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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전탑과 관련해 같은 지면에 실린 두 개의 기사가 눈길을 잡는다. 한국전력이 송전탑 건설을 강행하는 경남 밀양의 주민들은 악이 받쳐 “죽는다”는 말이 입에 붙었다. 그 곳에 시집와 평생을 보냈을 서 아무개(80) 할머니는 경찰에 끌려 나가며 “마, 다 체포해삐라. 하나도 안무섭다. 한 놈 죽이고 내도 죽을란다”고 소리쳤다. 성 아무개(51 여)씨는 “이 억울함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 세상이 뒤집혀 버렸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그 아래 기사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분당에서는 송전선로 지중화를 기념해 잔치를 열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경기도 성남시는 1258억원의 사업비를 한전(45%)과 분담해 분당구 구미동의 송전탑을 철거하고 345kV 송전선로 2.5km를 땅속에 묻는 공사를 최근 마무리했다. 1시간30분 동안 벌어질 잔치에는 주현미 등 유명 연예인도 나오는데, 3000 만원의 예산이 들어간다고 한다. 시 관계자는 “오랜 집단 민원을 해결하고 도시 미관과 분당의 생활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을 기념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으로 가는 송전선로 때문에 시골 마을의 평화가 산산조각 나는데 전기를 주로 쓰는 도시에서는 있는 송전탑도 뽑아내고 잔치를 한다. 우리 사회의 단면은 여기서도 드러난다. 남의 눈물에 공감할 줄 모르고, 나의 편리함이 다른 사람이나 자연에는 고통의 원천일 수 있다는 걸 굳이 생각하지 않으려는 풍조 말이다. 분당 주민들 사이에서 “다른 지역은 송전탑 건설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요.” 라며 자제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그나마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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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7월 브라질을 방문한 교황 프란치스코.  로이터/뉴스1)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세태는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이달 초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에서 일어난 여객선 전복사고는 이를 잘 보여준다. 내전과 핍박을 피해서 또는 가족과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조그만 배에 오른 아프리카 난민 500 여 명 중 364 명이 해변을 불과 800 미터 앞두고 익사했다. 폐선 직전 상태인 배가 고장이났지만 지나가는 어느 선박도 도움을 주려하지 않았다. 해양구조대도 출동하지 않았다. 이탈리아의 배타적 이민법인 피니보씨(Fini-Bossi)에 의거해 처벌을 받을 지 모른다는 것도 이유였다. 다급해진 난민들은 담요를 쌓아 불을 질러 해양구조대의 주의를 끌려 했지만 결국 배 전체로 불이 번져버렸다.

 

500여명이 빠져 허우적 거리는데도 여전히 지나가는 배들은 이들을 외면했다. 근처에 사는 어부 몇이 통통배를 몰고 달려와 필사적으로 건져서 육지로 실어나른 덕분에 그나마 155여명이라도 살아났다. 죽은 사람은 오래 물에 떠있지 못한 여자나 어린이가  대부분이었다. 물에 뛰어든 난민들은 뒤집힌 배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뒤범벅이 됐는데 이 때문에 어부들이 내민 손을 놓치고 눈을 껌벅이며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뒤늦게 천천히 나타난 해양 구조대는 난민구출을 하는 어민들에게 피니보씨 이민법을 설명하면서 난민들에게 떨어질 것을 명령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가는 길에 가장 먼저 당도하게 되는 람페두사에는 1999년부터 아프리카 난민 20여만 명이 당도해 유럽으로 흩어졌다. 그 가운데 2만 여명은 섬의 열악한 수용소에 닿지도 못하고 이번처럼 바다에 빠져 죽어갔다.

 

질주하는 세계화는 물질적인 풍요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우리가 따라가기 힘든 굉음을 내며 인간성을 차츰 증발시킨다. 단정하게 깜박이는 컴퓨터 모니터에서 하루 수조 달러가 오가는 금융시장에는 직장을 잃고 집을 날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은 전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땀이 떨어지는 생산 현장이나 아이의 입속에 밥이 들어가는 실제경제는 추상화돼 이익률이나 당기순이익 같은 숫자로 표시된 경제가 있을 뿐이다. 이런 수치를 좀 나아지게 하기위한 구조조정을 별 다른 주저함 없이 결행하는 것도 그래서 가능하다. 이윤을 좇는 자본은 지구촌을 누비며 욕망을 부풀리고 현재를 위해 후손들이 두고두고 살아갈 삶의 터전을 황폐화한다.

 

아득히 먼 얘기처럼 무감각해졌지만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공감하는 능력이다. 올 3월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관되게 공감과 연대를 강조한다. 방탄차를 밀치고 낡은 타를 차며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을 찾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그의 말은 흐릿한 정신을 일깨우는 ‘죽비소리’가 되고 있다. 교황은 “무관심의 세계화”를 질타한다. 그는 가난과 불평등에 맞서 싸울 것을 촉구하며 “돈이라는 우상을 중심에 놓는 경제 체제가 비극을 불러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람페두사 앞바다의 비극이 벌어진 날 가장 먼저 달려온 것도 프란치스코 교황이었다. 람페두사의 난민 수용소는 사실 지난 7월 교황이 취임 이후 첫 공식방문지로 찾아와 미사를 집전한 곳이기도 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바다에 빠져죽어가는 난민의 비극에 “심장이 가시로 찔리는 듯 고통스럽다” 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안락을 추구하는 문화는 오직 우리 자신만 생각하도록 합니다. 참으로 무관심의 세계화로 이끄는 것입니다....여기 형제, 자매들의 죽음에 누가 애통해하고 있습니까? ... 어린 것을 안고 있는 이 젊은 엄마들을 위해, 가족을 위해 일자리를 찾아 나선 이 남자들을 위해 우리는 어떻게 울어야 하는 지를 잊었습니다. ... 이웃과 함께 하는 ‘고통’ 말입니다. 무관심의 세계화가 우리에게서 슬퍼하는 능력을 제거해 버렸습니다”

 

슬퍼하고 아파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인간을 부르는 유행어가 있다. '사이코패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경제커뮤니케이션 박사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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