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회

등록 : 2014.11.09 20:14

경기 광주시 지역청소년단체 달항아리예술단 아이들이 지난 9월 퇴촌면 한살림 매장과 동네 고물상을 찾아 윤리적 소비 체험 활동을 벌이고 있다.(대상)

2014 윤리적 소비 공모전

“집에서 가져온 헌옷 무게를 쟀더니 나는 1200원이 나왔어요. 친구 연우는 8㎏이라 3200원이나 나왔는데…. 더 많이 가져올걸 그랬어요.”(박지원)

“여기서 파는 건 정말 다 유기농인가 궁금했어요. 사과나 배는 벌레가 많아서 조금은 농약을 친다고 하네요~.”(강나라)

“헌옷을 가져다 새옷처럼 만드는 게 신기했어요. 이렇게 예쁠지는 몰랐어요.”(정승원)

경기 광주시 초월읍 도평리의 지역청소년단체인 달항아리예술단 회원들은 지난 9월 특별한 ‘동네 여행’을 했다. 동네 고물상과 인근 퇴촌면의 생태마을과 한살림 유기농 매장, 그리고 구제옷(중고옷) 매장 등을 차례로 찾았다. 도평초 1학년 승원이는 “우리가 버린 물건들 대부분이 재활용되고 있다는 걸 느꼈고”, 4학년 지원이는 “철은 1㎏에 200원, 헌옷은 300원인데, 구리는 6500원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동네 여행에 앞서 아이들은 일주일 동안 각자 집에서 에너지와 분리수거 현황을 조사했다. 2학년 수미는 “우리집 재활용 쓰레기 중에는 택배 상자가 많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많이 사는 것 같다”고 분석했고, 같은 학년 주언이는 “우리집 가전제품은 대부분 에너지 효율 1등급 제품으로 조사됐다. 에너지를 꽤 아껴 쓰는 편이다”라고 자평했다.

수기·디자인·아이디어 등 300여편 출품 
우리 동네 고물상·헌옷가게 둘러보고 
친환경 제품 구매한 뒤 인증샷 체험담

착한 소비 가사에 담은 랩 자작곡에
‘윤리적 소비 등급제’ 아이디어도 눈길
“형식·내용 다양화…어린이 참여 확산”

경기 광주시 지역청소년단체 달항아리예술단 아이들이 지난 9월 퇴촌면 한살림 매장과 동네 고물상을 찾아 윤리적 소비 체험 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기 안산시 별망초등학교 4학년 1반 아이들은 지난 9월 사회 시간에 ‘똑똑한 소비’ 단원에서 ‘상품에 담긴 숨겨진 이야기’를 배웠다. 초콜릿 원료에는 또래 아이들의 노동이 배어 있고,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동물들이 실험실에서 죽어간다는 것도 알게 됐다. 아이들은 똑똑한 소비자를 넘어 ‘멋있는 소비’를 실천해 보기로 했다. 윤리적 제품을 스스로 구매한 뒤 인증샷을 찍어 서로 공유했다. 효원이는 친환경 자두를 샀고, 용탁이는 저탄소 세제를 골랐다. 지원이는 부모님께 공정무역 커피를 사드렸다. 4학년 1반 담임교사는 “사회과에서 소비에 대해 배우는 단원이 나올 때 똑똑한 소비뿐만 아니라 착한 소비도 생각하면서 실천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체험활동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제품의 환경 영향, 노동권·동식물 보호 수준 등을 평가해 표시하는 ‘윤리적 소비 등급제’를 제안한 아이디어 부문 수상작.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한겨레신문사가 공동 주최하는 ‘2014 윤리적 소비 공모전’ 시상식이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센터에서 열렸다. 올해로 7번째를 맞는 공모전에는 지난해보다 50여편이 늘어난 300여편의 출품작이 쏟아졌다. 올해 주제는 식품안전, 인권보호, 동물복지, 사회적 약자 배려, 환경보호, 민주주의 실천, 지역사회 책임, 제3세계 연대 등 ‘소비에 필요한 생각 8가지’다. 특히 올해부터는 윤리적 소비 경험담을 담은 체험 수기뿐 아니라 윤리적 소비를 활성화할 수 있는 디자인과 아이디어 부문으로 공모 영역이 넓어졌다. 어린이·청소년·일반 등 세 부문에서 21개 수상작이 선정됐고, 별항아리예술단이 대상을, 별망초 4학년 1반이 특별상을 받았다.

“값이 싸다고 귀찮다고, 혹은 관심없다고 외면했던 현실. 그렇게 시름시름 병들어가는 환경, 동물, 그리고 사람….” 일반 부문 1위에는 윤리적 소비를 가사에 담은 랩 음악이 선정됐다. 수상자인 송은석씨는 “윤리적 소비에 대해 알면서도 실행하지 않는 현실과 윤리적 소비의 필요성을 스토리로 녹여 자작곡에 담았다. 음악으로 표현하면 관심과 공감을 얻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 가톨릭청년센터에서 지난 5일 열린 ‘2014 윤리적 소비 공모전’ 시상식에서 청소년 부문 수상팀인 ‘짜투리나무 그리고’가 체험 수기를 발표하고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여럿 제안됐다. 그중에서도 에너지 효율 등급제처럼 윤리적 소비 등급을 제품에 표시하자는 ‘윤리적 소비 등급 표시제’가 호평을 받았다. 제품마다 환경 영향, 노동자 권리, 사용자 안전, 동식물 보호 등 네 영역의 점수를 매겨 평균 등급을 표시하는 방식이다. 윤리적 제품을 평가하고 인증하는 제도적 장치가 도입되면 윤리적 생산과 소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로 평가됐다. 주관 기관 대표 등 6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올해는 아이디어와 디자인 부문을 신설하는 등 변화를 꾀했다”며 “출품작의 내용과 형식이 이전보다 다양해지고, 특히 어린이 부문 공모작이 크게 늘고 질적 수준이 향상된 점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박은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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