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충북 괴산자연드림파크에 위치한 ㈜해피푸르츠 공방 안 견학 통로를 따라 조합원 자녀들이 투명창 너머 생산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1. 충북 괴산자연드림파크에 위치한 ㈜해피푸르츠 공방 안 견학 통로를 따라 조합원 자녀들이 투명창 너머 생산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생활협동조합 조합원수가 2014년 10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의 2%, 전체 가구수의 5.7%를 차지하는 수치다. 이들의 연간 매출액은 1조7억원에 달한다. 협동조합 전문가들은 매출 1조원 클럽에 이를 정도로 놀라운 성장을 해온 요인 중 하나로 조합원의 참여와 끊임없는 교육을 꼽는다. 교육이라고 하면 흔히 강의실 교육을 떠올릴 테지만 협동조합에서의 교육은 좀더 범위가 넓다. 협동조합에서 교육은 사업과 분리되지 않으며, 소비자 조합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아이쿱생협의 생산공장이 모인 산업단지인 ‘괴산자연드림파크’(충북 괴산군 일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도 소비자 조합원의 참여와 교육이 설계의 중요한 원칙으로 세워졌다.

협동조합 공방들 ‘괴산자연드림파크’
공장이 견학·체험하는 ‘공방’으로
‘소비자 조합원’ 참여로 생협 성장

■ 공장 천장이 높은 이유?

2. 아이쿱생협 조합원 가족이 괴산자연드림파크에서 유채유를 생산하는 체험을 하고 있다. 아이쿱생협 제공
2. 아이쿱생협 조합원 가족이 괴산자연드림파크에서 유채유를 생산하는 체험을 하고 있다. 아이쿱생협 제공
“음료생산공장치고는 천장이 많이 높죠?” 2014년 11월 음료·도정공장 준공을 시작으로 여전히 조성중에 있는 괴산자연드림파크 2단지에 입주한 해피푸르츠 박동호 대표가 1월21일 한창 공장 시설을 안내해주던 중 갑자기 던진 질문이다. 협동조합이 지은 공장이어서 공장 같지 않게 예쁜 외관을 지녔구나 생각했는데 질문을 듣고 보니 층고 11.70m로 유난히 높게 건물을 지은 특별한 이유가 궁금했다. ‘기계 배치와 동선을 고려해 공간 사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할 곳인데….’

박 대표는 이유를 알려주겠다며 공장 바깥으로 나가 위층으로 올라갔다. 넓은 데크와 테라스가 있는 쉼터 공간을 지나 높이의 비밀이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전체 설비와 생산 현장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소비자들을 위한 공간. 오로지 이 공간 마련을 위해 일반 음료생산공장보다 더 높게 지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제품 패널과 포토존, 시식할 수 있는 코너까지 다채롭게 구성돼 있었다.

단체견학을 위해 홍보물을 제작하거나 기념품을 제공하는 경우는 있으나 공장의 설계 자체를 소비자 견학을 위해 한 경우는 흔치 않다. 주로 소비자 마케팅 목적으로 다른 업체에서 벤치마킹해 견학 공간을 마련하려다 멈추기도 했다. 나중에 다시 검토해보니 공장에 불필요한 시설 등이 비용 대비 효과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 대표는 이 비용을 기꺼이 떠안았다. 비단 이 공장만이 아니다. 괴산자연드림파크 내의 다른 공방들도 모두 생산 과정을 견학하면서 크고 작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이를테면 압착 유채유 공방에서는 직접 유채유를 만들어보는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다.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해 체험할 수 있다. 그래서 이름도 산업단지가 아니라 ‘파크’다. 더불어 ‘공장’ 대신 장인정신이 깃든 ‘공방’이라 부른다.

■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꾸는 꿈

소비자들을 위해 추가 비용을 들이고, 파크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협동조합의 특성 때문이다. 즉 견학 체험 시설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여기는 협동조합의 힘에는 ‘소비자 조합원’의 참여가 생산의 원동력이 되는 협동조합의 독특한 경영 원리가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 박 대표는 “소비자 조합원들이 있었기에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부터 건강한 먹거리 식품 사업을 해왔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2000년 중반 음료가공공장 설립을 준비했다. 문제는 설비를 위한 110억원의 자본이었다. 지역전략식품산업육성사업으로 선정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21억원을 지원받았지만 나머지 자본 조달이 문제였다. 꿈을 가능케 한 건 소비자 조합원들의 참여로 구성된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의 자본이었다. 생협 조합원들이 소비하는 건강한 먹거리는 조합원 자신들의 힘으로 생산해야 한다는 의식이 투자로 이어졌다.

조합원들의 경제적 참여는 비단 자본 투입만이 아니라 적극적인 소비로 이어졌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할 정도의 소비가 전제되지 않는 한 독자적인 음료가공공장 운영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유기농 과즙음료 ‘한모금’ 시리즈의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공장 착수가 본격화되었다. 2014년 11월 문을 열어 1년간 1500만팩을 생산했고, 올해는 2500만팩 소비를 예상하고 있다. 조합원만을 위한 상품을 생산하다 보니 조합원의 적극적인 소비가 회사의 성장과 직결된다. 이는 사업가 박 대표가 소비자 조합원들의 방문을 기뻐하고, 조합원에 대한 정보 제공과 교육을 그 누구보다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체 터 23만5706㎡의 괴산자연드림파크 2단지에 들어선 8개 공방들은 이처럼 소비자 조합원들의 참여로부터 만들어졌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소비자 조합원들은 언제든 와서 생산 과정을 볼 수 있고, 아이들과 함께 우리 음식과 유기농 식품을 체험할 수 있다. 이는 다시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미래 세대 조합원들을 만들어낸다. 게다가 단지 내 공방만이 아니라 지역 농가 소득도 늘려줌으로써 지역경제를 풍요롭게 한다. 이는 괴산보다 먼저 2014년 초에 들어선 14만9336㎡ 터의 구례자연드림파크에서 증명된 것이기도 하다. 구례파크는 협동조합 관련 15개 생산법인이 19개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는 친환경 식품가공 클러스터 단지로, 영화관, 체험관, 친환경 먹거리 식당 등이 함께 들어선 복합 문화공간이다. 총 679억원을 들여 450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고, 오픈 이후 방문객이 12만여명에 이른다.

■ 조합원들의 참여와 교육은 성장의 원동력

소비자 조합원들의 참여가 생협의 경제적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가 낸 ‘2015년 아이쿱생협 조합원의 소비생활과 의식에 관한 조사’를 보면 생산지 방문 등 다양한 생협활동 참여와 월평균 물품구입비 사이에 양(+)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조사를 진행했던 손범규 당시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연구원이 2012년 61개 지역생협을 분석한 결과 사업과 조합원 참여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생협일수록 재무적인 측면이든 조합원수 증가 같은 조직적인 면에서든 모두 성과가 높았다.

협동조합이 조합원 교육에 적극적이고, 공장 구조를 바꾸면서까지 조합원 참여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하는 건 단순히 협동조합의 가치 때문만은 아니다. 협동조합의 매출 등 비즈니스 사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참여가 미치는 영향이 실증적으로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얼굴 없는 생산자들이 만든 대량상품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소비자와 관계를 맺는 생산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 곧 “생산이 새로운 소비를 이끌고 소비가 생산을 바꿔내는” 한 사례를 자연드림파크는 보여주고 있다.

주수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socialeco@hani.co.kr



등록: 2016-01-31 20:39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2871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