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회

[경제의 창] 더 나은 사회

‘임팩트 기부’ 어떻게 운영되나


00527714501_20150330.JPG
아프리카 가나의 마을기업 여성바구니협동조합 조합원들이 바구니를 제작하고 있다 재료비가 부족한 이들에게 더브릿지의 임팩트 기부금은 큰 도움이 되었다. 더브릿지 제공


경기도 파주에 사는 송지연(35)씨는 지난해 8월 아프리카 가나에 있는 여성바구니협동조합에 1만원을 기부했다. 6개월이 지난 올해 2월 기부했던 1만원의 절반인 5000원이 포인트로 환급됐다. 송씨는 환급받은 5000포인트를 다시 필리핀 지역의 채소도매상 아나니아에게 기부했다. 아나니아는 지역 농민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유통관계를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한번 기부한 돈을 되돌려받아 다른 곳에 다시 기부한다? 비영리단체 더브릿지는 이른바 ‘임팩트 기부’ 모델을 국내에 처음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더브릿지는 시민들에게 크라우드펀딩(불특정 다수로부터 모금) 방식으로 기부금을 조성해 아시아·아프리카 개발도상국의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에 투자하는 조직이다. 임팩트 기부는 크라우드펀딩과 기부, 사회목적투자(임팩트 투자), 마이크로파이낸스(소액대출)의 장점을 두루 결합한 새로운 투자 모델이다.

작동 방식은 이렇다. 더브릿지는 사회 혁신에 관심있는 블특정 시민들로부터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형편껏 소액을 기부받아 일정 규모의 자금(임팩트 기부금)을 조성한다. 기부자는 자신이 기부하는 대상과 사업을 직접 지정한다. 더브릿지는 이를 ‘임팩트 기부금’이라 부른다. 기부금 전액은 개발도상국의 소셜벤처 등에 투자(사회목적투자)한다. 보통 한번에 200만~500만원의 기부금을 모아 투자를 진행하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다른 자선기금이나 사회목적투자기금에 비해 적은 규모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충분히 유용한 금액이다. 실제 미얀마에서는 학교 교사 1명의 평균 월급이 우리나라 돈으로 약 12만~13만원 안팎으로, 우리돈 200만원 정도면 탄탄한 사업자금이 되기에 부족하지 않다.

투자금 회수는 투자 대상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 등을 고려해 상환 기간과 상환율을 정한다. 상환기간 동안은 이자를 받지 않는다. 만약 투자 대상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는 크지만 100% 상환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일부는 순수한 기부금으로 전달한다. 환경·보건·에너지·고용·인권·교육 등의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투자 대상을 선정한다. 투자금이 상환되면, 이 중 절반을 기부자에게 포인트로 환급하고, 나머지 50%는 일부 송금수수료와 운영비 등을 제외한 뒤 ‘더브릿지펀드’로 다시 편입해 또 다른 임팩트 기부나 사회목적투자의 재원으로 활용한다.

비영리단체 ‘더브릿지’
크라우드펀딩으로 기부금 모아
개도국 대상 사회목적투자
회수 투자금 포인트로 돌려주면
다른 사업에 기부 선순환 구조
송금수수료·기부영수증 ‘숙제’

