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회
【더 나은 사회】 인터뷰: 김영욱 카이스트 초빙교수

김영욱 카이스트 초빙교수

김영욱 카이스트 초빙교수

코로나19에 대해 언론은 연일 비상한 관심을 갖고 보도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바로 앞에 닥친 문제에 언론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김영욱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기후변화라는 이보다 더 심각하고, 사실은 더 시급한 문제이지만 이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부족하다”고 말한다. 유럽 의회가 지난해 11월 선언한 것처럼 기후문제는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라는 것이다. 기후변화와 연관된 보도를 언론이 어떻게 해야 바람직한지 김 교수에게 12일 질문했다. 언론학자인 김영욱 교수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팀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대학에서 과학 저널리즘을 강의하고 있다.

―기후변화 같은 이슈를 언론이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이유는?

“과학과 기술이 결부된 영역은 전문화, 세분화되어 비전문가가 접근하기 어렵다. 아울러 문제가 매우 복합적이고, 경제적 이해관계와도 결부돼 있다. 그래서 과학적 진실이 가진 ‘마지막 불확실성’을 지렛대로 조직적 저항을 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지구온난화가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 때문이라는 사실에 대한 학계의 합의가 형성된 뒤에도 소수의 과학자가 과학의 이름으로 이를 부정하고, 관련 기업이 이를 이용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게다가 오늘날 과학자들은 순수하게 과학적 진실만을 추구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실적 경쟁에 내몰려 있고, 연구비를 확보해야 하며, 명성을 쌓아야 한다. 이른바 ‘황우석’은 도처에 있다.”

― 태양광과 풍력발전에 관해 일부 언론이 지속해서 부정적인 보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일부 보수 일간지와 경제지의 부정적 보도는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정치적 비판과 견제의 성격을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기조로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하자 탈원전에 반대하면서, 신재생에너지가 핵발전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를 가진 보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태양광발전 정책과 그 시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실제적인 문제점과 부작용에 대한 지적과 비판이기도 하다. 의도와 동기가 무엇이든 이러한 비판적 언론이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에너지전환에 대해 정파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의 부작용은?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는 항상 문제가 따르는데, 이를 부당하게 이용해 이익을 취하려는 주체들도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과도한 강조는 정책이 지향하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목표를 좌절시킬 위험이 있다.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또는 중요한 대안이 태양광, 풍력 등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이다. 언론은 부작용이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넘어 이를 보완하고 발전해 갈 수 있게 정책에 대한 감시와 견제, 비판해야 한다. 정파적 동기에서 나온 비판이 타당한 정책까지 좌절시킨다면 ‘목욕물이 더럽다고 아이까지 버리는’ 결과가 된다.”

―한국 언론은 환경과 경제를 양자택일의 문제처럼 보도하는 경향도 있다.

“지금까지의 편안함과 풍요를 계속 누리면서 기후위기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경제성장 프레임은 환경은 물론 전 지구적 평화와 공존을 위해서도 시급히 교정되어야 한다. 기후문제는 삶의 방식과도 관련되는 문제라는 점을 언론이 잘 다루어 나갈 필요가 있다.”

―언론은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과학기술이 삶을 결정하는 핵심 영역이 되었음을 인식하고 그에 상응하는 뉴스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전문적인 취재 체제와 역량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이다. 국민도 기후변화와 같은 복잡한 이슈를 제대로 이해하는 문해력(리터러시)을 스스로 길러가야 한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28478.html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시민건물주’ 쉬워지려면…영국 ‘공동체 우선 입찰권’ 검토해볼만

시민자산화 현황과 과제 ‘둥지내몰림’ 위기 해빗투게더 시민 펀딩으로 건물 매입 모색 사회적 금융 지원 강화도 시민자산화를 위한 펀딩 시작을 알리는 ‘해빗투게더 협동조합’의 안내문. 펀딩은 이달 21일까지 크라우드펀딩 플...

  • HERI
  • 2020.06.08
  • 조회수 2710

주인이 100명인 마을펍…‘시민자산화’로 직진

[더 나은 사회] 목포 만호동 ‘건맥1897협동조합’의 원도심 거리 활성화 프로젝트 “사람 북적이는 거리 그리워…” 주민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펍 구상 십시일반 출자금 모아 빈 건물 매입 마을펍과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 영...

