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회

[경제의 창] 더 나은 사회

‘임팩트 기부’ 어떻게 운영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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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가나의 마을기업 여성바구니협동조합 조합원들이 바구니를 제작하고 있다 재료비가 부족한 이들에게 더브릿지의 임팩트 기부금은 큰 도움이 되었다. 더브릿지 제공


경기도 파주에 사는 송지연(35)씨는 지난해 8월 아프리카 가나에 있는 여성바구니협동조합에 1만원을 기부했다. 6개월이 지난 올해 2월 기부했던 1만원의 절반인 5000원이 포인트로 환급됐다. 송씨는 환급받은 5000포인트를 다시 필리핀 지역의 채소도매상 아나니아에게 기부했다. 아나니아는 지역 농민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유통관계를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한번 기부한 돈을 되돌려받아 다른 곳에 다시 기부한다? 비영리단체 더브릿지는 이른바 ‘임팩트 기부’ 모델을 국내에 처음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더브릿지는 시민들에게 크라우드펀딩(불특정 다수로부터 모금) 방식으로 기부금을 조성해 아시아·아프리카 개발도상국의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에 투자하는 조직이다. 임팩트 기부는 크라우드펀딩과 기부, 사회목적투자(임팩트 투자), 마이크로파이낸스(소액대출)의 장점을 두루 결합한 새로운 투자 모델이다.

작동 방식은 이렇다. 더브릿지는 사회 혁신에 관심있는 블특정 시민들로부터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형편껏 소액을 기부받아 일정 규모의 자금(임팩트 기부금)을 조성한다. 기부자는 자신이 기부하는 대상과 사업을 직접 지정한다. 더브릿지는 이를 ‘임팩트 기부금’이라 부른다. 기부금 전액은 개발도상국의 소셜벤처 등에 투자(사회목적투자)한다. 보통 한번에 200만~500만원의 기부금을 모아 투자를 진행하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다른 자선기금이나 사회목적투자기금에 비해 적은 규모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충분히 유용한 금액이다. 실제 미얀마에서는 학교 교사 1명의 평균 월급이 우리나라 돈으로 약 12만~13만원 안팎으로, 우리돈 200만원 정도면 탄탄한 사업자금이 되기에 부족하지 않다.

투자금 회수는 투자 대상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 등을 고려해 상환 기간과 상환율을 정한다. 상환기간 동안은 이자를 받지 않는다. 만약 투자 대상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는 크지만 100% 상환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일부는 순수한 기부금으로 전달한다. 환경·보건·에너지·고용·인권·교육 등의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투자 대상을 선정한다. 투자금이 상환되면, 이 중 절반을 기부자에게 포인트로 환급하고, 나머지 50%는 일부 송금수수료와 운영비 등을 제외한 뒤 ‘더브릿지펀드’로 다시 편입해 또 다른 임팩트 기부나 사회목적투자의 재원으로 활용한다.

비영리단체 ‘더브릿지’
크라우드펀딩으로 기부금 모아
개도국 대상 사회목적투자
회수 투자금 포인트로 돌려주면
다른 사업에 기부 선순환 구조
송금수수료·기부영수증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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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바구니협동조합에서 판매하는 바구니 제품. 더브릿지 제공
더브릿지는 지난해 2월 미얀마의 공정무역 카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2개 조직에 임팩트 기부를 진행했고, 이 가운데 2곳에서 투자금을 상환했다. 올해 2월 투자금을 모두 상환한 아프리카 가나의 여성바구니협동조합은 여성을 고용해 바구니를 만들어 파는 협동조합 형태의 마을기업이다. 경제활동을 통한 교육과 여성 인권 향상이 목적이다. 이곳에서 만드는 바구니는 시장에서 꽤 인기가 있지만 재료비 부족에 시달렸다. 더브릿지는 지난해 6~8월 시민들에게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해 모두 249만원의 임팩트 기부금을 조성해 전달했다. 재원을 확보한 여성바구니협동조합은 질 좋은 재료를 구매해 마을 여성들을 더 고용했고 생산 체계도 정비했다. 임팩트 기부금을 받은 지 석달 만인 지난해 11월에 전체 금액의 54.5%를 갚았고, 올해 2월 나머지 금액을 모두 갚았다. 이곳에 기부한 임팩트 기부자들 모두 기부한 금액의 50%에 달하는 포인트를 환급받았다. 기부자는 환급 포인트를 현금으로 전환할 수 없지만, 포인트를 이용해 다른 곳에 자유롭게 재기부할 수 있다.

만약 임팩트 기부로 투자금을 받은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이 실패해 투자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시민들은 기부의 개념으로 접근한 것이기에 ‘순수히 기부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더브릿지는 임팩트 기부의 주된 목적이 투자 대상의 ‘자립’이었기에 그들이 실패하지 않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들도 있다. 우선 형식상 투자 송금이어서 10%가 넘는 송금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한푼 두푼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은 임팩트 기부금을 조금이라도 더 보낼 수 있도록 더브릿지는 비트코인이나 핀테크를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중이다. 국내 기부자들에게 기부금 영수증을 줄 수 있도록 법적 문제도 풀어나가는 중이다. 기부금을 해외로 투자해 다시 돌려받는 형태에 대한 법적 개념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호응은 매우 좋다. 1만원 단위의 크게 부담되지 않는 금액과 다른 나라의 다양한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 등의 현황을 보며 직접 원하는 곳에 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기부한 금액이 환경이나 고용, 인권 등 사회적 가치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더브릿지의 분석을 받아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다.

임팩트 기부금은 정부나 글로벌 기업의 공적 원조와는 성격이 다르다. 자본의 규모 차이도 있지만 공적 원조는 보통 최빈층에 지원이 집중되거나 규모가 큰 인프라 사업에 투자되기 때문에 현지의 일반 시민들은 직접적으로 영향을 느끼기 어렵다. 임팩트 기부는 서민에서 중산층까지 현지 일반 시민들이 사회에 변화를 줄 수 있는 프로젝트와 사업을 할 때 유용한 모델이다. 황진솔 더브릿지 대표는 “개도국의 평범한 시민들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을 때 필요한 자금을 우리나라의 평범한 시민들이 지원하고 응원할 수 있는 모델이다. 우리에게는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삶이 바뀔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y.yang@hani.co.kr                         등록 : 2015.03.29 19:44

사회목적투자(임팩트 투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다. 주로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에 투자하며 사회적 성과를 투자 성과에 고려한다.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844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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