00527714201_20150330.JPG
여성바구니협동조합에서 판매하는 바구니 제품. 더브릿지 제공
더브릿지는 지난해 2월 미얀마의 공정무역 카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2개 조직에 임팩트 기부를 진행했고, 이 가운데 2곳에서 투자금을 상환했다. 올해 2월 투자금을 모두 상환한 아프리카 가나의 여성바구니협동조합은 여성을 고용해 바구니를 만들어 파는 협동조합 형태의 마을기업이다. 경제활동을 통한 교육과 여성 인권 향상이 목적이다. 이곳에서 만드는 바구니는 시장에서 꽤 인기가 있지만 재료비 부족에 시달렸다. 더브릿지는 지난해 6~8월 시민들에게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해 모두 249만원의 임팩트 기부금을 조성해 전달했다. 재원을 확보한 여성바구니협동조합은 질 좋은 재료를 구매해 마을 여성들을 더 고용했고 생산 체계도 정비했다. 임팩트 기부금을 받은 지 석달 만인 지난해 11월에 전체 금액의 54.5%를 갚았고, 올해 2월 나머지 금액을 모두 갚았다. 이곳에 기부한 임팩트 기부자들 모두 기부한 금액의 50%에 달하는 포인트를 환급받았다. 기부자는 환급 포인트를 현금으로 전환할 수 없지만, 포인트를 이용해 다른 곳에 자유롭게 재기부할 수 있다.

만약 임팩트 기부로 투자금을 받은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이 실패해 투자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시민들은 기부의 개념으로 접근한 것이기에 ‘순수히 기부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더브릿지는 임팩트 기부의 주된 목적이 투자 대상의 ‘자립’이었기에 그들이 실패하지 않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들도 있다. 우선 형식상 투자 송금이어서 10%가 넘는 송금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한푼 두푼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은 임팩트 기부금을 조금이라도 더 보낼 수 있도록 더브릿지는 비트코인이나 핀테크를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중이다. 국내 기부자들에게 기부금 영수증을 줄 수 있도록 법적 문제도 풀어나가는 중이다. 기부금을 해외로 투자해 다시 돌려받는 형태에 대한 법적 개념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호응은 매우 좋다. 1만원 단위의 크게 부담되지 않는 금액과 다른 나라의 다양한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 등의 현황을 보며 직접 원하는 곳에 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기부한 금액이 환경이나 고용, 인권 등 사회적 가치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더브릿지의 분석을 받아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다.

임팩트 기부금은 정부나 글로벌 기업의 공적 원조와는 성격이 다르다. 자본의 규모 차이도 있지만 공적 원조는 보통 최빈층에 지원이 집중되거나 규모가 큰 인프라 사업에 투자되기 때문에 현지의 일반 시민들은 직접적으로 영향을 느끼기 어렵다. 임팩트 기부는 서민에서 중산층까지 현지 일반 시민들이 사회에 변화를 줄 수 있는 프로젝트와 사업을 할 때 유용한 모델이다. 황진솔 더브릿지 대표는 “개도국의 평범한 시민들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을 때 필요한 자금을 우리나라의 평범한 시민들이 지원하고 응원할 수 있는 모델이다. 우리에게는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삶이 바뀔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y.yang@hani.co.kr                         등록 : 2015.03.29 19:44

사회목적투자(임팩트 투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다. 주로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에 투자하며 사회적 성과를 투자 성과에 고려한다.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84491.html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더 나은 사회] 이윤추구 ‘짧은 상품주기’로부터 독립…재사용 ‘순환경제’로의 이행

서울 노원구청과 노원되살림네트워크, 노원사회적경제활성화추진단은 중고벼룩시장 및 자원순환 행사로 매년 ‘노다지’(노원에서 다시 쓰는 지혜) 장터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6월21일 노원구청 앞에서 열린 노다지 장터. 노원사회...

  • admin
  • 2015.12.21
  • 조회수 7376

[더 나은 사회] 마을이 키우는 아이…‘사회적 경제 특구’ 들어보셨나요?

서울 관악구청과 관악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가 ‘서울시 사회적 경제 예비특구 준비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한 ‘서로돌봄허브’ 공간. ‘공동체육아’의 플랫폼으로서 역할이 기대된다. 관악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제공 지난 10월 말...

  • admin
  • 2015.12.07
  • 조회수 7094

[더 나은 사회] 해킹? ‘시빅해킹’!…정보기술이 만들어내는 도시 삶의 혁신

지난 1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2015 사회혁신 콘퍼런스’에 참석한 오스카르 몬티엘 코데안도멕시코 공동대표가 멕시코의 시빅해킹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한국은 디지털 정보 인프라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국가 중...

