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바현 가시와시의 서점 ‘쓰타야’ 2층에 마련된 ‘티 키즈 셰어스쿨’ 모습. 비비타 누리집 갈무리
일본 지바현 가시와시에 있는 서점 ‘쓰타야’는 독특하다. 책들이 빼곡하게 진열된 책장 대신 아이들이 자유로이 노는 공간이 매장 한가운데를 차지한다. 이곳에선 아이들이 로봇, 레고 등을 직접 만들며 배우는 ‘가르치지 않는 수업’이 열린다. ‘티 키즈(T-KIDS) 셰어스쿨’이라 불리는 이 수업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며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도록 돕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이밖에 ‘제로(0)에서부터 시작하는 힘’,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찾는 체험’ 등 다양한 수업도 수시로 진행된다. 소니 등 주요 기업에서 일하던 엔지니어들이 직접 수업을 이끈다. 이들이 핵심으로 삼는 건, 단순히 로봇 조립이나 코딩 등 기술을 배우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 무언가를 손수 만들어보는 경험이다.
교육 스타트업 ‘비비타’(VIVITA)가 쓰타야와 공동으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체다. 수업 대부분은 무료인데, 비비타의 모회사인 스타트업 투자·육성 전문기업 ‘미슬토’(Mistletoe)의 철학 때문이다. “규칙을 잘 따르기만 하지 틀을 깰 줄 모르는 일본 젊은 세대가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창의력이 꼭 필요한데, 이 능력까지 부모 경제력으로 격차가 생겨선 안 된다”는 게 그 뼈대다.
지역 내 격차뿐 아니라 지역 간 격차 해소도 ‘교육혁신’의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큰 몫을 하는 게 바로 다양한 교육 스타트업들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도시 출신 학생들이 시골로 유학 가는 ‘섬·산촌 유학’이 화제다. 대표적 성공사례가 시마네현 오키군의 작은 마을 아마정(町)이다. 본토에서 뱃길로 3시간 걸리는 인구 2400여명의 작은 섬에 10년 새 400명이나 새로 이주했다. 한때 폐교 위기에 몰렸던 학교엔 정원의 두 배가 넘는 학생이 지원한다. 아마정의 성공엔 통신기술을 활용해 지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보는 공동체 참여형 교육과정이 큰 힘이 됐다. 최근 교육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미슬토’도 이를 본떠 스타트업 공유 오피스 2호점 예정지로 오키나와를 정했다.
중국에서는 특히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5년 한 해에만 교육 스타트업에 우리 돈으로 1조1500억원을 투자했을 정도다. 국토는 넓고 경제력과 교육 격차는 매우 큰 현실은 통신기술에 기반한 교육기술 스타트업들의 활동이 유독 두드러진 배경이다. 낙후지역 아이들에게 검진 서비스와 안경을 보급하는 ‘이아이에스’(EIS·Education In Sight) 같은 사회적기업이 그 예다. 2조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교육 스타트업도 있다. 영어 강사와 학생을 매칭해 원격 영어 수업을 받는 휴대폰 앱인 ‘파이브원토크’(51Talk)는 2016년 뉴욕 증시에 상장했을 정도다.
텐센트 등 대기업도 교육혁신에 직접 뛰어들었다. 텐센트 창업자 중 한 명인 천이단은 누구에게나 열린 기술·혁신 교육을 표방하는 대학인 ‘우한대학’을 허베이성에 세웠다. “공교육 중심의 딱딱한 수업을 벗어난 교육과정으로 창의적 인재를 육성한다”는 게 이들이 내건 포부다. 천이단은 2016년 교육을 평가하는 지표를 직접 만들고, 교육 연구·발전에 큰 역할을 한 팀에 40억원가량의 자금을 지원하는 ‘이단상재단’을 설립했다. “미래에 대응하려면 창의력이 핵심이지만, 이는 단순히 새로운 생각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열린 교육으로 격차를 해소하고,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 이들이 생각하는 창의교육의 핵심이다.
정부·기업·재단이 똘똘 뭉쳐 교육혁신의 세계화를 지향하는 중국의 행보에선 자신감이 잔뜩 묻어나온다. 경제력뿐 아니라 교육혁신 분야에서도 세계 최대·최고가 되겠다는 것이다. “사회문제 해결에 수십억원대 상금을 내건 ‘엑스프라이즈’ 등이 이미 있는데 차이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클라이브 리 이단상재단 최고경영자(CEO)는 “서양에서 만든 상에 아시아인들이 지원하는 시대는 갔다”며 “이제 우리가 직접 기준을 만들고 거꾸로 진출하는 아시아형 교육혁신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