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회
서울 관악구청과 관악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가 ‘서울시 사회적 경제 예비특구 준비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한 ‘서로돌봄허브’ 공간. ‘공동체육아’의 플랫폼으로서 역할이 기대된다.   관악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제공
서울 관악구청과 관악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가 ‘서울시 사회적 경제 예비특구 준비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한 ‘서로돌봄허브’ 공간. ‘공동체육아’의 플랫폼으로서 역할이 기대된다. 관악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제공
지난 10월 말 민간어린이집의 집단 휴원을 예보하는 기사가 보도됐다. 전면 휴원 사태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이럴 때마다 맞벌이 부부들은 마음을 졸인다. 당장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구해야 하며, 여의치 않으면 갑작스레 휴가를 내야 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서울 관악구 ‘아이 키우는 돌봄사업’
공동육아 대신 ‘공동체육아’ 제안
보육해결 역량 가진 지역자원 발굴

관악·광진·노원·마포·성동·성북구 선정
외부자본 유치하는 지역발전에서 탈피
지역사회 협력 통해 선순환 꾀해

민간어린이집 휴원 사태 논란의 배경엔 정부의 보육정책, 누리과정 예산의 지원 문제가 깔려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0~5살 보육 및 유아교육 국가완전책임제 실현’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지만, 임기 첫해부터 지금까지 예산편성의 책임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시·도교육청의 보육예산 역시 바닥을 드러내며, 이로 인한 피해는 늘 운영비 부족에 시달리는 일선 기관과 부모들이 고스란히 부담하는 구조다.

이뿐만 아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학대하고 차량 안전사고가 일어나고 보조금을 착복하는 등의 소식이 들릴 때마다 부모들은 불안과 분노에 떤다. 무상보육 정책으로 어린이집 이용이 가파르게 증가한 반면 공급은 부족하고, 정부 지원금이 유입되다 보니 어린이집이 하나의 사업모델이 되어버린 실정이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어린이집은 소수지만,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내기는 어렵다.

불안에 떨기보다 지역보육 경험을 가진 단체들이 쌓아온 지역사회 공동체의 역량과 주민 스스로의 참여로 보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경제’가 나서고 있다. 지난 8월 관악구는 ‘마을이 아이를 키우는 돌봄 사업’을 주제로, 서울시가 지정하는 ‘서울시 사회적 경제 예비특구’로 선정됐다.

실제 관악구의 영유아복지는 뒷걸음질하고 있었다. 2014년 말 취약계층의 영유아를 돌보던 ‘시소와 그네 영유아통합지원센터’가 복지예산 부족을 이유로 폐쇄되면서 관악구 내 400여 취약계층 가정이 다시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렸다. 관악구에서 현재 운영중인 보육시설 정원의 규모는 구 전체 5살 이하 영유아 인구 대비 56% 수준이며, 국공립 어린이집 정원은 15%에 머물러 있다. 보육교사 1인당 아동 수는 6.8명으로 서울시 평균(6.5명)보다 높다.

관악구는 이미 20여년 전부터 ‘공동육아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방식으로 스스로 보육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공동육아협동조합이 아직 하나도 없다. 구명숙 관악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은 “공동육아의 장점이 널리 알려지고 있지만, 부모들의 경제력과 시간, 거기에 정서적 여유까지 보태져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관악의 지역 상황을 살펴보면 저소득층 비율이 높고 맞벌이 가구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공동육아 방식이 아닌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며 ‘공동체육아’ 방식의 일명 ‘서로돌봄 시비(CB·커뮤니티비즈니스)’를 제안했다.

‘공동육아’ 방식은 품을 낼 수 있는 부모의 자녀만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아이를 가진 부모로 한정된 모임 속에서 보육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지역사회 차원의 보육 문제를 개선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게 구 센터장의 진단이다. 반면 ‘서로돌봄 시비’는 부모와 교사, 정부와 지자체, 지역사회가 함께 만나는 플랫폼으로서 사회적 협동조합을 구상하고 있다. 지역 내 보육 문제 해결에 대한 동기와 역량을 가진 개인과 그룹을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과 교육을 통해 발굴하고, 이렇게 발굴된 주체들이 관내 신설될 예정인 국공립 어린이집을 위탁받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예산과 기본 인프라를 지자체를 통해 매칭하고, 지역사회의 주민과 단체가 결합한 지역사회 공동체형 사회적 협동조합이 운영된다. 이어 관악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등 사회적 경제 조직이 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함께 작동하는 구조다. 기존 개인이나 법인 위주의 보육위탁 방식은 지역사회와의 결속력이 약할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구조로 정착되기도 어렵다.

