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쟁점진단] 
한국택시협동조합, 기사 74명 늘리고도 소득은 월 134만원 증가
사회적경제 통해 일자리의 양과 질, 두 마리 토끼 잡은 모델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은 일자리창출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후 내린 첫 업무 지시도 일자리위원회 설치?운영이었다. 지난달 24일에는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현황판도 설치했다. 일자리의 양과 질을 대표하는 일자리지표 14개, 노동시장과 밀접한 경제지표 4개 등 총 18개 지표로 구성돼 있다. 청와대 누리집(www.president.go.kr)에서도 이 지표를 볼 수 있다. 일자리를 대통령이 나서서 매일 매일 점검하고 국민들에게도 계속 알리겠다는 의지이다.

청와대가 누리집에서 공개한 일자리현황 지표 중 청년실업률
청와대가 누리집에서 공개한 일자리현황 지표 중 청년실업률
통계청의 4월 실업률은 4.2%이다. 특히 청년층 실업률은 11.2%로 1999년 이후 최고치다. 외환위기 시기와 비슷한 상황이다. 특히 청년들의 경우 구직 포기자까지 포함하면 실업률이 40%에 육박하다. 장기 불황 상황에서 실업은 일시적이지 않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단군 이래 처음으로부모보다 못 사는 세대”, “특별 재난 세대”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기업에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앞장서서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이유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은 △돌봄 노동자 등 사회서비스 노동자 34만 명 공공부문 전환,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 및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 직접고용 등으로 30만 개 내외 확충 △소방, 경찰, 교육공무원, 사회복지사 등 17만4000명 추가고용으로 요약된다. 지난달 30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열린 제1차 협업과제 분과위 합동 업무보고도 주요 논의사항은 일자리 창출이였다. 기획재정부, 인사혁신처, 행정자치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의 담당 실·국장이 참석하여 81만개 일자리 창출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본격화했다. 특히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은 17만4000명 추가 고용 중에서 1만2000명은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올해 중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자리 양은 늘리고, 격차는 줄이고, 질을 높인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에서 64만 명에 이르는 공공부문 전환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는 일자리의 양보다는 질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공공기관 등의 ‘비정규직 제로화’에 나서며 기업도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달 3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임시일용직 등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150만원으로,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총액 339만30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임금만이 아니라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차별대우를 받아 비정규직은 ‘2등 국민’으로 취급받기도 한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화답했는 지 SK브로드밴드가 초고속인터넷 및 IPTV 설치·수리기사 5000여명을 자회사 설립을 통해 직접 고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재계에서도 비정규직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다만 고용의 양 문제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밝힌 17만 4000명의 추가 고용 중에서도 올해는 이 중 1만 2천명이 계획되어 있다. 현재 4월 기준 실업자 수 117만 4천명 중 1%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자칫 ‘언 발에 오줌누기’일 수 있다.

한국택시협동조합의 쿱택시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택시협동조합 누리집
한국택시협동조합의 쿱택시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택시협동조합 누리집

사회적경제 활성화로 좋은 일자리 만들기

김진표 위원장이 말했듯이 이 1만2천이란 숫자가 마중물이 되기 위해서 어떠한 정책이 동반되어야 할까? 이에 대한 해법으로 택시협동조합의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서울, 경주, 포항, 대구, 광주에 가면 일반 택시와 다른 샛노란 바탕에 검은색 ‘coop’이라고 적혀진 새로운 택시를 볼 수 있다. 협동조합을 뜻하는 ‘cooperative’의 약자로 협동조합 택시, 쿱 택시이다. 2015년 7월 서울에서 창립한 택시협동조합은 빠르게 확산되었다. 4월 30일 기준 전국적으로 5개의 조합에서 총 477명의 조합원이 309대 운행차량을 보유?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빠르게 확산된 비결로 한국택시협동조합 이경식 이사는 “투명한 회계와 일한만큼 노동자들에게 분배되는 협동조합적 운영구조”를 꼽았다.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 ‘기사가 돈 벌 수 있는 택시’라는 소문이 나며 조합원 문의가 쇄도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과연 얼마만큼 일자리의 양과 질이 달라졌을까? 한국택시협동조합이 인수한 이전 업체와 비교했을 때, 6일 근무 후 하루 휴무에서 5일 근무 후 휴무로 일하는 시간은 한달에 하루정도 줄어든 반면, 평균소득은 오히려 135만원 증가했다. 무엇보다 운행차량이 5대 늘었을 뿐인데 직원수는 74명 많아졌다. 이에 따라 택시의 가동율은 38% 포인트 향상되었다. 효율적으로 일하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었던 원동력은 협동조합만의 독특한 이익 배분방식에 있다. 협동조합은 돈을 많이 투자한 사람이 아니라, 많이 참여하고 일한 사람에게 더 많은 이익을 배분하기 때문이다. 쿱택시 조합원들은 다른 택시회사와 달리 사납금을 따로 내지 않는다. 조합은 연료비·보험료·운영비 등의 비용을 받아가고, 나머지 돈은 대부분 기사가 가져갈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일한만큼 받아가며 그 결과 소득이 증대된다.

또한 한국택시협동조합은 다른 지역에서 택시협동조합이 생겨날 때 인큐베이팅 역할을 해주며 일자리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가장 먼저 타 지역에서 택시협동조합을 설립하기 위해 기존 택시회사를 인수할 때 드는 자금의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하나은행과 협약을 맺어서 인수시 필요한 자금을 3~6개월 대출해주며, 그 동안 모집된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출자금을 냄으로써 택시협동조합의 자본이 마련된다. 조합원은 이렇게 최소 2000~2500만원을 납입해 택시회사의 공동 주인이 된다.

