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회
인터뷰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최소삶 보장 위해 ‘108조 증세’
기존 현금성 복지제도 통합하고
국민 설득해 종합소득세 올려야
국회 기본소득 관련법 발의할 것

지난 16일 오전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한국 사회 왜 기본소득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16일 오전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한국 사회 왜 기본소득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당신이 누구든, 모두에게 매월 60만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블로그 누리집 메인창에서 볼 수 있는 첫 구절이다. 기본소득당은 ‘기본소득’이라는 단일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국내 첫 ‘원 이슈’ 정당이다. 1990년생인 용 의원은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의 여성 정치인이다. 총선 전 더불어민주당이 소수정당과 손잡고 만든 비례대표 선거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5번으로 당선했고, 합의에 따라 원래 소속 정당으로 복당했다. 용 의원은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시대에 기본소득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국가기본소득위원회나 공론화위원회 설치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왜 60만원인가?


“지난해 정부가 고시한 기초생활수급자 1인 가구의 생계급여인 52만8천원을 기준으로 했다. 정부가 정한 최소한의 삶의 조건을 영위할 수 있는 소득 수준이다. 최소한 이보다는 많아야 한다고 보고 6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를 기준으로 인간다운 삶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지 논의를 시작해보자는 것이다.”


―막대한 재원이 들어갈 텐데?


“매달 60만원을 5천만명에게 지급한다고 단순 계산하면 연간 360조원이 든다. 당연히 증세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본소득을 얘기하는데 증세가 필요하지 않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탄소세와 토지보유세, 데이터세 등을 신설해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우리가 설계한 증세는 기본소득을 목적으로 한 증세여서 국가 재정에 합쳐서 쓰이는 게 아니라 거두는 즉시 국민들에게 배당된다. 세금 내는 규모와 기본소득을 받는 규모의 차이를 계산하면 실제 순증세 규모는 108조원이다.”


―그럼에도 108조원은 엄청난 돈이다. 조세저항이 클 텐데?


“그런 면에서 국민들에게 잘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이 오이시디(OECD) 회원국의 평균에 비해 조세부담률이 7~8% 정도 낮다. 우리나라가 오이시디 평균 조세부담률 정도로만 해도 이미 30만원 정도의 기본소득을 시행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예산을 보면 국가 예산이 117조원 늘었다. 전 국민 15만원 정도 기본소득을 매월 지급할 수 있는 규모다. 국가재정 규모는 계속 늘어나는 것이고 늘어나는 재정을 어디에 쓸 건지 필요하다면 얼마나 더 늘릴 건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기본소득제가 도입되면 기존 복지제도는 어떻게 되는 건가?


“현금성 복지제도는 통합할 계획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따라 지급되는 생계급여와 영유아·아동수당이나 청년기본소득 등 연령별로 지급되는 현금성 급여도 기본소득으로 통합된다. 여기서 줄어드는 돈만으로 수십조원의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7개 원내 정당에 기본소득 연석회의를 제안했는데?


“각 당과 비공개 면담을 잡고 있는 중이다. 아직 어느 정당과 어떻게 만나 무슨 논의를 했는지 밝힐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국회 차원의 테이블 마련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기본소득제 법안 발의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을 대표로 국회 내 연구모임을 만들고 있다. 저를 포함해 여야 의원 10여명이 모여 기본소득의 입법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안을 준비 중이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국가기본소득위원회 설치를 포함해 다양한 법안을 발의할 생각이다. 국회 내 특위도 설치할 계획이다.”


홍대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hongds@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95034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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