  • admin
  • 2015.11.23
  • 조회수 6847

[더 나은 사회] ‘문화 향유권’ 돕는 사회적 기업, 공동체 성장 이끈다

모두를 위한 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모극장)이 열었던 ‘랩탑영화제’ 모습. 모극장은 영화를 보기 어려운 시민들과 공동체를 찾아가 상영하는 대안적 영화 유통 및 배급 사업을 펼치고 있다.  모극장 제공 #장면1. 전남의 한 ...

  • admin
  • 2015.11.09
  • 조회수 6595

[더 나은 사회] “삶의 질이 경제적 성취보다 더 중요”…‘탈물질주의’ 경향 뚜렷

와 희망제작소가 지난 2월 경기도 안산 경기창작센터에서 연 ‘광복 100년 대한민국의 상상’ 행사에 참가한 청년들이 자신들이 꿈꾸는 미래 사회의 모습을 유리창에 적어둔 모습.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 alt="와 희...

  • admin
  • 2015.08.31
  • 조회수 7249

[더 나은 사회] 아시아 사회혁신가들, ‘민달팽이족’ 위해 손잡다

홍콩 사회적 기업 ‘라이트비’는 저소득층 싱글맘들을 위한 집인 ‘라이트홈’을 운영한다. 거주자들은 거실과 주방을 함께 사용하며 서로를 돕는 동반자가 되어간다. 라이트비 제공 제2회 아시아청년사회혁신가 포럼 #1 사티안 ...

  • admin
  • 2015.08.17
  • 조회수 6352

[더 나은 사회] ‘로컬푸드 도시락’에 평창 올림픽 지속가능성 담는다

송어·감자·더덕 등 강원 특산물로 관람객 등에 공급할 도시락 6종 개발 대회 끝나도 대표 먹거리로 브랜딩 올림픽-지역경제 선순환 모델 가능성 대기업 ‘스폰서십 독점권’ 해결해야 지난달 21일 강원도 원주에서 평창동계올림픽 ...

  • admin
  • 2015.08.03
  • 조회수 7817

[더 나은 사회] 시민 2581명 쌈짓돈, 사회 혁신의 마중물 되다

사회적기업 크라우드펀딩 대회 6월 한달 동안 열린 ‘2015 사회적기업 크라우드펀딩 대회’ 에서 수상한 참가팀들이 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시상식 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제공 #1. 지능평가지수가 ...

  • admin
  • 2015.07.20
  • 조회수 6680

[더 나은 사회] “요리 성적은 1등이죠”…‘셰프의 꿈’ 키우는 아이들

‘영셰프스쿨’ 학생들이 지난해 가을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 요리실습장에서 자신들이 만든 요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가니제이션 요리 제공 사회적 기업 오요리 ‘영셰프 스쿨’ 학교 밖 청소년 등 2년간 요리교육 ...

  • admin
  • 2015.07.06
  • 조회수 6907

[더 나은 사회] 국민들 80% “기업 사회공헌 미흡하다”

2015년 사회책임경영(CSR) 인식조사 국민들 10명 가운데 8명은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경제연구소가 서울시민 1000명에게 ‘국내 기업 사회공헌 및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인식’을 설...

  • admin
  • 2015.06.23
  • 조회수 6945

[더 나은 사회] “함께 모싯잎 수확해 마을 지켜준 어르신께 연금 드려요”

정읍 송죽마을 마을연금 이야기 송죽마을 쑥모시영농조합법인 조합원들이 내장산 자락에서 모싯잎을 채취하고 있다. 쑥모시영농조합법인 제공 “나이 80살 이상이면서 지역 공동체에 20년 이상 머물렀거나, 20년이 채 안 됐더라도 마...

