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회
GMO 안전성 검증 아직 미흡
암·알레르기 원인 주장도 나와
64개국선 금지 또는 표시 강화

한국 예외조항 그대로 남겨둬
생협의 자발적 표시제도 막아
소비자 깜깜이 선택할 수밖에
아이쿱생협이 운영하는 충북 괴산 자연드림파크에서 아이들이 유채씨를 압착해 기름을 만드는 체험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비유전자조작 유기농 유채씨를 사용한다. 아이쿱생협 제공
아이쿱생협이 운영하는 충북 괴산 자연드림파크에서 아이들이 유채씨를 압착해 기름을 만드는 체험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비유전자조작 유기농 유채씨를 사용한다. 아이쿱생협 제공
추석이 2주 뒤로 다가왔다. 볶고 지지고 부치는 음식이 많은 명절 음식 덕분에 식용유 소비가 가장 많은 시기이다. 당장 요긴하게 쓰이기에 실용 선물로도 인기 만점이다. 최근에는 건강까지 생각한 고급 식용유 소비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카놀라유이다. 카놀라유는 2012년 30%에 이르던 시장점유율이 작년에는 41%를 기록해 국민 식용유로 등극했다. 포화지방 함량이 시중의 식용유 중에서 가장 낮기에 몸에 좋은 착한 기름으로 알려져 있다. 카놀라는 1970년대 캐나다 과학자들이 유채씨에서 좋지 않은 성분을 제거한 신품종으로, 여기서 추출한 기름이 카놀라유이다.

문제는 국내에 들여오는 카놀라의 50~60%를 캐나다에서 들여오는데, 캐나다산 카놀라의 80% 이상이 ‘유전자변형 생물체’(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그동안 써오던 콩기름이 지엠오로부터 안전하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유전자변형 생물체에 관한 국가통합정보망’에 따르면 작년 한해 모두 1023만t의 유전자변형 농산물이 수입되었으며 이 중 식용 농산물이 214만t을 차지했다. 대부분은 옥수수(111만t), 콩(102만t)이 차지했다. 옥수수는 감미료의 일종인 전분당의 주된 원료로, 콩은 식용유(콩기름)의 주된 원료로 쓰인다.

1996년 최초의 유전자변형 옥수수가 시장에 등장하면서 올해로서 상업화 20년을 맞이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안전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다. 지엠오가 암·알레르기 등의 원인 물질로 작용한다는 주장도 있다. 아직 한 세대를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문제점이 발생할지 확실치 않은 상태이다. 유해성 논란과 별도로 세계 64개국이 지엠오를 금지하거나 표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지난 7월14일 지엠오를 원료로 만든 식품의 표시에 관한 연방 법안이 미 상원에 이어 하원을 통과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지엠오 함유 식료품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밝혔으나, 미국 상하원은 소비자의 알권리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비자로서는 그동안 어느 제품에 얼마만큼의 지엠오가 들었는지 알 수 없는 가운데 깜깜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도 식품위생법상 지엠오 표시제도를 두고 있으나, 원재료 중 많이 사용한 5순위 안에 포함되지 않거나, 5순위 안에 포함되었어도 지엠오 디엔에이(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는다면 표시하지 않아도 됐다. 그야말로 ‘불완전한 지엠오 표시제도’였다. 그나마 지난해 12월에 식품위생법이 개정되어 주요 원재료에서 모든 원재료로 확대되었지만 ‘제조·가공 후 유전자변형 디엔에이 또는 단백질이 남아 있는 경우’라는 예외조항은 그대로 남았다. 결국 유전자변형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했더라도 단백질로 최종 제품에 남아 있지 않으면 지엠오로 표시할 필요가 없다. 즉, 콩기름의 경우 100% 유전자변형 콩으로 만들어도 지엠오 표시 대상이 아니다. 그 결과 간장, 식용유 등은 여전히 지엠오 함유 여부를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상황이 이러하니 국민들의 알권리 보호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는 2013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를 상대로 지엠오 수입업체 현황에 대하여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그리고 지난 8월24일 대법원은 비공개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식약처의 상고를 최종적으로 기각했다. 대법원은 관련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어 소비자의 자기결정권 또는 식품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적극 보호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업체별 지엠오 수입 현황과 수출국, 사용 용도 등에 대해 자료를 공개하여야 한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접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그동안 식탁 위의 주권을 지키고자 자발적인 표시제를 시행해 소비자 주권 차원에서 알 권리를 충족해주기 위해 앞장선 곳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었다. 서울시와 함께 지난해 9월부터 두레생협, 서울아이쿱생협, 한살림서울생협, 행복중심생협 등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유전자변형 생물체(GMO) 제로 실천 매장’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식품매장에서 지엠오 식품이 아닌 농·수·축산물과 가공식품만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최준호 국장은 “현재의 유명무실한 지엠오 표시제도 속에서 시민들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지켜주고 있는 곳은 자발적인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는 생협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4월21일 행정예고된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 일부개정 고시’에서 콩(대두)·옥수수·카놀라(유채)·면화·사탕무·알팔파 등 6개 지엠오 표시 대상이 아닌 농산물·가공식품에 비유전자변형식품, 무유전자변형식품 표시를 하지 못하도록 못박아 생협의 이러한 노력도 일부 막히게 되었다. 현재의 지엠오 표시제도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회에서도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지엠오완전표시제법을 발의한 상태이다.

지엠오 표시를 알리는 것과 함께 생협에서는 유전자변형 수입 농산물이 아닌 우리 농산물을 통한 먹거리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알권리만이 아닌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한살림에서는 2013년부터 전량 수입 곡물로 만들던 돼지 사료에서 수입 옥수수와 옥수수 가공 부산물을 빼고 국산 발아보리와 국산 쌀겨 등을 사용한 우리 보리 사료로 키운 ‘우리보리살림돼지’를 공급하고 있다. 아이쿱에서는 2013년부터 전분공장 설립을 준비하여 2015년부터는 우리 밀 전분을 생산해오고 있다. 지난 8월부터는 우리 밀 소맥전분 100%로 만든 이소말토 올리고당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먹거리 개발과 토종 씨앗 지키기는 식량자급률을 높이며 우리 농업과 우리 건강을 지키는 방안이다.

수입산 농산물 관련해서도 건강 주권을 지키기 위해 비유전자변형(non-GMO) 제품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아이쿱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비유전자변형 유채씨를 수입해 지난 5월부터 압착 유채유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지엠오 검사를 마친 유채씨를 화학용매제인 노르말헥산을 사용하지 않고 눌러 짜는 방식으로 씨앗 속 기름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충북 괴산에 위치한 압착유 공방은 유리로 되어 전 과정을 견학할 수 있다. 비유전자변형 원료를 사용하고, 압착 방식으로 만들기에 원료의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쿱이 독자적으로 제조하고 직접 유통하기 때문에 조합원의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아이쿱 전복경 물품운영팀장은 “일반 기업은 어떻게 하면 이익을 많이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따라서 먹는 사람의 건강에 대한 고려는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하지만 아이쿱에서는 소비자 조합원의 건강까지 고려해서 생산설비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생산한 제품들은 다른 생협에도 원부재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주수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socialeco@hani.co.kr



등록: 2016-08-31 17:41수정: 2016-08-31 21:03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5931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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