  • HERI
  • 2020.06.08
  • 조회수 2912

데이터로 살펴본 삶의 만족도…“여러분은 얼마나 행복하신가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최 ‘2020 대한민국 미래전망 대회’ 통계개발원 ‘삶의 질 지표’ 통해 최근 10년간 국민 삶 추이 측정 26개 국책연구기관 축적 데이터 기반 11개 영역 71개 지표 개발·분석 빅데이터가 알려주는 한국사...

  • HERI
  • 2020.06.02
  • 조회수 3713

한국형 실업부조 ‘국민취업지원제도’ 뿌리내리려면

고용보험 이은 마지막 고용 안전장치 20대 국회 문턱 못 넘고 계류 중 까다로운 취업 조건·낮은 수급액 짧은 수급 기간 등 한계도 뚜렷 “중위소득 100% 이하로 대상 확대하고 구직수당은 평균임금의 25~30% 돼야” 코로나발 ...

  • HERI
  • 2020.06.02
  • 조회수 2560

“문재인 정부 ‘코로나 대응’…방역 신속했지만 사회·경제 정책은 지체”

노동계·참여연대·한겨레 공동주최 ‘코로나19’ 대응 및 정책 평가 토론회 고용 안정·유지 정책 전향적이나 “위기의 규모·심각성에 견줘 취약계층 보호 대책 역부족” 특고 “현실성 결여 생계 대책 개선을” “기업 175조 대 민...

  • HERI
  • 2020.06.02
  • 조회수 2606

“기존 질서 무너져 내리는 중...공공성 강화로 대전환해야 할 때”

더나은사회 <코로나19 이후> 좌담회 전병유 “외환위기 이후 취약계층 사회안전망 요구 해결되지 않아...유럽 복지 국가 모델 넘어서야” 신영전 ”백신과 치료제가 해결할 것이라는 신화 깨야...과학에 대한 시민사회의 견제 절실해...

  • HERI
  • 2020.04.06
  • 조회수 3854

“‘사회 주역은 청년’ 솔직히 인정해야”…‘청년 정치’ 핀란드가 주는 교훈

[더 나은 사회] 현역 최연소 지도자인 34살 마린 총리 의원 평균 나이 46살, 20대 의원도 8명 진입 장벽 낮춘 ‘개방형 권역별 비례제’ 탄탄한 청년조직, 정치경력 토대 마련 지난해 12월8일 핀란드 집권 사회민주당 연정의...

  • HERI
  • 2020.03.30
  • 조회수 3442

기후변화가 울린 경계경보…‘좌초자산’의 해일이 밀려온다

[더 나은 사회] 화석연료 기반 산업에 엄습하는 위기 금융투자자도 석탄·석유에서 손 떼 20~30년 내 좌초자산 수천조원 예상 ‘제조업 많고 에너지 다소비’ 한국 불리 기후변화가 경제 바꾼다는 인식 필요 산유국 간 ‘치킨...

  • HERI
  • 2020.03.23
  • 조회수 3971

2008년 금융위기 데자뷔?…‘팬데믹’ 세계경제 어디로 가나

[더 나은 사회] 사람·물류 등 세계경제 이음새 파괴 ‘초대형 복합 경제위기’ 우려 목소리 부채 위기 폭발 가능성은 낮지만 중국 변수에 G7·중동 얽혀 파괴력 통화정책 여력 줄고 국제협력 실종 과감한 재정으로 수요 확충 ...

  • HERI
  • 2020.03.16
  • 조회수 2618

‘세원 확충 없는 복지확대’ 언제까지 가능할까?

독립연구가 펴낸 <장제우의 세금수업> 세금 관한 잘못된 상식들 밝혀 진보 ‘증세 없는 복지국가’와 보수 ‘낙수효과론’ 모두에 일침 박근혜 정부 ‘증세 없는 복지’ 민주당 정권서도 사실상 답습 반도체·부동산 호황 지나고 ...

