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현 광주시장(왼쪽에서 5번째)이 광주은행 등 지역 7개 사업장 노동조합장과 지난해 9월 광주시청 대회의실에서 '광주형 일자리 성공정착을 위한 함께 날자! 광주야!' 행사를 갖고 있다. 광주/정대하 기자
최근 현대자동차가 지분 투자의향을 밝혀서 성공에 한발 다가선 ‘광주형 일자리’ 사업도 ‘집합적 임팩트’ 관점에서 추진 과정을 풀어볼 수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사회적 대화’의 성과로 분류되지만, ‘집합적 임팩트’의 ‘성공 방정식’을 효과적으로 적용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사회적 대화’는 노동조합과 사용자, 정부가 노동정책을 포함한 경제사회정책의 결정에 참여하는 정치적· 사회적 제도를 지칭한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조직률이 감소되고, 조합원이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노동계 대표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등 대표성과 정당성, 합의형성 의지와 능력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나아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한 다음 해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경제,사회정책 전반의 사회협약의 질과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합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집합적 임팩트’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전문성을 가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집단의 ‘대표성’ 보다는 ‘전문성’과 ‘자원’을 기준으로 참여자들이 결정된다. 이들은 구체적 합의와 이행의지를 가지고 참여하되 광범위한 의제보다는 목표 설정이 가능한 특정 사회문제를 아젠다로 삼는다. 물론, 공동의 목표는 합의를 통해 도출된다. 실재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설명하는 광주광역시나 다른 추진 주체들은 ‘집합적 임팩트’ 란 말을 쓰지 않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푼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 지역에 새로운 자동차 공장을 유치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 그 조건이 되는 적정한 임금 수준, 노동시간, 원하청 관계 등 하나 같이 어렵고 서로 얽혀있는 문제를 풀기 위해 노동조합, 지역 상공단체, 지방정부, 시민단체 등이 나름의 전문성을 발휘해 시뮬레이션을 해갔으며 △ 합의된 새로운 투자의 패러다임에 호응해 투자할 기업이 나서는 성과를 낸 점에서 집단적 임팩트의 여러 요소가 들어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날로 심각해지는 지역의 경제적 불평등과 일자리 부족을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큰 기업이 투자를 하면 좋겠지만, 해외 투자가 유리한 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줄였다. 동남아에 비해 몇배 더 드는 인건비, 강성 노조에 대한 불신, 많은 규제를 이유로 들었다. 지방선거 마다 단체장들은 큰 기업을 끌어 오겠다고 약속했으나 대부분 ‘공염불’ 이었다. 오히려 거제나 군산처럼 산업 공동화로 고통받는 지역만 늘고 있다.
기업에 투자할 유인을 주고, 지역의 일자리도 늘리고, 협력업체와의 상생도 도모할 방안이 나와야 했지만, 땅을 헐값에 주고 세금 깎아주는 기존 방식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 새로운 접근이 필요했고, 이는 관계되는 모든 이들의 동참과 지혜가 필요했다. 광주시는 이를 위해 2016년 7월 사회적 합의체로서 ‘더 나은 일자리 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구성했다. 여기에는 한국노총 광주본부, 광주경영자총협회, 광주상공회의소, 시민단체, 대학 등 22개 지역 산,학,민,관 대표가 참여했다. 여기서 합의한 방안이 △적정임금(연대임금) 실현 △적정 근로시간 실현 △원, 하청관계 개혁 △노사 책임경영구현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광주 빛그린산단에 지역 주력산업인 자동차 기업을 유치하며, 이 산단 노동자는 주 40시간 근로에 평균 연봉은 4000만원을 지원받되, 주택, 의료, 돌봄 등의 복지 혜택을 준다는 내용이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의 기초 연구를 맡은 박명준 노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기업별 노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교섭주체로서) ‘산단 노조’ 를 구상하는 등 사회적 대화에 기초해서 노동시장 및 노사교섭의 새로운 원리를 담아내려 했다”고 말했다.
기업이 투자할 만 하고, 지역 경제에도 좋지만 노조의 교섭력 약화와 임금의 하향 평준화를 부를 수 있는 이런 방안이 합의되기까지는 위원회에서의 지속적인 대화가 뒷받침됐다. 박병규 광주시 경제부시장은 “참여와 과정이 중요하고, 노동에 대한 지금까지의 무지와 배제를 돌파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봤다”며 “위원회에 실무위원회를 꾸려 2주에 한번꼴로 연구하고 토론하며 공감대를 만들어갔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가 반대 성명을 내는 등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박명준 위원은 “이 사업은 양극화 해소를 목표로, 지역이 주도해서,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는 3가지 원리를 갖고 있다”며 ”투자 환경을 만드는 2차 당사자의 대화가 결실을 맺은 만큼 이제 기업과 노동자 등 1차 이해당사자 대화라는 ‘본경기’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박병규 부시장은 “새로 구성되는 지방정부에서도 사업이 계속되길 기대한다”며 “광주이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지역도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