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회
협동조합의 성장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창업자금이 부족한 초기 협동조합에 대한 사업역량 개발과 연계된 금융 지원과 외부 자금 조달을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사진은 택시기사들이 출자해 만든 한국택시협동조합의 모습이다. 강재훈 선임기자 <A href=khan@hani.co.kr">
협동조합의 성장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창업자금이 부족한 초기 협동조합에 대한 사업역량 개발과 연계된 금융 지원과 외부 자금 조달을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사진은 택시기사들이 출자해 만든 한국택시협동조합의 모습이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생존율, 일반사업자보다 높지만
자금조달 창구는 훨씬 좁아
중견 생협조차 금융활동 제약

조합원 출자에만 의존하기엔 한계
도입 6년 공제사업도 시행 못해
정부가 법·제도 개선 적극 나서야
협동조합은 흔히 자본이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자본을 고용하는 조직형태로 불린다. 자본이 중심이 되기보다는 사람들로 조직되고 또 ‘1인1표’의 민주적 운영원리가 작동하는 협동조합의 세계도 지금 ‘돈의 고통’이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른바 ‘자본을 고용’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2013년에 펴낸 <협동조합 10년을 위한 청사진>에서 협동조합의 주요 과제로 ‘자본’의 문제를 들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지 만 3년이 지난 지금 9000여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돼 있다. 조만간 협동조합 1만개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양적 수치만큼 질적으로 탄탄한 성장을 이뤘을까? 기획재정부에서 조사한 ‘2015년 협동조합 실태조사’를 보면 기업생존율은 매우 높다. 3년 생존율의 경우, 일반협동조합은 93.1%로 소상공인(66.3%)이나 2인 이상 일반기업(51.7%)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자영업자 생존율(16.4%)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수치이다. 물론 협동조합은 운영 원리가, 오직 이익에만 몰두하는 일반 사기업이나 소상공인과 다르므로 일반적으로 생존율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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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재무 상태를 들여다보면 아직 규모의 영세성을 여전히 면치 못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평균 자산은 5577만원으로 소상공인(1억6226만원), 중소기업청 창업기업(1억6364만원)의 3분의 1에 그친다. 물론 협동조합의 유형과 업종에 따라 굳이 많은 자산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같은 업종을 영위하는 여러 사업자가 한데 모인 협회 성격의 사업자협동조합, 대규모 시설 투자가 필요하지 않은 교육서비스업 등이 그 예다.

그렇지만 설립만 했을 뿐 창업자금의 영세성으로 인해 사업은 실제로 영위하지 못하고 있는 협동조합도 적지 않다. 사업자금은 혈액과도 같다. 혈액이 모자라거나 잘 흐르지 않으면 빈혈이나 동맥경화에 걸리기 십상이다. 협동조합 역시 사업체로서 사업의 운영과 성장을 위해 충분한 수준의 창업자금과 운영자산이 필수적이다.

자본의 문제는 설립 초기인 협동조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연간 매출액 1조7억원에 달하는, 이미 수십년에 걸쳐 지속 성장해온 생협도 자본 조달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생협은 ‘건강한 우리 농산물 살리기’라는 가치로 생산에서 가공, 유통, 소비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을 연결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의 자산과 운영자금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신규사업을 위한 투자나 농산물 수매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기 쉽지 않다. 그 요인은 생협 내부의 취약성에서 비롯된다기보다는 협동조합 금융을 둘러싼 제도적·정책적 노력의 부재 탓이 크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협동조합 대출을 심사할 때 협동조합 내부 출자금을 관행적으로 자본이 아니라 부채로 인식한다. 이에 따라 협동조합 부채비율이 높아져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난해 일부 생협에서 신규 시설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조합원들로부터 차입해온 기존 방식을 둘러싸고 일각에서 유사수신행위에 해당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불법은 아니지만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아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도 금융감독원도 조합원들로부터의 내부 차입에 대한 제도적 근거와 절차를 마련하지는 않고 있다. 협동조합마다 당면한 금융상의 애로를 해소하려는 정책적 노력을 찾아보기 힘든 셈이다. 2010년에는 생협법이 개정돼 조합원들을 상대로 한, 넓은 의미에서 보험금융에 해당되는 공제사업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제사업 근거를 6년째 마련하지 않고 있어 실제 시행은 아직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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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이므로 조합원들의 출자금이 1차 자본을 형성하는 게 원리상 자연스럽다. 하지만 사업에 드는 모든 자본을 조합원의 직접 출자로만 충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재무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선이라면 ‘부채’ 역시 사업 확장과 자금 유동성 측면에 있어 불가결하다. 그러나 협동조합 금융 조달과 관련된 현행 제도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사실상 ‘조합원 출자금으로만 사업을 하라’고 제한하고 있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협동조합의 사업 성장 단계에 따라 금융상의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초기 단계에서는 금융이 단순 자금 조달보다는 내부 사업역량 개발 구실을 해야 한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은 “협동조합 외부 금융 지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농협과 신협 등 상호금융이 우호적인 대출을 해줄 수 있기 위해선 우선 협동조합 스스로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때로는 사업역량 개발을 협동조합 금융이 이끌기도 한다. 실제로 스페인 협동조합의 요람인 몬드라곤 발전의 원동력이 된 노동인민금고의 경우, 협동조합 설립자금을 지원하는 동시에 기술·경영컨설팅도 함께 해왔다. 한국에서도 이런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 유영우 논골신협(서울 성동구) 이사장은 “지역단위 신협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연계해 협동조합의 운영지원 및 교육, 컨설팅까지 연계된 종합 금융지원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과 지방자치단체 등 지역조성 기금이 견인할 수도 있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조성해온 사회투자기금을 투입해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 경제의 마중물 구실을 해왔다.

물론 협동조합 일각에서 외부 자본 조달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한다. 자칫 바깥에서 ‘부채’로 들여온 자본이 협동조합 내부의 경영 독립성과 민주적 운영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중론을 넘어, 외부 자본 조달은 협동조합의 지속 성장과 발전을 위한 조건이란 측면에서 협동조합마다 외면할 수 없는 과제임에 틀림없다. 문진수 한국사회적금융연구원장은 “현실적으로 협동조합 금융을 둘러싼 실천적 논의들이 이뤄져야 할 때다. 지금은 협동조합 금융지원 체계가 전무한 상태”라고 말했다. 장종익 교수(한신대)도 협동조합 자금 조달의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부 조달만 해도 출자금뿐 아니라 조합원으로부터의 차입,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채권 발행, 협동조합들이 공동적립한 연대기금으로부터의 차입 등 다양한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장 교수는 이런 대안적 방안들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수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socialeco@hani.co.kr



등록: 2016-03-06 20:24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335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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