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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서울시 사회적 경제 아이디어 대회’(위키 서울) 참가자들이 오리엔테이션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
2015년 ‘사회적 경제’를 말한다
지난해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선 사회적 경제를 통한 새로운 협력과 연대의 시도들이 활발히 이어졌다. 가장 핫이슈는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 움직임이 가시화한 것이다. 여야 모두 법안을 발의했다. 올해는 본격적인 논의를 통해 수확을 거둬야 한다. 또 사회적협동조합의 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가 도입됐고, 영리법인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길도 넓어졌다. 지난해 말 39개 기초자치단체로 꾸려진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2기 역시 올해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을미년 새해를 맞아 사회적 경제를 이끌고 있는 이들로부터 올해 목표와 과제를 들어본다.
사회적기업 공동 유통망 추진 |
김정열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 |
지록위마.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의미의 사자성어가 교수들이 선정한 한 해를 상징하는 의미어로 꼽혔다. 지난 한 해 숨가쁘고 힘겨웠던 우리의 현실을 웅변처럼 이야기해주는 말이다. 혁신, 창조경제 등이 새로운 도전과제로 꼽히는 것도 위기가 일상화된 현실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일 터이다.
사회적기업은 경쟁보다는 호혜를, 지역공동체의 재생을 목적으로 활동하며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구성원 모두가 기업 경영의 주체로 참여하게 하며, 자연과 사람에게 이로운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그것으로부터 얻은 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기업 활동의 목적으로 한다. 이런 사회적기업이 불공정성이 일반화된 시장 안에서 취약성을 내재화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취약성은 경쟁과 성장의 관점에서라면 우선 배제할 대상이지만, 사회적기업에 취약성은 협동과 연대로 공동체성을 추구하는 혁신의 원천이 된다.
이런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회적기업 ‘나눔공동체’는 지적장애가 있는 중증장애인의 일터로 새싹 채소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아 시장 경쟁력을 확보했다. 청소는 단순히 더러움을 지우는 행위가 아니라 깨끗하고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행복을 전파하는 것이라 믿는 노인 기업도 있고, 이주 여성과 탈북 이주민들이 함께 삶을 꾸리는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일터도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인증 사회적기업은 1251곳, 예비 사회적기업은 1466곳이다. 이들 기업의 전체 고용인원 4만2410명 가운데 취약계층 비율은 약 60%에 이른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종료된 223개 기업 중 95.1%가 생존하고 있다. 일반기업 1년 생존율이 61.3%라는 통계(기업생멸 행정통계)에 견줘보면 높은 생존능력이다.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지식과 책임감, 열정으로 사회적기업가와 구성원이 함께 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대박의 꿈을 좇는 것으로는 이룰 수 없는 성과다.
새해에는 사회적기업이 더욱 질 좋은 기업으로 발전하도록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 ‘사회적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사회 전체에는 공익성 증진, 공공성 강화, 튼튼하고 내실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확대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는 사회적기업의 대표단체로서 사회적기업 내적으로는 윤리적 생산자로서의 사회책임을 체계적으로 실천하도록 촉진하려고 한다. 기업 활동의 핵심 요소인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적기업 연대공제기금’의 확충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외부 자원의 조달과 연계망을 잘 구축하는 것뿐 아니라 핵심 역량을 결집하고 그들의 리더십이 발휘되도록 할 때 가능하다. 기업의 임파워먼트를 강화하고, 사회적기업에 맞는 경영시스템을 갖추도록 교육하고, 전문인력 양성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업도 추진할 것이다. 사회적기업 제품을 전담 판매하는 유통조직을 통해 기업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유통 문제를 사회적기업다운 방식으로 해결해 갈 것이다. 이 사업은 전국 16개 지역별 협의체와 업종간 네트워크와 공동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경제의 핵심 주체다. 지난 7년간 만들어온 성과를 바탕으로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과의 적극적인 당사자 단체 간 연대를 모색해 입법이 예고되고 있는 사회적 경제 기본법이 바르게 제정되고 실효성 있는 법률로서 효력을 발휘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김정열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