다만 이 같은 공동체육아가 가능한지는 지역사회 차원의 사회적 자산이 얼마나 쌓여 있는지에 달려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해체가정을 돌보기 위한 지역아동센터가 관악구에 30개가 이미 만들어져 있다. 게다가 행정예산에 줄서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애써온 다양한 단체들은 사회적 경제 방식의 문제 해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지역사회 역량은 서로돌봄 시비의 핵심 자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행복중심서울생협 중심 육아공동체 모임 ‘다행’(엄마도 아이도 다 같이 행복한)을 비롯해 품앗이 육아와 책을 함께 읽는 모임 ‘어울키움’(어울려서 같이 키운다), 관악자활기관에서 파견돌봄의 경험을 지닌 ‘돌봄교사팀’ 등이 서울시 사회적 경제 예비특구 준비사업의 시범사업으로 가동중이다.

그간 지자체들은 외부로부터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부지를 저렴하게 제공하고, 세금을 감면해주는 등의 정책으로 지역발전을 도모해왔다. 큰 기업이 들어오면 지역주민을 노동자로 채용하고, 연관산업과 상권이 조성되고, 지역사회 주민의 소득이 증대되면 소비 역시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나 기관 대부분 지역의제엔 관심이 없고, 지역사회와의 연결고리 역시 약하다. 만약 해당 기업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거나 철수를 선언하면 지역사회를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다.

반면, 지역의 문제를 지역사회의 협력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 경제 방식의 지역 발전은 ‘서울시 사회적 경제 특구’ 방식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지역 의제를 해결하는 맞춤형 사회적 경제의 주체를 발굴하고, 시민참여형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다는 취지다. 이 특구는 구별로 지역 여건에 특화한 사업을 심사·선정해 서울시 예산으로 지원해주는 사업으로, 지난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의 준비사업 기간을 거친 뒤 심사를 통해 3년간 총 5억원(1년차 1억, 2년차 2억, 3년차 2억)을 지원하게 된다. 관악구를 비롯해 성동구 ‘소셜패션 생태계 구축’, 성북구 ‘도시재생을 융합한 사회서비스센터 설립’, 마포구 ‘문화예술 관광·체험 비즈니스 모델 개발’, 광진구 ‘돌봄서비스 토털사업 개발’, 노원구 ‘자원순환, 청소년, 노인 돌봄 사업’ 등 6개 자치구가 사회적 경제 예비특구 준비 사업에 선정됐다.

2011년 말, 서울시와 사회적 경제 섹터의 각종 주체들은 과거 개별 사회적 경제 기업의 양적 확충에 주력했던 전략에서 ‘사회적 경제 조직 간 협동경제 기반 구축 및 민관 거버넌스 내실화, 경제공동체의 공유자산 형성을 촉진하는 생태계 조성’으로의 전략 전환에 합의한 바 있다. 2009년 시작된 서울형 (예비) 사회적 기업 육성 정책의 경우 예산의 90% 이상을 인건비 등의 명목으로 개별 기업 단위로 지원했다. 반면, 현재는 지원 예산의 49%가 개별 기업을 넘어 자치구 협업공간 조성이나 지원 인프라 구축 등 간접지원 성격으로 전환되고 있다. 사업비 역시 특정 개별 조직보다는 협업사업에 지원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지역사회 구성원이 민주적으로 생계와 활력을 공급하는 기업을 소유·운영하게 되면 지역사회로부터 이득을 취해 외부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지역사회로 흘러들어 순환하게 된다. 관악구 등 서울의 6개 사회적 경제 특구는 사회적 경제 방식으로 지역 의제를 해결하고 주민의 삶과 유리되지 않는 지역 발전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독특한 새로운 ‘특구’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gobogi@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206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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