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8일 르완다 키갈리 키자미테이블에서 진행된 아름다운커피-키자미테이블의 상호 협력 협약식 모습. 키자미테이블 제공
지난 9월,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 간판 두개를 나란히 내건 식당 하나가 생겼다. 간판은 ‘키자미테이블’과 ‘아름다운커피’. 키자미테이블은 한국에 아프리카 음식을 소개하고 아프리카에서는 식당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소셜벤처고, 아름다운커피는 공정무역 커피 등을 판매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두 회사는 요즘 새로운 커피 산지로 주목받는 르완다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키자미테이블은 류현정 대표가 한국국제협력단을 통해 르완다에서 3년여 활동한 경험을 살려 르완다에 현지 청년을 고용하는 식당을 낼 계획이었고, 아름다운커피는 새로운 원두를 찾는 동시에 판로 개척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 두 회사가 같은 곳에서 새 사업장을 낼 계획이라는 걸 알게 됐다. 류 대표의 르완다 생활 경험으로 쌓은 네트워크와, 아름다운커피의 커피는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줄 매력이었다. 지난 7월, 양해각서를 체결한 두 회사는 키갈리에서 ‘한 지붕 두 간판’ 매장을 내고 공동운영에 나섰다.
사회적기업 두손컴퍼니가 물류센터 ‘품고’를 운영하기 시작한 건 2015년이다. 원래 두손컴퍼니의 주력 사업은 종이옷걸이 판매로, 그 수익으로 노숙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노숙인 고용을 늘릴 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그린 그림으로 가방과 휴대전화 케이스 등을 만들어 파는 사회적가치 추구 기업 마리몬드가 제품 포장과 배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리몬드의 윤홍조 대표와 디자이너까지 포장·배송에 투입될 지경이었다. “두 손으로 일해 일자리를 만든다”는 두손컴퍼니의 목표가 포장·물류 업무에 꼭 어울린다는 생각이 박찬재 대표의 머리를 스쳤다. 두손컴퍼니는 그길로 종이옷걸이 사업을 접고 물류회사로 탈바꿈했다. 결과는 승승장구. 물류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중소기업 제품까지 취급하게 됐다. 4명이던 직원은 8명으로 늘었고, 올해 매출은 20억원을 내다볼 정도로 성장했다.
두손컴퍼니에서 운영하는 물류서비스 ‘품고’ 직원 사진. 품고 페이스북 갈무리
이렇게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활로를 찾으려 협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과 인력으로 지속가능성과 사회적가치를 함께 추구해야 하는 사회적경제 기업들로선 품앗이하듯 힘을 합치는 게 여간 도움이 되는 게 아니다. 르완다 현지에 파견된 김다영 아름다운커피 매니저는 “현지 주민의 자립이라는 비슷한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에 협의가 수월하다. 일반 계약처럼 단순한 갑을 관계가 아니라 장기적인 비전을 함께 나누며 서로 배려하며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설령 협업으로 벌어들이는 매출이 당장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지 않더라도, 일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크다. 장기적 협업의 가능성도 있다. 박찬재 대표는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의 경우 우리 작업자분들을 훨씬 존중하고 인간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변형석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는 “다양한 지역과 업종에서 사회적경제 기업끼리의 협력이 점차 두드러지는 추세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자원이 부족하다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비슷한 업종·벨류체인으로 연결된 기업들이 협력하는 모양새”라고 했다.
박선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so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