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회
[더 나은 사회] ‘가치있는 나눔 토론회’ 지상중계
20대 5명 중 1명꼴로 ‘니트’ 상태
불평등과 빈곤 대물림이 근본원인
“주거·건강 등 다차원 빈곤율 살펴야”
“청년, 빈곤 위험집단으로 부상할 수도”

‘빈곤의 대물림, 어떻게 끊을 것인가’를 주제로 11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가치있는 나눔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이충한 하자센터 기획부장, 이대훈 성공회대 겸임교수, 박미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연구팀장, 문보경 사회투자지원재단 상임이사, 이병훈 중앙대 교수, 이봉주 서울대 교수, 김미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빈곤의 대물림, 어떻게 끊을 것인가’를 주제로 11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가치있는 나눔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이충한 하자센터 기획부장, 이대훈 성공회대 겸임교수, 박미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연구팀장, 문보경 사회투자지원재단 상임이사, 이병훈 중앙대 교수, 이봉주 서울대 교수, 김미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국의 20대 청년 5명 중 1명이 일하지도 않고 교육이나 훈련을 받고 있지도 않은 ‘니트’(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일 정도로 니트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니트는 가난과 가깝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집의 청년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까지 가정에서 심리적·물질적 지원을 받지만, 그럴 여유가 없는 집안의 청년들은 원하는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니트 상태에 빠지기 쉽다. 가난할수록 니트에 놓일 확률이 높고, 그렇게 더 가난해진다. 빈곤 대물림의 현상 중 하나인 청년 니트 문제의 해답을 논의하고자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1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빈곤의 대물림, 어떻게 끊을 것인가’를 주제로 나눔의 가치를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재)일과사람연구소가 후원했다.

■ 가난할수록 니트도 많아 발제자로 나선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기 니트를 더는 청년 개인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불평등, 노동시장 구조 등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득 불평등이 심하지 않았던 1990년대에는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기능했지만, 불평등이 심해진 2000년대 이후로는 세대 간 경제력 대물림의 통로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5년 현재 저소득층(중위소득 50% 미만) 청년의 23.1%가 니트로, 고소득층(중위소득 150% 이상) 청년 니트(12.2%)의 두 배 가까이 많다. 일을 한다고 해도 저소득층이 ‘괜찮은 일자리’를 얻는 경우는 드물다. 저소득층의 60% 정도는 중위소득의 60% 미만을 받으며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비정규직 형태의 불안한 고용 상태에 놓여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본인이나 자녀의 미래가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점점 작아지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서 본인 세대의 계층이동 가능성이 큰 편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2009년에는 21%였지만 2017년에는 13.4%로 줄었다. 미래 세대의 계층이동 가능성도 같은 기간 35.9%에서 23.4%로 줄었다.

김미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토론에서 “가구유형별로 청년 빈곤율을 살펴보면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 가구의 빈곤율이 가장 낮다. 부모로부터 독립할 여유도 없을 정도로 가난한 청년들이 통계에 잡히지 않아 청년 빈곤율이 실제보다 낮게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며 “경제력뿐만 아니라 주거, 건강, 고용, 사회문화적 자본, 안정성 등을 고려하는 다차원 빈곤율을 살필 것”을 제안했다.

