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그 밀러 아시아벤처자선네트워크 회장이 21일 총회 환영사에서 유럽과 아시아의 벤처자선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에이브이피엔 제공
아시아벤처자선네트워크 연례 총회 가보니
사회적 성과 사업에 ‘벤처 방식’ 기부
28개국 벤처 자선가·중간지원조직 참여
일회성 지원 아닌 중장기 지원 네트워크
기부금·대출·투자 등 다양한 사례 발표
“인적 자원 등 비재무적 지원도 중요”
사회적 성과 사업에 ‘벤처 방식’ 기부
28개국 벤처 자선가·중간지원조직 참여
일회성 지원 아닌 중장기 지원 네트워크
기부금·대출·투자 등 다양한 사례 발표
“인적 자원 등 비재무적 지원도 중요”
아시아를 비롯한 전세계 벤처자선가들이 지난 20~23일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에서 열린 아시아벤처자선네트워크(AVPN) 연례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 행사에는 28개국에서 온 참석자 475명이 벤처자선에 대한 경험과 고민을 공유했다.벤처자선은 유망한 벤처기업을 찾아 투자하듯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사회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움직임에 지원하는 것이다. 예컨대 석유 메이저 로열더치셸은 2000년 재단을 설립해 도시 이동성, 에너지 접근성 등의 문제를 시장친화적으로 해결하는 민간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셸 재단은 초기 단계의 사회적 기업들을 발굴해 평균 7~10년 동안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조건별 보조금이나 투자 형태의 재정적 지원, 경영 전문 지식 등을 보조해 글로벌 단위로 성장하도록 지원한다.이렇듯 벤처자선은 기존의 자선활동 형태와 다른 방식을 띤다. 장학금 등 불특정 다수를 수혜 대상으로 하는 기존 자선활동에 비해 벤처자선은 좀더 명확한 대상이 있다. 일반적 자선활동이 비영리 영역에서 프로젝트 단위로 기부금을 집행하는 방식이라면, 벤처자선은 대상과 영역을 한정하지 않고 시스템이나 조직 단위에 재원을 사용한다. 형태도 기부금과 대출, 지분 투자 등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지원 조직에 대해 이전보다 장기적으로 긴밀하게 관계를 맺어가며 육성해 나가는 것도 특징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최근 사회공헌 차원에서 사회적 기업을 직접 설립하거나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적 경제 조직과 중장기적인 협력관계를 맺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더그 밀러 아시아벤처자선네트워크 회장은 “벤처자선의 대상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영역은 환경에서 공정무역까지 적용할 수 있다. 재무적 자본은 물론 지적·사회적 자본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 투명한 거버넌스와 신뢰를 바탕으로 협업이 이뤄지면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벤처자선의 잠재력을 설명했다.올해로 3회를 맞는 아시아벤처자선네트워크 총회는 ‘벤처자선의 실제’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이번 총회에서는 벤처자선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사전 관여’ 강화 등을 소주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전세계 실무자와 전문가들이 참석해 경험을 나눴다. ‘사전 관여’란 벤처자선가와 사회적 기업 등이 관계를 맺어나가며 투자나 기부를 받을 수 있도록 사업 모델을 가다듬고 사회적 성과를 높이는 일련의 과정이다. 인도의 비영리단체인 다스라, 타이의 사회적 기업 체인지퓨전 등은 벤처자선가와 자선 대상을 연결하는 중간지원조직이 효율적으로 ‘사전 관여’를 하고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사례를 발표했다. 벤처자선이 진행되면 지원금을 받은 조직의 역량을 함께 구축해 나간다. 보통 일회적 기부가 아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재정과 함께 전략을 수립하고 지식과 정보, 전문가를 공유하는 등 비재무적 요소도 지원한다. 벤처자선가와 지원을 받는 조직 모두가 원하는 사회적 성과를 더 많이 도출하기 위해서다. 총회에 참가한 스티븐 서닐스 유럽벤처자선협회 공동연구원은 “재단이나 기업과 같은 벤처자선가들이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단체와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벤처자선의 성과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총회에서는 벤처자선의 사회적 영향과 성과를 어떤 방식으로 평가할 것인지도 쟁점이 됐다. 경제적 성과에 비해 사회적 성과는 객관적 측정이 어렵고 성격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나이나 바트라 아시아벤처자선네트워크 대표는 “벤처자선이 사회적 영향에 더 중점을 두는 것은 시장이 인정하는 성과와 사회적 성과 사이에 있는 긴장감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좀더 유연한 시각으로 능력에 초점을 맞추되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생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재단 등 벤처자선가의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재무적·사회적 성과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지역 경제 생태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참석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다자간 협력 과정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강조됐다. 정부가 만들어내는 정책 방향과 제도의 틀이 벤처자선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벤처자선에 우호적인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하는 경우 훨씬 더 많은 가능성과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싱가포르/양은영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y.yang@hani.co.kr국내 비영리재단 ‘벤처자선’ 현황은한국의 ‘벤처자선’ 현황과 실제는 어떨까? 아시아벤처자선네트워크(AVPN) 총회 첫날인 지난 20일 국가별 세션에서는 국내 비영리재단 관계자들이 참석해 국내 사례를 발표했다. 아산나눔재단은 올해 새롭게 시작한 벤처자선사업 ‘파트너십 온’을 소개했다. 아동 및 청소년 복지 영역의 비영리단체를 선정해 3년간 연 2억원을 지원하고 교육 및 컨설팅 등 단체의 역량 강화를 위한 비재무적 지원을 제공한다. 이 단체 관계자는 “국내 비영리단체들이 좀더 창의적이고 전문적으로 아동·청소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단체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비영리단체가 건강해야 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지원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동그라미재단은 지역 재생을 꾀하는 사회적 경제 조직을 지원하고 있다. 동그라미재단이 지원한 강원도 춘천의 ‘동네방네협동조합’은 허름한 여인숙을 깨끗한 게스트하우스로 바꾸어 음침했던 주변 지역 분위기를 바꾸어 놓았다. 또 여행객들에게 주변 가게들과 함께 만든 소액의 바우처를 제공해 지역경제 활성화도 꾀하고 있다. 동그라미재단은 지역에서 사회가치를 창출하는 조직을 주로 지원하는데, 단순히 재정적 지원에서 끝나지 않고 멘토링 등으로 이들과 지역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함께 구축한다.
행복나눔재단은 10여년 동안 축적된 사회목적투자와 평가 경험을 발표했다. 재단이 주목한 첫번째는 투자의 시기다. 창업 뒤 6개월 전후인 스타트업 단계와, 조직이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는 창업 후 3년 즈음에 적절한 투자와 컨설팅 등의 지원이 중요하다. 다음은 평가의 초점이다. 재단은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대상 조직의 사회적 기업가 정신과 잠재적인 사회적 가치, 비즈니스 모델 등을 주요 지표로 평가한다. 특히 사회적 성과를 재무적 가치로 환산해 경제와 사회적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을 소개해 참석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행복나눔재단 관계자는 “투자 기업의 경제·사회적 성과가 향상될 경우에는 금리를 낮추거나 또 다른 투자자와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싱가포르/양은영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8852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