‘골목 상권’ 소비자들 협력 도울 터 |
김영배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회장(서울 성북구청장) |
지난해는 우리나라 사회적 경제에 있어 의미있는 일이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사회적기업육성법과 협동조합기본법의 발효에 이어 ‘사회적 경제 기본법’을 어쩌면 이례적이게도 여야 3당 모두가 발의해 입법이 진행중입니다. ‘사회적 가치 기본법’도 입법 과정에 있습니다. 지난해 6·4 지방선거 때는 ‘전국사회적경제 매니페스토 실천협의회’가 발족해 출마한 전국 주요 후보들의 사회적 경제 공약을 이끌내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경제 분야의 국제기구인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가 출범했고,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에 참여하는 회원 기초자치단체가 종전의 24개에서 39개로 늘어나 제2기를 출범시키는 일취월장을 보여주었습니다. 광역·기초의회를 포괄하는 ‘전국사회적경제 지방의원협의회’도 구성되었습니다. 사회적 경제는 이제 부문과 영역의 경계를 넘어 우리 사회의 새로운 협력과 연대, 상생과 공존의 방정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징표입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기도 합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협동경제와 사회적기업을 마을과 시민생활에 뿌리내리게 해야 합니다. 더불어 전국적으로 시장 범위를 확장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법적·정책적 지원과 함께 사회적 경제 주체들 스스로의 각고의 노력 또한 필요합니다. 사회적 경제를 이끌어갈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고, 시민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주도해 나갈 중간지원조직들을 본격적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사회적 경제를 이끌어 갈 마중물 역할을 할 사회투자기금을 조성해 나가는 등 사회적 경제의 기본 인프라를 조성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지역의 소상공인, 골목상권과 소비자들이 협력하고 연대함으로써 마을과 생활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경제’가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게 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적 경제는 풀뿌리와 생활 단위의 혁신을 지향합니다. 그래서 시민생활에 가장 가까이 있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합니다.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담대한 혁신과 도전에 함께 나서겠습니다.
김영배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회장(서울 성북구청장)
합리적 평가가 사회적 투자 초석 |
김재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 |
을미년 양의 해인 새해가 밝았습니다. 유례없는 경기 불황과 취업난이 계속되는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협력과 공감을 통해 무리를 돌보는 양치기와 같은 온전한 사랑의 마음과 지혜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는 그러한 지혜와 사랑을 우리 사회 소외된 곳곳에 전함으로써 따뜻한 성장을 통한 창조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21세기에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은 지역을 기반으로 고용을 창출하고 사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이러한 사회적 경제가 총생산이나 고용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높아지고 있으며, 이제는 단순히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기 위한 대안적 경제활동을 넘어 미래 사회를 향한 창조적 신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은 일반기업들이 접근과 참여를 꺼리는 영역에서 시장 가능성을 발견하고 경제활동을 통해 부를 창출합니다. 또한 경제적·사회적으로 소외되었던 사람들에게 노동시장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며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좀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제공합니다. 또한 윤리적 소비 중심으로 변해가는 소비자의 취향에 부합하는 시장 시스템을 조성합니다. 이처럼 사회적 경제는 우리 사회에 창의성과 다양성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사회혁신을 통해 공익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힘을 모아 가꾸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사회혁신을 실천하는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이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합니다.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서 자생력과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사회적 경제 조직이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고객과 소통을 통해 시장의 기회를 포착하며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게끔 지원하겠습니다.