청년 빈곤율 자체는 7.6%로 전체 빈곤율(13.8%)보다 낮다. 하지만 다차원 빈곤율은 11.6%로 전체 다차원 빈곤율(12.1%)과 비슷한 수준이고, 특히 안정성, 고용, 주거, 경제력 분야의 빈곤율은 전체 빈곤율을 크게 웃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시장 상황, 잠재 성장률 하락세, 4차 산업혁명 등을 고려할 때 청년이 빈곤 위험집단으로 부상할 수 있다”며 “이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주거지원, 직업훈련, 고용 서비스 등의 다양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고임금 근로자인 공공기관 종사자, 교수, 고위 공무원 등의 임금 동결, 그 재원을 활용한 일자리 나누기 같은 고통 분담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 ‘빈곤의 대물림’ 고리 끊을 실험 청년 니트를 지원하는 일은 불평등과 빈곤 대물림의 악순환을 끊는 일이다. 이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부모보다 가난한 밀레니얼 세대가 이슈가 되고 있는 미국에선 ‘유스 빌드’(Youth Build)라는 사업을 통해 빈곤가정의 청년들에게 멘토링, 진로 탐색, 자격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특히 지역사회 건설에 초점을 맞추어 유스 빌드를 졸업한 청년들이 유스 빌드를 통해 후배 세대를 돕도록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민간 차원에서 여러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미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나눔연구소 연구팀장은 이 단체가 2016년부터 3년 동안 진행하고 있는 ‘희망플랜’ 사업을 소개했다. 희망플랜 사업은 서울 은평, 경기 부천, 전북 전주 등 전국 11개 지역에서 14~24살 청년 1147명을 대상으로 한다. “소외 계층의 청년들이 니트 상태에 빠지기 전에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청소년·청년 당사자, 가족, 지역사회 단위의 지원을 제공한다. 교육 지원, 진로 탐색 등 맞춤형 비전 제시, 가족 캠프, 지역사회 네트워크 강화 등이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이다. 가정환경이나 사회경제적 조건 등이 니트 상황을 야기하는 만큼, 참가자 개인뿐만 아니라 주변을 개선하는 노력을 함께 기울이는 것이다.

그 결과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의 구직 의향은 전반적으로 증가했고, 스스로 “꿈이 생겼다”고 말하는 청년도 늘어났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박 팀장은 “청년들이 니트 상태를 완전히 벗어나게 하는 데까진 이르지 못했다. 민간 지원 사업은 규모의 한계가 있는 만큼 중앙이나 지방 정부 정책과 연계해서 교육·노동·복지 차원의 종합적인 접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 사회투자지원재단 상임이사는 시민 출자를 통해 청년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터무늬있는집’ 사례를 소개했다. 2018년 11월 기준으로 개인 46명과 단체 6곳이 각각 100만~1000만원씩 출자금 2억5천만원을 모아 서울 강북구에 2곳, 경기 부천에 1곳의 집을 임차했다. 세 집엔 모두 청년 40명이 사는데, 이들은 시세의 절반 수준의 월세만 내고 거주한다. “안정적인 주거가 확보되어야 청년들이 미래를 위해 도전할 여지가 생긴다”고 강조한 문 상임이사는 “시민 출자는 선배 세대가 청년들과 협력하는 모델”이라며 “힘내라는 말 대신 실질적인 힘을 주는 선배가 되자”고 말했다.

송진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연구원 jysong@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혁신은 안정과 행복을 먹고 자란다…“복지국가와 혁신경제는 한몸”

‘혁신경제와 복지국가’ 토론회 안정감·만족도 클수록 창의성 높여 사회정책의 포용성도 긍정적 효과 정부의 ‘혁신 촉진자’ 역할 매우 중요 “생산성 낮은 기업 과감히 퇴출시켜야” ‘혁신경제와 복지국가’ 토론회가 지난 22일...

  • HERI
  • 2019.04.25
  • 조회수 4503

성장의 시대에서 성숙의 시대로…“공공기관 사명 재정립해야”

[더 나은 사회] ‘2019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포럼’ 열려 설립 근거법 고치고 실행 기준도 필요 “단기적 성과보다 참여와 공감대가 핵심” 공공성과 효율성 조화는 풀어야 할 과제 ‘2019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포럼’이 1...

  • HERI
  • 2019.04.18
  • 조회수 5009

플랫폼 협동조합 성공모델 어떤 것이 있나

2012년 독일에서 설립된 플랫폼 협동조합 ‘페어몬도’는 영국 지부를 개설하는 등 지역 협동조합의 연합회 방식으로 글로벌 플랫폼 협동조합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페어몬도 누리집 갈무리 업앤고 집 청소, 아기 돌봄...