  • HERI
  • 2020.02.25
  • 조회수 3840

“정파적 비판은 타당한 에너지전환 정책도 좌절시킬 위험”

【더 나은 사회】 인터뷰: 김영욱 카이스트 초빙교수 김영욱 카이스트 초빙교수 코로나19에 대해 언론은 연일 비상한 관심을 갖고 보도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바로 앞에 닥친 문제에 언론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

  • HERI
  • 2020.02.17
  • 조회수 2593

세계 주요 언론들, 기후변화 보도에 꽂혔다

【더 나은 사회】 <가디언> 화석연료기업 광고 중단 선언 세계 400여개 신문·방송 공동전선 구축 <비비시> 기후변화 회의론자 인용 거부 한국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집중 비판 현 정부 들어 언론 논조 반전, 왜곡 늘어 에너...

  • HERI
  • 2020.02.17
  • 조회수 3492

시대변화의 ‘아픈 손’ 잡아줄 청년기본법, 변화 시작될까

지난달 9일 청년기본법 국회 통과 2014년 첫 발의 뒤 8년 만에 ‘결실’ “청년문제 해결은 국가 책무” 규정 고용·창업·복지·주거·문화 포괄하는 종합적인 청년정책 마련·시행케 돼 매년 ‘청년의 삶’ 보고서 공표하고 청년정책...

  • HERI
  • 2020.02.03
  • 조회수 3510

‘청바지의 성지’, 섬유 도시를 넘어 관광 도시로

[더 나은 사회] 새해 기획 | 균형발전, 도시혁신이 답이다 - ③ ‘섬유 도시의 재탄생’ 구라시키 버선·학생복 등 섬유산업 중심지 역할 최초 ‘메이드 인 재팬 청바지’ 생산도 ‘청바지 거리’ 등 도시 혁신의 자극제 생산...

  • HERI
  • 2020.01.20
  • 조회수 3677

‘산업혁명의 도시’는 이제 ‘미래도시’로 달려간다

[더 나은 사회] 새해 기획 | 균형발전, 도시혁신이 답이다 - ② ‘산업도시의 대변신’ 맨체스터·셰필드 ‘최초의 산업도시’ 자부심 맨체스터 제조업 몰락, 한때 도시 기반 무너져 미디어시티 등 산업구조 재편 한창 북서부 거...

  • HERI
  • 2020.01.13
  • 조회수 5314

‘가라앉는 도시’에서 ‘혁신의 상징’으로…라이프치히가 선보인 ‘반전 드라마’

[더 나은 사회] 새해 기획 | 균형발전, 도시혁신이 답이다 - ① ‘동독 지역의 거점’ 라이프치히 열차로 최대 24시간 안에 유럽 대부분의 지역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은 ‘유럽의 물류 중심지’ 라이프치히의 가장 큰 지리적...

  • HERI
  • 2020.01.06
  • 조회수 3824

포용과 혁신이 선순환해 따뜻하고 역동적인 대한민국의 청사진

【더 나은 사회】 정책기획위 ‘미래비전 2045’ 내놔 광복 100년에 이르는 미래상 제시 4대 가치 기반의 혁신적 포용국가 “국민 삶에도 새로운 광복이 되길” 2045년은 한반도가 일본의 식민지배에서 독립한 지 100년이 되는 ...

  • HERI
  • 2019.12.23
  • 조회수 3964

비영리 기관이 ‘투명한 소금’이 되려면

【더 나은 사회】 사회가치 확산을 위한 NPO의 역할 포럼 고립된 전문화 넘어 연대와 협력 필요 기존 틀 벗어나 개성 있게 가치 창출을 사회문제를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투명하게 관리되면서도 유연한 활동 조직은 없는...

  • HERI
  • 2019.12.16
  • 조회수 3569

강원 산불이 남긴 교훈…“장기적 재난복지 큰 그림 그려야”

[더나은 사회] 재해구호 제도개선 정책포럼 사회재난 국민성금의 배분 기준 모호 같은 산불이라도 위로금 크게 차이나 지원기관 역할 및 협력체계 명확히 해야 11월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강원도 산불재난 이후 ...

  • HERI
  • 2019.12.02
  • 조회수 3379

플랫폼의 ‘맷돌’에 사회적 경제의 ‘숨구멍’을

[더 나은 사회] 빠르게 늘어나는 플랫폼 노동 열악한 종사자 처우 개선 시급 사회적 경제의 역할 기대 커져 가사 등 플랫폼 협동조합 등장 초기자금·전문인력 부족 한계 생태계 조성 및 정책지원 절실 지난 6월 ‘사회적협...

  • HERI
  • 2019.12.02
  • 조회수 3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