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회
린다 깁스 전 뉴욕시 부시장, 사진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인터뷰] 린다 깁스 전 뉴욕시 부시장

린다 깁스 전 뉴욕시 부시장은 현재 블룸버그 어소시에이츠 사회서비스 분야 책임자를 맡고 있다. 블룸버그 어소시에이츠는 지난해 말 퇴임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설립한 비영리 컨설팅 기관으로, 깁스 전 부시장을 비롯해 뉴욕시에서 일했던 고위 공무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깁스 전 부시장은 뉴욕시에서 9년간 보건·복지 등 사회서비스 정책을 이끌면서 공공서비스 사업에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사회성과연계채권(SIB)을 처음 도입한 주역이다. 지난달 19일 서울시가 주최한 국제사회적경제포럼(GSEF)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서울시청에서 만났다.

지방정부 이끌다 비영리 활동가 변신
“빈곤·보건 등 도시 문제 세계적 현상
지역과 시민사회 네트워크로 풀어야”

공공서비스 민간투자모델(SIB) 도입“
성과 연동해 예산 지출 윈윈 게임
공익적 목적은 타협할 수 없는 원칙”

-블룸버그 어소시에이츠에서 하는 일은?

“뉴욕 시정부에서 일할 때도 빈곤 감소, 인종격차 완화, 보건 등 소외계층을 위한 활동을 해왔고 지금도 그렇다. 이런 문제의 가장 훌륭한 해결책은 지역사회, 시민사회와 협력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사회적 경제다. 네트워크를 만들고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해 가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네트워크를 전세계 도시들로 확산하고자 한다. 시에서 일하면서 쌓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전세계 도시에 어떻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갈 것인가를 컨설팅하는 게 우리의 과제다.”

-나라와 도시마다 사회적 문제가 다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 또한 다양할 텐데.

“많은 곳을 돌아다니는데, 모든 도시들이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유럽·아시아·남미 등 어디를 가든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에 의한 공통적인 사회문제를 안고 있다. 문화는 다를 수 있지만 해결 방법은 궁극적으로 비슷하다. 작은 도시 등 지역사회 안에서 자체적인 문제 해결이 어려운 경우는 그 방법 자체가 비효율적인 게 아니라 ‘규모의 경제’ 때문에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다. 그래서 우리는 연합체를 통해 이런 작은 도시들이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야 하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혜를 공유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지방정부에서 일을 하다 비영리단체에 몸담게 됐다. 한국식으로 비유하자면 ‘갑을 관계’가 바뀐 셈인데, 정책과 예산을 집행하던 때와 무엇이 달라졌나?

“다른 점도 있고 공통점도 있다. 지방정부가 주된 파트너이고 다루는 정책적 문제들도 비슷하다. 그러나 지금은 늘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 정부에서 일할 때는 너무 바빠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소홀했다. 지금은 (시민들을) 더 많이 만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정부에 있는 옛 동료들한테도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더 들어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다. 비영리 입장에서는 정부가 열려 있지 않으면 답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국, 특히 뉴욕의 경우 비영리단체의 영향력과 발언권이 무척 강하다. 물론 우리 조직이 블룸버그 전 시장의 명성 덕분에 간접적인 혜택을 보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뉴욕시에서 일할 때 ‘교도소 재범률 낮추기 프로그램’에 사회성과연계채권 방식을 도입해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이 프로그램은 민간투자를 가져와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미국에서의 첫 시도였다. 라이커스 교도소에 수감됐다 출소한 이들의 1년 내 재범률이 50%인데 10%포인트가량 낮추는 것을 손익분기점으로 설정했다. 골드만삭스가 960만달러(약 100억원)를 투자했다.(골드만삭스는 재범률이 10%포인트 하락하면 투자 원금을 회수하고, 10%포인트 이상 하락하면 최대 210만달러 수익을, 10%포인트 이하면 최대 240만달러 손실을 본다.) 내년 봄이면 재범률을 조사해 첫 성과 평가가 나올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이런 시도가 있었기 때문에 그 실행 과정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회성과연계채권의 장점은 뭔가?

“정부 예산 사용에는 제약이 많고, 증세를 하면 반대가 많다. 민간에서 공익적 투자를 해서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낼 경우 예산(세금)을 지급하는 것이어서 여론의 지지를 얻는 데 우호적이다. 또 민간에서는 돈만 들어오는 게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가 함께 들어올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잘되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잘 안될 경우 투자금을 보증해줄 의무가 없으니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공공이 해야 할 일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대한 우려나 어려움은?

“민간투자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공공이 민간투자를 유치할 때 계약 내용을 정확하게 규정하는 것이다. 시행하는 공익 프로그램이 돕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이익이 되도록 설계하는 게 최우선이다. 이건 (민간자본과) 타협하면 안 되는 원칙이다. 현명하게 계약서를 작성하고 사업 구상을 제대로 하면 민간투자도 충분히 긍정적일 수 있다. 사실 민간투자자와 예산 결정자, 운영자 간 의견을 조율해 계약 관계를 엮어내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점점 더 쉬워질 것이다. 뉴욕시의 경우 사회적 투자에 대해 관심도 많고 투자할 여력도 있다.”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onesty@hani.co.kr, 사진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사회성과연계채권(SIB/Social Impact Bond)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사업을 민간이 투자·운영한 뒤 그 성과에 따라 (지방)정부가 나중에 예산을 집행하는 방식이다. 2010년 영국에서 한 교도소의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 처음 발행됐고, 서울시도 지난 2월 공동생활 어린이 지원 프로그램에 이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공공서비스에 민간 재원을 끌어들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등록 : 2014.12.0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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