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회
이윤과 성장보다 공동체 이익 중시
사회적 경제가 기후위기 시대 대안
‘사회적 경제로 그린뉴딜’ 모색 활발

시민참여형 재생에너지 협동조합
주거 취약계층 주택 그린 리모델링
습지 등 생태 공간 보존과 활용

지역 중심성·시민 참여 원칙 바탕
사회적 경제 확장 가능성 주목
“그린뉴딜 동반자 인정하고 지원을”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이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 진행하는 샛강 산책 프로그램에 참가한 시민들이 산책로를 따라 걷고 있다.(왼쪽) ‘한강’의 조류 관찰 프로그램인 ‘샛강 얼리버드’ 참가자들이 샛강에 사는 새들을 관찰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제공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이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 진행하는 샛강 산책 프로그램에 참가한 시민들이 산책로를 따라 걷고 있다.(왼쪽) ‘한강’의 조류 관찰 프로그램인 ‘샛강 얼리버드’ 참가자들이 샛강에 사는 새들을 관찰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제공

에너지와 기후변화 문제에 천착해온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에게는 최근 새로운 화두가 하나 생겼다. 바로 ‘사회적 경제’다. 에너지 연구자가 웬 사회적 경제냐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기후위기 시대 대안경제의 단초를 사회적 경제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7월 사회적 경제 계간지인 <생협평론>의 원고 청탁을 받아 글을 준비하면서 이런 생각을 구체화했다고 한다. 기고문 제목이 ‘사회적 경제로 그린뉴딜 하기’이다. 그는 기고문에서 “탄소중립(넷제로)을 위한 대안경제는 지역 기반 사회적 경제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고 썼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시민의 생활에 꼭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그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사회의 회복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제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는데, 사회적 경제가 여기에 딱 맞는 방식이라는 얘기다.


이 연구원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린뉴딜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불평등 해소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이미 많이 하고 있고, 또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실현 전략으로 ‘사회적 경제 기반 그린뉴딜 30분 도시’를 제시했다. 지역 공동체 안에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같은 믿을 만한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실핏줄처럼 퍼져 있어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30분 안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집수리, 돌봄, 먹거리, 의료, 문화 등 삶에 꼭 필요한 것들을 충족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그는 “이렇게 연결되는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적 경제가 명실상부한 경제의 한 축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며 “그린뉴딜이 사회적 경제의 폭을 넓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 왜 사회적 경제 그린뉴딜인가? ‘사회적 경제가 그린뉴딜의 좋은 짝이 될 수 있다’는 전망과 기대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 주최로 열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 대전환과 사회적 경제’ 정책토론회에서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연대와 협력, 공동체의 가치를 우선하는 사회적 경제가 한국판 뉴딜 성공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며 “사회적 경제 방식의 접근을 통해서 한국판 뉴딜은 더욱 지역에 잘 뿌리내리고, 시민들은 정책의 적극적인 참여자로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중심성’과 ‘시민 참여’라는 사회적 경제의 특성이 한국판 뉴딜의 성공에 기여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김 의원은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회장 출신의 사회적 경제 전문가다. 정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사회적 경제 기업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에도 ‘그린뉴딜 등 한국판 뉴딜의 지역 확산과 연계한 사회적 경제 사업 모델 발굴’이 포함돼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사회적 경제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사회적 경제의 본질에서 비롯된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경제는 ‘연대와 협동을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활동’으로 정의된다. 구성원의 참여, 민주적 운영, 이익의 공유와 환원 등을 원칙으로 삼는다. 지역순환 경제를 지향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대부분의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지역에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한다. 성장과 이윤 추구에 매달리는 일반 기업과 달리, 공동체의 이익을 중시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회적 경제의 이런 특성들은 그린뉴딜과 궁합이 잘 맞는다. 그린뉴딜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기후위기는 결국 지구 생태계의 한계를 넘는 성장을 추구해온 대가라고 할 수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제 시스템과 함께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시민들이 기후위기를 자기 문제로 인식하고 참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대표적인 ‘사회적 경제 방식 그린뉴딜’ 사례라 할 수 있는 햇빛발전협동조합이 좋은 예다. 시민들이 낸 출자금으로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는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창수 이사장은 “햇빛발전협동조합에 출자한다는 것은 자신의 발전소를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가 쓸 전기를 스스로 만든다는 자부심은 ‘내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고 있다’는 효능감을 낳고 기후위기에 대한 각성과 에너지 시민의식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민참여형 협동조합은 그린뉴딜에 가장 적합하고 유용한 방식”이라며, 전국 곳곳에 시민이 주인인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이 들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은 에너지 전환, 그린 리모델링 등 그린뉴딜의 주요 프로젝트가 ‘분산형’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그만큼 지방정부와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이달 초 펴낸 ‘사회적 경제 정책포커스’에 쓴 글에서 “지방정부가 탈탄소 사회를 주민과 함께 만들겠다는 계획을 잘 세우면 주민이 지방정부 그린뉴딜의 강력한 지지자가 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지역의 공동체나 주민들과 연계된 사회적 경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시민참여형 에너지협동조합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원들이 안산예술의전당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을 살펴본 뒤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안산/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시민참여형 에너지협동조합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원들이 안산예술의전당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을 살펴본 뒤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안산/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 사회적 경제와 그린뉴딜, 어떻게 만날까 이유진 연구원은 “사회적 경제로 그린뉴딜을 하면 시민 생활에 직접 도움을 주고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며, △지역에서 생산하는 재생에너지 △폭염·한파에 대비하고 에너지 비용을 줄여주는 집수리(그린 리모델링) △탄소 배출을 줄이는 건강한 먹거리 △공공교통과 자전거 △자원 순환 △생태 보존 △전환 학습(탄소중립을 위한 교육) △전환 문화(예술·놀거리·생태관광) 등을 ‘사회적 경제 그린뉴딜’ 유형으로 제시한다.


