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지난달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8년 세법개정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김병규 세제실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지난 30일 정부가 발표한 ‘2018년 세법개정안’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세수가 감소하는 내용을 담아 학계와 시민단체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근로·자녀 장려금을 확대하여 저소득층에게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증세 없이 재정지출만 늘린 탓에 국가 운영의 방향성과 재정 악화가 우려스럽다는 평이다.
세법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근로·자녀 장려금 확대만으로 내년에 4조 이상의 지출이 늘어난다. 하지만 그 지출을 메꿀 증세 방안이 부족하다. 정부는 부동산 세제를 적정화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2020년까지 90%로 올리는 안을 내놓는 데 그쳤다. 이를 100%로 올리자고 한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권고안보다 후퇴한 것이다. 대기업 법인이 주로 가진 종합합산토지의 최고세율도 참여정부의 4%보다 낮은 3% 인상에 그쳤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후에도 강남 집값이 계속 오른다는 것은 보유세 부담이 크지 않다는 뜻”이라며 강력한 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계층별 세부담 귀착 효과를 보면, 5년간 순액 기준으로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의 세부담은 각각 2조8254억원과 3786억원 줄고, 고소득층과 대기업의 세부담은 각각 2223억원과 5659억원 늘어난다. 이러한 지출과 수입의 불균형으로 인해 내년 세수는 올해보다 3조281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5년간 누적 금액을 보면 12조6018억원에 달한다. 고소득층과 대기업에도 다양한 세제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7~2021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재정수입보다 재정지출의 증가 폭이 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2019년 33조원, 2020년 38조4천억원, 2021년 44조3천억원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번 세법 개정을 통해 재정적자 규모가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향후 복지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약 19조원으로 예상되는 초과세수로 부족분을 메꿀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초과세수는 세입을 과소추계하여 발생한 것이지 실제로 재정에 여유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정부가 초과세수를 근거로 증세를 회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태일 고려대 교수(행정학)도 “세법은 한번 개정하면 영향력이 오래가는 만큼 일시적인 경제 대응 정책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 경기 부양은 정부지출을 늘려서 실행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진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연구원 jy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