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회
사회적 경제 3법 이번에는 꼭!
① 사회적 경제 기본법
사회적 경제의 정의와 범위 등 규정
통합·지속적 정책과 지원에 필수적
2014년 첫 제출 뒤 발의·폐기 거듭
21대 국회 ‘압도적 다수’ 민주당 적극적
‘6전7기’ 국회 통과 기대감 높아져

지난해 11월 충북 충주시 한국자활연수원에서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주최로 열린 ‘2019 사회적경제 활동가 대회’에서 전국에서 모인 사회적 경제 활동가들이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해 11월 충북 충주시 한국자활연수원에서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주최로 열린 ‘2019 사회적경제 활동가 대회’에서 전국에서 모인 사회적 경제 활동가들이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사회적 경제 기본법,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 사회적 경제 기업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 ‘사회적 경제 3법’이라고 불리는 법들이다. 요즘 사회적 경제에 몸담고 있는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이 3법이다.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꼭 필요한 법들인데다, 입법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서 176석을 차지해 ‘거대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여러 차례 3법의 제정을 공언한 바 있다. 3법이 어떤 내용으로 구성돼 있고, 왜 필요한지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6전7기’는 가능할까? 6번의 실패를 딛고 7번째는 성공할 수 있을까? ‘사회적 경제 기본법’ 얘기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사회적 경제 기본법(이하 기본법)을 발의했다. 2014년 4월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처음 발의한 이래 벌써 7번째다. 19대와 20대 국회 때 각각 세 건이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여야 간에 첨예한 쟁점이 있는 법안이 아닌데도 소관 상임위(기획재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의 벽도 넘지 못했다. 사회적 경제 단체들은 “기본법은 말 그대로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가장 기본이 되는 법률이다. 올해 안에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사회적 경제 기본법, 왜 필요한가

우리나라에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존재한다. 이들도 일반 기업처럼 재화와 용역의 생산·판매 등 경제활동을 하는 엄연한 기업들이다. 다만, 경제적 가치와 함께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 사회서비스 제공 등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사회적 경제를 ‘국가와 시장 사이에 존재하는 조직에 내재된 것으로 사회적 요소와 경제적 요소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제3부문, 연대경제, 시민경제 등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한국에서 사회적 경제는 아직 법적 지위를 갖지 못한 상태다. 사회적 경제의 정의가 뭔지,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조차 모호하다. 근거 법률인 기본법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제 종사자들 사이에서 ‘세상에 태어났는데 호적이 없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사회적 경제 관련 법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하나로 꿰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기업육성법, 협동조합은 협동조합기본법, 자활기업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적용을 받는다. 소관 부처도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로 나뉘어 있다. 마을기업의 경우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 육성사업 시행지침이 근거 규정이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법제가 만들어지다 보니, 조직 형태별로 법적 근거와 정책적 기반이 통일성 없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사회적 경제 단체들은 사회적 경제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중심에 두고 여러 사회적 경제 조직들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모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은 “사회적 경제 관련 법과 정책이 부처별로 분절화되어 있다 보니 정책 수립과 집행, 지원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과 지원을 통해 건강한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기본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법센터를 운영하는 법무법인 ‘더함’의 이경호 대표 변호사도 “지금은 각각의 사회적 경제 조직별로 주무 부처와 지원제도 등이 다 나뉘어져 있어 통합적인 정책을 실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지금까지는 사회적기업육성법 등 ‘각론’만 개별적으로 존재해 왔는데 이제 ‘총론’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정책입법의 성격을 갖는 기본법이 다른 사회적 경제 관련 법령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들을 재정비하는 틀이 될 수 있고, 사회적 가치를 공공과 민간 영역으로 확산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윤호중 의원이 이번에 낸 법안을 포함해 그동안 국회에 제출된 기본법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법안에는 △사회적 경제의 정의 및 기본원칙 △사회적 경제 기업의 범위 △5년 단위의 사회적 경제 발전 기본계획 수립 △대통령 소속 사회적경제발전위원회 설치 △한국사회적경제개발원 설치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강민수 위원장은 “기본법이 시행될 경우, 사회적 경제 정책이 모든 중앙부처와 전국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서 조화롭게 집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회적 경제가 법적으로 ‘공인’을 받게 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경호 변호사는 “사회적 경제가 국가나 시장이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이나 기본원리도 아직 법규범으로 승인받지 못한 상태다. 기본법이 제정되면 사회적 경제가 법제도로 정착되고 관련 정책의 기본원칙과 방향을 제도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본법은 사회적 경제 정책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강민수 위원장은 “지금은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 경제에 우호적이어서 여러 지원 정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권이 바뀔 경우 언제든 후퇴할 수 있다. 정책 결정권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정책이 유지되려면 기본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 입법 논의 경과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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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법이 처음 발의된 것은 19대 국회 때인 2014년이다. 그해 4월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의 유승민 의원이 처음으로 법안을 제출한 데 이어 10월과 11월에 각각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박원석 정의당 의원도 법안을 발의했다. 세 법안이 큰 틀에서 거의 차이가 없는데다 142명의 여야 의원이 발의자로 참여해 국회 통과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발의 당시만 해도 ‘초당적 민생법안’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법안은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 부닥쳤다. ‘부처 간 이견’ 등을 이유로 들었다. 급기야는 ‘사회주의 경제법’이라며 이념 공세를 펴기도 했다. 그러다 2015년 7월 유 의원이 ‘소신 발언’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불화를 빚다 원내대표에서 물러나면서 입법 추진 동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도 더 거세졌다.

20대 국회 들어서도 2016년 윤호중 의원과 유승민 의원, 2019년엔 강병원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지만, 정쟁과 무관심, 보수 진영의 부정적 인식 탓에 계속 뒷전으로 밀리다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국회 논의 과정을 줄곧 지켜본 김영식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사무국장은 “기본법은 19대 국회부터 여야가 비슷한 내용을 담아 논의해온 법안으로 핵심 내용에선 큰 차이가 없다”며 “그런데도 제정이 안 된 가장 큰 이유는 보수 야당의 정치적 반대 때문”이라고 짚었다.

기본법 제정을 약속해온 민주당이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데다 정부도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어 이번에는 입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사회적 경제 단체들은 기대한다. 기본법 제정을 포함한 ‘사회적 경제 활성화’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 입법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김영배 의원은 “올해 안 사회적 경제 3법의 국회 통과를 목표로 입법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처음 법이 발의된 뒤 시간이 많이 지나 정책 환경이 달라진 만큼, 이런 변화를 기본법에 반영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입법추진단은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와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 대전환과 사회적 경제’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연다.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경제 정책을 평가하고 ‘그린뉴딜’을 위한 사회적 경제의 역할과 입법과제 등을 짚어보는 자리다. 김 의원은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민주당 차원의 사회적 경제 3법 입법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종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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