  • HERI
  • 2019.04.12
  • 조회수 4731

“약탈적 공유경제는 가라”…플랫폼 협동조합이 뜬다

[더 나은 사회] 모든 경제활동의 플랫폼화 현상 심해 ‘네트워크 효과’로 승자독식 뚜렷해져 협동조합 방식 적용하려는 시도 주목 함께 운영하고 수익 나누는 ‘사회운동’ 디지털 경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전세계적으로 플랫폼 ...

  • HERI
  • 2019.04.11
  • 조회수 5994

환경 살리는 패러다임 전환, 지역 사회적 경제에서부터

[제9회 사회적 경제 정책포럼] 환경 분야 사회적 경제의 쟁점과 과제 환경 문제에 점점 둔감해지는 ‘생태적 문맹’ 심화 생태적 경제로의 경제,사회 시스템 전환 불가피 자연적 한계와 사회적 기초 함께 고려하는 모델 블록...

  • HERI
  • 2019.04.08
  • 조회수 4868

“성장 대신 행복을!”…‘행복의 경제학’ 어떻게 봐야 할까

[더 나은 사회] 금융위기 계기로 ‘행복 담론’ 확산 추세 국민총행복전환포럼 등 국내 움직임도 행복영향평가 도입과 행복세 주장 펼쳐 중장기 복지국가 전략으로 탈바꿈해야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국민총...

  • HERI
  • 2019.03.28
  • 조회수 4756

세계화와 AI가 만났을 때…일자리 지도는 어떻게 바뀔까

[더 나은 사회] 세계화와 로보틱스의 동시적 진행 볼드윈, ‘글로보틱스 격변’이라 정의 원격지능과 인공지능의 세상 그려내 글로벌 가치사슬도 변화 흐름 뚜렷 이제는 데이터 흐름이 세계화 주도 선진국 서비스 부문에 집중된...

  • HERI
  • 2019.03.22
  • 조회수 18696

공유와 연결로 일자리·지역혁신 두 토끼 노린다

[더 나은 사회] 인구 줄고 일거리 없어 ‘소멸’ 위기 놓인 지역에서 혁신창업으로 기회 찾는 ‘당신의 과수원’·‘다자요’ 빈집 재생 벤처 ‘다자요’의 첫 프로젝트인 ‘도순동 돌담집’ 1호점 빨간집. 제주/조혜정 수석연구원...

  • HERI
  • 2019.03.14
  • 조회수 4732

“제2 벤처붐 조성해 3040 일자리 늘리겠다”

[인터뷰]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 “상반기 저점으로 고용사정 나아질 것 일자리 안정자금 효과적, 계속 편성해야 단기 공공 일자리 비판 타당치 않아 욕먹더라도 취약층 위해 예산 써야 기업들 광주형 일자리 모델에...

  • HERI
  • 2019.03.11
  • 조회수 4538

“포용국가 이루려면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 부터 개혁해야”

(재) 동천 주최 ‘사회복지법연구 세미나’ 사회복지계 숙원인 전달체계 개편 본격 제기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관리·감독에 머물러 지원은 충분치 않고 민간의 자율과 활력 제한 복지는 국가가 책임지는 국민의 권리로 봐야 지난...

  • HERI
  • 2019.03.08
  • 조회수 6207

“수백억원 가치의 사회적 경제 기업이 쏟아지는 날까지”

제2회 ‘H-온드림 데모데이’ 행사 열려 ‘H-온드림 사회적기업 창업오디션’ 기업-투자자 연결 소셜 비즈니스 창업·성장 돕는 민관협력 생태계 창업 2~3년 차 ‘죽음의 계곡’ 넘는 사다리 제공 사회적 사명이 수백억 원 기업가...

  • HERI
  • 2019.02.28
  • 조회수 5312

차별은 남성이 받는데, 혜택은 왜 여성이 받나?

정책기획위 ‘포용국가와 청년정책’ 토론회 2030세대 설문조사·심층인터뷰 “성별·직업 유무·결혼 여부 등 각자 놓인 조건에서 모두 힘든 상황 젠더 관련 이슈 특히 부각되자 쌓인 불만이 ’젠더 갈등’ 양상으로 폭발” ’20대 ...