또한 협동조합 택시 운영 노하우도 알려준다. 협동조합의 경쟁력은 자본이 아닌 사람에게 있기에 함께 운영하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조합원들은 사고처리위원회, 교육복지위원회, 인사관리위원회 등에 들어가서 경영에 참여한다. 최석종 운영위원은 “위원회 활동을 통해 조합 운영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며 참여의 폭이 넓어진다”고 했다. 한국택시협동조합은 지역별로 생겨난 택시협동조합과 연합회를 구성해 택시 기사들을 위한 보험·대출 등 공제회 차원의 금융 서비스, 택시 아카데미 등을 모색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서도 이러한 협동조합이 보여주는 일의 양과 질을 높이는 효과에 주목했다. 기획재정부가 1월 발표한 ‘제2차 협동조합 기본계획 (2017년~2019년)’에서도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만 여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면서 스스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사회 기여했다고 보았다. 특히 2015년 협동조합실태조사 결과 협동조합의 취업계수(산출액 10억원의 생산에 유발되는 취업자 수)는 21.4명으로 전체 산업 평균인 6.4명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경제기업 양성을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과 병행하고 있다. 공약집을 통해 “주거, 돌봄, 신재생에너지, 자원순환 등 사회적경제 상품과 서비스, 혁신개발에 국가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입하고 국공립 어린이집 등 공공서비스에 사회적기업이 우선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하겠다”고 했다. 청와대 일자리 수석 산하에 1급인 사회적경제 비서관직이 신설되었다.

사회적경제 일자리 창출 활성화를 위한 자금 조달 방안 모색

사회적경제에 대한 주목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프랑스에서 새로 선출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역시 4월 20일에 쓴 공개 서신을 통해 프랑스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를 16만5천개의 사회연대경제 기업들이 해결할 수 있기에 더 많은 협동조합이 생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2014년 공공, 사회적 및 협동조합 경제에 관해 국제연구정보센터(CIRIEC)가 작성한 ‘EU 사회적경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 27개국의 사회적경제 주체들은 2009∼2010년 기준으로 전체 노동인구의 약 6.5%에 해당하는 1450만여 명을 유급으로 고용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는 총 고용에서 사회적경제 고용 규모가 9.74%로 높을 뿐만 아니라 협동조합 자체만으로도 4.93%를 차지하는 등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 장종익 교수는 대규모 협동조합의 고용창출이 이러한 차별성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협동조합 종업원 수는 1971년에 1.9%에 불과했으나, 2001년에는 5.8%로 증가했다. 대규모 협동조합에 의해 고용된 인원수가 1971년에 3만 5201명에서 2001년에 20만 2759명으로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장교수는 “협동조합이 우리사회의 대안경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탈리아처럼 대규모 노동자협동조합의 고용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했다. 마을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생활상의 불편 해소와 풀뿌리 자치를 실현하느,ㄴ 협동조합과 함께 대규모 고용을 만들어내는 협동조합이 육성되고 성장해야 대안경제로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서 이탈리아의 제도적 환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 교수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는 협동조합 기업이 다른 기업들과 동등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주식 및 채권시장에 접근하여 자본조달을 할 수 있게 제도화가 되어 있다. 특히 협동조합의 정체성 유지와 협동조합의 자본조달 상의 약점을 보완하는데 기여하는 세제 혜택이 제도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기존 협동조합들이 새로운 협동조합의 설립과 발전을 지원하는데 기여하는 상호지원기금을 의무적으로 설립하고 이를 세제혜택과 연계하고 있다.

앞서 택시협동조합의 예를 통해서 살펴보았듯이 성공적인 협동조합 모델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자본조달이다. 기재부의 협동조합 실태조사에서도 협동조합 자본금은 평균 3929만원으로, 2013년 기준 창업기업의 자본금 8804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협동조합의 특성을 고려한 금융 정책이 부족하고 기존의 자금조달 제도의 실효성도 부족한 실정이다. 2015년 9월 기준 협동조합 보증제도 활용 실적은 총 178건, 52억7천만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기재부에서도 한국에 맞는 협동조합 금융모델 개발 등 외부자금조달 활성화를 위해 중장기 협동조합금융 전략방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주도하는 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가 발족했다. 2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해 주거, 환경, 보육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금융 사업에 나선다. 7월까지 유한회사 법인인 한국임팩트금융(IFK)을 설립하고, 그 밑에 사모펀드운용사인 임팩트캐피털코리아(ICK)와 재단법인 한국사회투자를 두는 형식으로 조직을 운용할 예정이다.

노동조합에서도 사회투자기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2016년 9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사회연대교육실에서 조합원 1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노동조합이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하고 주민자치활동에 참여하는 등의 사회연대 실천사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68.6%가 동의했으며, 이중 매우 필요하다는 의견도 13.7%였다. 또한 사회연대기금 조성시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52.8%로 절반을 넘었다. 특히 연간 10만원 이상 부담하겠다는 조합원이 33.1%였다. 한석호 사회연대위원회 위원장은 “노동조합에서도 조합과 지역사회의 관계, 조합원들의 퇴직 이후의 다양한 활동 차원에서 사회적경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의 누적 기금을 원금 손실없이 사회주택 등 사회적경제의 다양한 곳에 사회적 투자 방식으로 활용할 경우 노동조합과 사회적경제의 상생을 도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자리는 경제적 수단일 뿐 아니라 삶이고 복지이다. 일을 통해 사회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느끼고 자아를 실현하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는 일자리 창출에 능할 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에도 효과적이다. 정부의 마중물이 제 힘을 발휘하기 위해 사회적경제와 결합되어야하는 이유이다. 사회적금융,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등 정부와 민간에서의 여러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주수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jusuwon@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