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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누구나 희망을 품어본다 지난 한 해를 고단하게 보낸 국민들은 “내년에는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으면” 하는 기원을 한다. 변수가 많긴 해도 2014년의 경제는 전년 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보여 다행이다.

 

우선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좀 더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는 기쁜 소식이다. 세계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 경제의 전망이 특히 밝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최근 전문가들의 예측을 종합해 소비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서 미국 경제가 2014년 연간 3%대의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재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탄력을 받는 모습은 여러 가지로 확인된다. 지난 3분기에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1%까지 올라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이 내년 1월부터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를 단행하는 것도 이렇게 수치로 확인되는 성장세가 바탕이 됐다. 낙관적인 전망을 반영해서 뉴욕 증시의 주가는 날마다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물론 7%대로 여전히 높은 실업률이 소비확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유럽도 최악의 터널은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분기 이후 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되는 등 실물경제가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다. 유럽 경제위기에서 홀로 버틴 독일이 기관차 노릇을 하는 가운데 이탈리아, 그리스 등에서도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 중앙은행은 경제회복이 확연해 질 때까지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한다는 계획이어서 속도는 느려도 회복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일본은 내년 4월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올리는 것이 복병이지만 돈을 거의 무제한으로 찍어내는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아직은 먹히고 있다. 특히 달러당 125엔 까지 예상되는 엔화 약세 덕분에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이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하반기 들어 유럽연합 등 주요 수출국에 대한 수출이 꾸준히 늘고 내수도 개선되는 모습이다. 시진핑 정부가 2013년은 개혁기조로 국가를 운영하면서 경제가 다소 역동성을 잃는 모습이지만 주요 개혁조처들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새해에도 7% 초반대 성장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컨테이너선.jpg

(수출 화물을 가득 실은 컨테이너선.  한겨레 자료사진)

 

한 마디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이 지나면서 세계 경제가 정신을 가다듬고 성장을 향해 전열을 정비할 정도로 올라섰다고 볼 수 있다. 침체와 위기라는 단어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것에 비하면 훨씬 나은 일임에 틀림없다.

 

이런 예측을 반영해 우리 정부가 내놓은 내년도 경제전망과 정책 방향도 낙관적이다. 정부는 최근 2014년 우리경제가 3.9% 성장 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2년의 2%, 2013년의 2.8%(추정치) 보다 1% 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가 예상한 내년 세계경제성장률 3.6% 보다도 0.3% 포인트 높게 잡았다. 김철주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세계경제 성장세가 확대되고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2010년 이후 4년 만에 세계 성장률을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정부는 민간소비가 올해(1.9%) 보다 크게 개선돼 3.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3년 연속 물가가 1~2%대의 안정세를 보인데다, 가계 흑자율이 2013년 1분기 2.1%, 2분기 1%, 3분기 1.4% 등을 보여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높아졌다는 게 이유다. 설비투자 역시 6.2%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2013년 1.2% 가 줄어들었던데 비하면 강한 투자 회복을 전망했다. 이런 소비와 투자 증가에 힘입어 고용이 45만 명 늘어나리라는 것이 정부의 예상이다.

 

정부의 내년도 경제전망은 ‘장밋빛’ 임이 분명하다. 민간경제연구소는 물론 한국은행, KDI 보다도 성장 전망을 높게 잡아 전망이라기 보다는 “정부가 열심히 하겠다”는 목표치에 가까워 보인다.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를 맞는데다 지방선거가 있는 해여서 국민들에게 본격적인 경기회복 기대감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는 게 사실이다.

 

사실 내년 국내외 경제를 둘러보면 적지 않은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라 글로벌 금융 불안이 재발할 위험이 있고 신흥시장의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경제가 응급실에서 나와 일반 병실로 옮겨지는 국면에서 새로운 쇼크가 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1920년대의 대공황 때도 경제가 잠시 회복되는 듯하다 다시 꺼지기를 반복하며 1940년대 2차 대전으로 이어졌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장관은 지난 11월 <파이낸셜타임즈> 기고에서 “최근 개선된 통계가 발표되고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자 낙관적인 전망이 커지고 있지만, 1990년대 일본에서 보듯 ‘가짜 새벽’이 올 수 있다”며 장기침체가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보편) 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0일 장중 한 때 원-엔 환율이 1천 원 선까지 하락한 것처럼 가팔라지고 있는 엔화 약세가 우리 수출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자동차, 전기·전자, 철강 등 우리 주력 수출품목 대부분은 일본과 경합관계에 있어 엔화 약세의 충격을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여기에 내년 4월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내수 침체를 우려한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서면 엔화약세는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 엔화 약세가 지금부터 시작일 수도 있다.

 

1천조 원에 이른 가계 부채와 높은 청년실업은 정부의 내수 확대 전망에 회의감이 들게 한다. 가계 부채는 지난해에도 30조원 이상 늘어났다. 선진국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디레버리징’(부채축소) 과정을 거쳤지만 우리는 오히려 부채가 증가했다. 부채 총량이 증가해도 가계의 상환능력이 늘어나면 괜찮지만 상환능력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 조사결과 2013년 전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원리금상환액의 비율이 평균 19.5%로 2012년에 비해 2.3% 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소득 1,2 분위(하위 40%)의 원리금상환액 비율이 많이 올랐다.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은행 부실로 이어지고 경기는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체감경기가 나아지지 않는 요인 중에는 좀 체 풀리지 않는 취업난이 있다. 이달 초 발표된 올 11월 취업자는 2553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만8천명 늘었다. 취업자수 증가폭이 14개월 만에 최대치이다. 하지만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은 오히려 0.8% 포인트 올랐다. 한은에 따르면 일을 하지 않거나 교육훈련도 받지 않고 일할 의사도 없는 청년층이 72만4천명에 이른다고 한다. 취업이 안 돼 졸업을 미루다 보니 대학생은 평균 5.79년 만에 졸업하는 걸로 교육부 통계에서 밝혀졌다. 대학이 4년제가 아니라 6년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정부가 내년도 경제운용 방침을 내수활성화 위주로 하고 지표 못지않게 체감경지 회복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은 적절한 것이다. 하지만 규제완화를 통해 성장전략을 추구하겠다는 방침이 확연할 뿐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을 거의 찾기 어렵다는 것은 큰 한계다. 공정하고 공평한 경제 환경이 가장 좋은 성장정책이란 것을 우리 정부가 깨닫는 데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까?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경제커뮤니케이션 박사)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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