  • admin
  • 2019.02.22
  • 조회수 12474

‘불평등은 부자의 책임’ 미국·프랑스 달구는 ‘부유세’…한국은 어떻게

미 민주당 중심 부유세 논의 활발 프 ‘노란 조끼’는 부자 감세 저항 2000년대 들어 소개된 한국선 대중 지지 높지만 정부 소극적 “복지 수요 커져 증세 못 피해” “소득재분배 초점 맞춰 논의 필요” 프랑스 ‘노란 조끼...

  • admin
  • 2019.02.14
  • 조회수 6698

금융이 사회를 만났을 때…걸음마 ‘사회적 금융’에 날개 달까?

[더 나은 사회] ‘사회가치연대기금’ 출범 계기로 태동기 국내 사회적 금융 ‘도약’ 발판 자생력 갖춘 생태계 만드는 게 관건 정부, 인력 양성 등 인프라 구축 힘써야 정부의 사회적 금융 활성화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

  • HERI
  • 2019.01.30
  • 조회수 4750

공동 브랜드에서 ‘종합상사’까지…사회적경제에 부는 ‘유통 혁명’

[더 나은 사회] ‘유통’에 취약한 사회적경제기업 시장개척·판로확대가 ‘발등의 불’ 소셜 벤더 등 전문 역량 결합하고 연대와 협력으로 힘 키우기 결실 11일 서울 도봉구 농협하나로마트 창동점에 있는 사회적경제기업 전용몰...

  • HERI
  • 2019.01.24
  • 조회수 5155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 당사자 참여 못 높여…‘국민 이해’엔 도움 될 수도

[더 나은 사회] 최저임금 좌담회 김용근 경총 부회장 “최저임금위 개편은 노사 간 균형점 찾은 것 최저임금 탓 지난해 고용증가 10만명으로 감소 중위임금의 68%로 세계 최고…급감속 필요”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

  • HERI
  • 2019.01.17
  • 조회수 5344

“독점기업을 해체하라”…우파의 ‘자본주의 구하기’는 성공할까

[더 나은 사회] <자본주의의 신화>·<급진적 시장들> 등 불평등 확대를 ‘독점’ 탓 돌리는 흐름 등장 반독점 정책, 데이터 개방 등 주장 이어져 규칙과 질서 지키는 정부 역할 되새길 만 2018년 11월1일 미국 메사추세츠주 켐...

  • HERI
  • 2019.01.10
  • 조회수 5574

‘가격도 세금도 네 맘대로’, 단 그 가격에 팔아야 한다면…

[더 나은 사회] <급진적 시장들>, 어떤 내용 담겼나 경매 원리, 자산거래·투표 등에 적용 ‘공동소유 자기평가 세제’ 모델 가능 자산 소유에서 ‘점유’로 무게중심 옮겨 선호도 드러낼 ‘제곱투표’ 방식도 대안 자산에 대한 ...

  • HERI
  • 2019.01.10
  • 조회수 5486

지역을 바꾸는 ‘생활SOC’, 사회혁신의 거점 될까

[더 나은 사회] 정부, 내년도 예산 8조6천억 편성 ‘삶의 표준’ 담은 중장기 추진계획 준비 “새로운 망이 깔리는 것과도 같아” “공공이 인내심 가지고 기다려줘야” 서울 은평구 구립 구산동도서관마을을 찾은 청소년들이...

  • HERI
  • 2018.12.26
  • 조회수 5717

소득 불평등 풀 ‘지혜’ 한 자리…해법 ‘모색이 아니라 실행을’ 비판도

[더 나은 사회] 제1차 포용복지포럼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포용성장·소득주도성장 모델 확장한 ’역량 증진-고용-소득’ 선순환 구조 제시 연금 통합·기초연금 확대 등 소득보장 노인 건보료 완화·주택수당 도입에 고...

  • HERI
  • 2018.12.20
  • 조회수 4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