의 열쇳말로 풀어보는 ‘일의 미래’ 4차 산업혁명 기술까지 가세해 일에 혁명적 변화 도래 고용 안정, 생활임금 이상, 가정과 양립하는 일이어야 일이 변...

  • admin
  • 2017.08.23
  • 조회수 535

다수결보다는 합의…대안 제시 가능한 공공자문기구로

작게 한겨레·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공동기획 공론화, 성공의 로드맵을 짜자 ④한국형 공론화 모델 만들자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로부터 위촉장 받고 공식 출범했...

  • admin
  • 2017.08.21
  • 조회수 868

“갑질 근절책 속이 다 시원…최저임금 인상 정권교체 실감”

“갑질 근절책 속이 다 시원…최저임금 인상 정권교체 실감”등록 :2017-08-16 21:54수정 :2017-08-17 10:08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문재인 정부 100일_시민 심층좌담 문재인 정부 100일 총평 “가려운 데 ...

  • admin
  • 2017.08.21
  • 조회수 847

개혁정책 찬성 70% 웃돌아…문 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

문재인 정부 100일 여론조사 “국정운영 잘한다” 78.6% “내삶이 나아질 것” 56.6% 문재인 대통령이 8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제공 문재인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부동산 대책과 최저임금 인상, 부유층 증...

  • admin
  • 2017.08.14
  • 조회수 468

일자리·노동정책 진일보…사회적 대화 ‘숙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주최 ‘문재인 정부 100일’ 점검 토론회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등 개선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건 아쉬움 효과 넓히려면 대타협기구 필수 지난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한겨레...

  • admin
  • 2017.08.10
  • 조회수 977

왜 ‘4차 산업혁명’은 한국에서 유난히 요란할까?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Weconomy | 구본권의 디지털 프리즘 서울시내 한 대형서점은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출간된 수많은 국내외 책들을 모아 별도의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란...

  • admin
  • 2017.08.08
  • 조회수 987

전문가 의견만 듣고 결정, 사회 갈등 증폭시켜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공론화, 성공의 로드맵을 짜자 ①과거에서 배우자 국내도 공론화 역사 오래됐지만 기획·진행과정 갈등 겪으며 파행 전문가 “시민 통찰력 등 믿어야” “공론조사 공정성·투명성 ...

  • HERI
  • 2017.08.02
  • 조회수 536

마을공동체와 사회적경제는 어떻게 만날까

마을공동체와 사회적경제는 어떻게 만날까등록 :2017-08-01 10:52수정 :2017-08-01 11:47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HERI 쟁점진단] 마을의 자치역량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원천 규모 커지면 사회적경제 활동과...

  • admin
  • 2017.08.01
  • 조회수 1191

2년전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 실패를 기억하라

공론화, 성공의 로드맵을 짜자 ①과거에서 배우자 “위원들 인식차 너무 커” 난항 내부 갈등 중재도 소홀 편파운영 논란에 탈퇴 비화 “절차적 공정성 확보 부족” 지적 2013년 12월17일 서울 중구 퇴계로에 마련한 사무실에서...

  • HERI
  • 2017.07.31
  • 조회수 465

‘로컬푸드 1번지 완주’의 비결은 튼실한 민관 거버넌스

[사회적기업 10년, 새로운 모색] 두레농장·마을공동체·로컬푸드 등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성공 사례 관이 마중물 붓고 민이 유지·확대 중간지원조직은 가교 역할 ‘톡톡’ ‘사회적경제 1번지 완주’ 목표로 협동경제 생태계 모...

  • HERI
  • 2017.07.27
  • 조회수 466

사회적 경제 ‘중간지원조직’은 민관 협력의 전초기지

광주·서울 등 기초단체까지 활발 사회적 경제 전담부서도 확대 추세 사회적 경제에서 ‘중간지원조직’은 민관의 협력을 이어주는 전초기지다. 지역사회 안에서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앙부처나 지방자치단체를 연결하는 가교...

  • HERI
  • 2017.07.27
  • 조회수 419

문과, 이과 사라지고 통합교육…인문학·코딩 능력 함께 중요

프린트 크게 Weconomy | 구본권의 디지털 프리즘 로봇과 인공지능이 사람의 직무를 대체할 것이라는 직업적 불안이 확산되면서 코딩 교육과 인문학 강화가 대책으로 논의되고 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2010년 아이패드를 선...

  • HERI
  • 2017.07.25
  • 조회수 457

조롱 당한 경비로봇의 역설

작게 언론에서 무엇이 뉴스인지 기준을 설명할 때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아니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다”라는 말이 통용된다. 최근 정보기술 분야에선 로봇이나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내면 뉴스가 된다. 자율주행 승용...

  • HERI
  • 2017.07.25
  • 조회수 421

전기에도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Weconomy | 이봉현의 책갈피 경제 <착한 전기는 가능하다>, 하승수 지음/ 한티재(2015)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어린이들과 정지 버튼을 누르는 행사를 하고 있다. 부산/청와대 사...

  • HERI
  • 2017.07.24
  • 조회수 406

일본 총리도 속인 ‘원전족’, 한국은?

이봉현의 책갈피 경제 착한 전기는 가능하다 하승수 지음/한티재(2015)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뒤 독일 제2공영방송 <체트데에프>(ZDF)는 일본 사회의 어떤 구조적 특성이 이런 참사로 이어졌는지 탐사해 이듬해 다큐멘...

  • HERI
  • 2017.07.21
  • 조회수 414

원전론자의 ‘역습’, 그들이 말하지 않는 5가지

[HERI 쟁점진단] 탈원전에 대한 원전론자의 비판과 반론 발전소는 남아도는데 왜 계속 원전 짓자고 하는가 온실가스냐 원전이냐의 양자택일로 몰아가지 말아야 수출 많이 할 수 있으면 무슨 물건이든 팔아도 되나 시민배심원 ...

  • HERI
  • 2017.07.18
  • 조회수 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