  • admin
  • 2015.06.08
  • 조회수 7161

[더 나은 사회] “뇌물·청탁, 장관한테 직접 신고하는 ‘핫라인’ 어떨까요?”

경제협력개발기구 부패방지위원장을 지낸 마르크 피트 바젤대 교수가 1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5 지도자 정상회의’ 반부패 세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제공 마르크 피트 OECD...

  • admin
  • 2015.05.26
  • 조회수 6218

[더 나은 사회] ‘사회적 경제’는 사회주의?…새누리당 자가당착 색깔론

새누리당이 지난해 4월 국회에서 개최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 국회 제공 사회적경제기본법 왜 지연되나?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가 불발되면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 admin
  • 2015.05.11
  • 조회수 7138

[더 나은 사회] 자선의 진화, 사회혁신 이끄는 ‘벤처자선'

더그 밀러 아시아벤처자선네트워크 회장이 21일 총회 환영사에서 유럽과 아시아의 벤처자선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에이브이피엔 제공 아시아벤처자선네트워크 연례 총회 가보니 사회적 성과 사업에 ‘벤처 방식’ 기부 28개국 벤...

  • admin
  • 2015.04.27
  • 조회수 7573

[더 나은 사회] 일자리 두배 늘고 매달 4천명 찾아…‘농촌 회생 모델’ 실험중

구례자연드림파크에는 매달 3000~4000명의 조합원·시민·학생들이 방문해 견학·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예비 유치원 교사들이 쿠키 만들기 체험을 하는 모습. 아이쿱생협 제공 구례자연드림파크 1년 성과는 19개 공장서 340개 품...

  • admin
  • 2015.04.13
  • 조회수 7767

[더 나은 사회] 소액 기부금 ‘포인트로 돌려받아 또 기부’ 선순환 모델

[경제의 창] 더 나은 사회 ‘임팩트 기부’ 어떻게 운영되나 아프리카 가나의 마을기업 여성바구니협동조합 조합원들이 바구니를 제작하고 있다 재료비가 부족한 이들에게 더브릿지의 임팩트 기부금은 큰 도움이 되었다. 더브릿지...

  • admin
  • 2015.03.30
  • 조회수 6613

[더 나은 사회] “이해관계자 쓴소리가 보약…잘못된 조직·관행 확 바꿨죠”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서울시엔피오지원센터에서 진행된 지구촌나눔운동의 이해관계자 대화 참석자들. 이날 전·현직 임직원, 후원자 및 활동가, 정부기관,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이해관계자 12명이 모여 의견을 나눴다. 지구촌...

  • admin
  • 2015.03.16
  • 조회수 7388

[더 나은 사회] 공동육아어린이집, 협동조합이 운영하면 안 되나요?

지난해 10월 경기 하남 미사리 경정공원에서 공동육아 부모·교사·아동 등 3000여명이 참석해 열린 ‘제8회 공동육아 한마당’에서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 합창을 하고 있다.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제공 사회적협동조합 전환 논란올해...

  • admin
  • 2015.03.02
  • 조회수 7667

[더 나은 사회]잘나가던 직장 그만두고 ‘비영리’로 간 까닭은…

민간기업에서 일하다 비영리단체 활동가로 변신한 이상진·최호진·박성호씨(왼쪽부터). 이상진씨는 민간 컨설팅업체에서 일했으며 우리금융지주에서 임직원 혁신 전략을 수립하기도 했다. 최호진씨는 외국계 회사에서 10여년 동안 페인트를...

  • admin
  • 2015.02.16
  • 조회수 6885

[더 나은 사회] “우리끼리 돕자”…전국 단위 ‘연대 금융’ 첫발 뗀다

사회혁신기금은 사회혁신기업가포럼 회원사들이 주축이 돼 지난해 5월부터 설립 논의가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포럼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기금 설명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이 기념사...

  • admin
  • 2015.02.02
  • 조회수 6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