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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로컬푸드 업체 ‘흙살림’은 2012년 엘지전자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작업장 내 컨베이어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했다. 작업 효율과 생산성이 높아지고 매출액도 60%가량 상승했다. 사진은 컨베이어 시스템 설치 후의 작업장 모습. 흙살림 제공 |
엘지 ‘소셜펀딩’ 사회적기업 지원사업
분야별 전문가들 직접 현장서 협업
사업확대, 원가절감, 디자인 혁신 등
기업별 맞춤형 ‘생산성 컨설팅’ 효과
“다자간 협력으로 실질적 도움 돼야”
“우리나라 생활쓰레기의 30%를 차지하는 게 일회용 종이기저귀예요. 환경을 위해 천기저귀를 사용하자는 시민운동을 할 땐 잘될 것 같았는데….”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 ‘송지’의 황영희 대표는 2010년 천기저귀를 수거·세탁해 다시 배달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회용 기저귀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차가웠다. 황 대표는 “사업을 해야 할 이유보단 해선 안 될 이유가 훨씬 더 많았다”고 회고했다. ‘바이맘’ 김민욱 대표의 고민은 기술과 디자인에 있었다.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난방기구는 없을까’를 고민하던 김 대표에게 실내 텐트는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상품화는 또 다른 도전 과제였다. “첫 제품이 나왔는데 디자인이 형편없었어요. 제가 소비자라고 해도 안 샀을 겁니다. 가격도 문제였어요. 시장조사를 했더니 우리 원가가 너무 높은 거예요.” 김 대표는 상용화할 수 있는 디자인과 낮은 단가, 두 토끼를 함께 잡을 묘안이 필요했다. 사회적 경제 동네에 꽤 알려진 기업도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다. ‘두꺼비하우징’ 김승권 대표는 열효율이 높은 집을 지어 취약계층에 임대하는 주거복지 사업을 한다. “주거복지 사업은 상당 부분 금융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요. 집을 지을 때도, 누군가에게 집을 빌릴 때도 언제나 목돈이 필요하죠.” |
유기농 로컬푸드 업체 ‘흙살림’은 2012년 엘지전자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작업장 내 컨베이어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했다. 작업 효율과 생산성이 높아지고 매출액도 60%가량 상승했다. 사진은 컨베이어 시스템 설치 전의 작업장 모습. 흙살림 제공 |
사회적 경제 기업이 겪는 어려움은 설립 기업의 수만큼이나 각양각색이다. 최근 대기업들이 사회적기업 육성에 적잖은 지원을 하지만 수요 기업의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은 이유다. 지난 9일 경기 이천 곤지암리조트에 40여명의 사회적기업 대표가 모였다. 엘지전자·엘지화학·사회연대은행이 2011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친환경 사회적기업 성장 지원사업에 선정된 기업들이다. 이 자리에선 실질적인 협력을 통해 현장 문제를 풀어간 ‘선배 기업’들의 다양한 사례가 소개됐다.시장 진입을 저울질하던 송지의 경우, 엘지 임직원들이 직접 참여한 경영 컨설팅을 통해 길을 찾았다. 천기저귀 단일 사업에서 침구류와 의류 세탁 등으로 영역을 넓혀 사업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세탁 공간과 시설을 마련할 수 있는 자금 지원과 초기 사업 정착을 위해 엘지전자 가산연구소의 세탁물을 위탁받은 것도 연착륙의 뒷받침이 됐다.기술력과 단가를 맞추는 데 애를 먹던 바이맘은 엘지전자 연구소 내 학습조직인 적정기술 연구회에 참여하면서 반전을 이뤄냈다. 한달에 한차례씩 1년여를 학습조직에 참여해 엘지전자 연구원들과 머리를 맞댄 결과, 난방뿐 아니라 냉방에도 효과적인 텐트를 개발했다. 상용화가 가능한 디자인도 조언을 받았다. 시장의 평가는 성공적이었다. 홈쇼핑에서 한시간 만에 준비한 물량이 모두 팔렸다. 서울시의 ‘에코 마일리지’ 사업에도 납품할 수 있게 됐다. 바이맘의 실내 텐트가 전기절약 우수 가구를 위한 보상 상품으로 선정된 것이다.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자금 조달처가 필요했던 두꺼비하우징은 기존 주택 설계뿐만 아니라, 열에너지 측정과 진단 사업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하고 자금 지원으로 고가의 장비를 구매했다. 덕분에 기존 주택뿐 아니라 학교와 관공서 등 좀더 규모가 큰 사업장으로 사업 범위가 넓어졌다. 김 대표는 “대기업과의 협력이 중장기적 목표를 앞당기는 투자의 마중물이 됐다”고 말했다.엘지의 사회적기업 지원사업이 다양한 사회적기업의 서비스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먼저 사업 운영 전반을 총괄하는 운영위원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들 수 있다. 엘지는 이번 지원 사업을 위해 학계 2명, 중앙정부 2명, 중간지원조직 3명, 지원기업 3명 등 모두 10명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꾸렸다. 학계는 경영학·생태학에서 10년 가까이 사회적기업을 연구한 교수들이 참여했고, 환경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소속 공무원도 자문에 참여해 제도적 지원과 정책 방향을 자문했다. 중간지원조직은 인큐베이팅·판로·금융 등의 전문가들로 꾸려져 다양한 서비스 수요에 대비했다. 특히 운영위원회에는 엘지전자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현장 전문 인력으로 참여해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과 시스템을 직접 설계·구축하는 ‘생산성 향상 컨설팅’을 진행하는 게 주 임무다. 유기농 로컬푸드 업체인 ‘흙살림푸드’는 2012년 엘지전자 직원들과 함께 새로운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을 구축했다. 효율적인 친환경 꾸러미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매출액이 전년보다 60%가량 많은 80억원으로 커졌다. 김민석 엘지전자 부장은 “지난해 10월 시작한 2기 사업 신청 기업 중에는 자금도 자금이지만 생산성 컨설팅에 관심을 나타내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jkseo@hani.co.kr
등록 : 2015.01.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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