이 가운데 사회적 경제의 참여가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재생에너지 생산이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누리집에서 ‘햇빛발전’으로 검색을 하면 76곳, ‘태양광’으로 검색하면 80곳이 나온다. ‘에너지협동조합’이란 이름으로 태양광 발전을 하는 곳도 꽤 많다. 이들 가운데 시민참여형 햇빛발전소를 운영하는 협동조합은 60여곳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곳이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다. 시민들이 낸 출자금으로 공공기관 옥상 등을 빌려 25곳에서 태양광 발전을 한다.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이기도 한 이창수 이사장은 “햇빛발전 운영뿐만 아니라 발전소 설치와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시민참여형 협동조합을 전국에 순차적으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라며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태양광을 설치하는 주택이 늘어나면 설치와 유지·보수에 필요한 일자리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중에서 발전 부문 비중은 36%에 이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 2040년까지는 최대 35%로 높일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강국인 독일과 덴마크에서는 주민들이 설립한 협동조합이 대규모 풍력·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저소득층 노후 주택 그린 리모델링은 주거복지와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동시에 낼 수 있는 사업이다. 지역 내 사회적 약자 보호에 관심을 기울여온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다. 주거환경 개선이나 도시재생 사업 등과 연계해 일자리를 만들어낼 여지도 크다. 주민들이 설립한 협동조합 세곳이 주축이 되어 10년째 ‘에너지 전환 운동’을 이어오고 있는 서울 성대골에선 지난해 마을 기술자들을 모아 노후 주택의 건물 에너지 성능 개선 공사를 해주는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공간을 가꾸는 일도 사회적 경제의 확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은 서울 여의샛강생태공원을 위탁 관리하며 ‘한강길 에코 투어’, 샛강 산책 등 다양한 생태·인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제주 선흘리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사회적협동조합 ‘선흘곶’을 설립해 습지보호지역인 동백동산에서 생태관광 사업을 진행한다.


이유진 연구원은 “사회적 경제가 그린뉴딜 과정에서 제 역할을 하려면 무엇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적 경제를 협력 파트너로 인정하고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며 “안산에서 햇빛발전이 활기를 띨 수 있었던 데에는 공공 소유의 공간을 내주는 등 안산시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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