특히 올해는 동료 멘토제 확대와 사후관리 강화를 통해 혁신적인 사회적기업가 육성과 시장 진입에 이바지하고, 합리적인 평가체계 도입과 모니터링을 통해 현장이 체감할 수 있도록 컨설팅과 판로지원사업의 실효성을 제고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청소년 맞춤형 사회적기업 교육 콘텐츠를 개발함으로써 자라나는 세대가 창의적인 사회적기업가의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사회적기업의 가치 평가를 심도있게 발전시켜 사회적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맞춤형 협동조합 전문교육과정과 협동조합 종합정보시스템을 운영·관리함으로써 협동조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환기하고 자생적인 발전을 지원할 것입니다. 진흥원은 을미년 새해에도 언제나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사회적 경제의 발전에 실질적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재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
인재육성 뒷받침…국제적 저널 창간 |
조영복 사회적기업학회장(부산대 교수·경영학) |
2013년 12월 사회적기업에 깊은 관심을 두어온 학자 50여명이 모여 ‘사회적기업학회’를 결성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담론의 장을 마련해 잠재력 있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론과 현실을 가치중립적으로 보고자 하는 바람에서였다. 사회적기업학회는 지난 한 해 동안 두 차례의 학술대회를 열었으며, 최근 학회지인 <사회적기업 연구>(Social Enterprise Studies)가 한국연구재단의 등재 후보지로 선정됨으로써 사회적기업에 대한 연구가 학문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은 이제 세계적이다. ‘사회적기업 월드포럼’이 7회까지 개최되었으며, 해외원조의 모델로도 사회적기업이 각광받고 있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한국의 사회적기업육성법을 벤치마킹하고 있으며, 사회적기업과 관련한 국제학술대회 등도 빈번하게 열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기업에 대한 연구와 고등교육도 활발하다. 사회적기업을 위한 생태계 조성에도 시동이 걸려 사회적 자본시장과 사회적 거래소, 사회적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개념들이 구체화되고 있으며,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소셜벤처 경연대회와 대학(원)생 논문대회도 해가 갈수록 참여자가 늘고 있다.
올해에도 사회적기업학회는 이런 흐름을 이해하고 사회적기업에 대한 국제적인 협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한국의 사회적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초적인 연구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이를 위해 국제적인 저널(Asian Pacific Journal of Social Enterprise)의 창간을 기획하고 있으며, 사회적기업의 인재를 위한 고등교육 혁신 방안과 자본시장 구축, 사회적기업의 성과평가에 대한 연구도 수행할 계획이다.
한국은 세계를 놀라게 한 경제성장의 주역으로서,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으며 한류를 비롯한 새로운 분야로 그 성장의 빛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그 그늘도 짙고 넓다. 빈곤의 악순환과 교육의 불평등, 인권의 사각지대와 환경오염은 이제 더는 두고 볼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사회적기업학회는 사회복지와 사회학, 경영학, 경제학, 공학 등 관련 학자들이 힘을 합친 융복합 분야의 학회다. 학회원들의 뜻을 모아 우리 사회의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려는 사회적기업의 발전을 위하여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를 다짐한다.
조영복 사회적기업학회장(부산대 교수·경영학)
자립기반 조성이 지속가능한 해법 |
윤대식 엘지(LG)전자 대외협력담당 상무 |
기업의 사회적 경제 지원사업의 기본 철학은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 나아가 어업의 생태계를 바꾸어 나가는 것이어야 합니다. 일회성 도움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사회적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 해당 분야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지속가능한 해결책이란 사회적 경제 주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자립기반 조성 지원’을 의미합니다. 일회성 기부만으로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자립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게 바람직합니다.
엘지전자도 2011년부터 재정지원과 경영자 교육, 판로 지원 및 생산성 향상 컨설팅 등 다방면에 걸쳐 사회적 경제 주체를 지원해왔습니다. 특히 국내 기업 최초로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USR/Union Social Responsibility)에 입각해 노조가 사회적 경제 조직을 위한 컨설팅 사업을 벌였습니다. 이 역시 ‘물고기를 잡는 방법’에 관한 활동의 하나입니다. 컨설팅을 진행한 기업의 생산성이 평균 40% 이상 향상되었을 뿐 아니라 품질 향상, 물류비 절감 등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특히 기업들이 해당 업종의 장점과 특성을 살려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지원한다면 시너지 효과뿐 아니라 상호 이익도 커질 것입니다. 이런 판단에 따라 엘지전자는 지난해부터는 사회적기업 외에 소셜벤처,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 조직 전반으로 지원의 폭을 넓혀 ‘친환경 사회적 경제’에 대한 지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올해도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활성화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고 이들을 산업계 및 정부와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성장하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할 계획입니다.
윤대식 엘지(LG)전자 대외협력담당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