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경제연구소

어젠다  [싱크탱크맞대면] 환경문제 시장에 못맡겨…강력규제로 방향 틀어야

[싱크탱크 맞대면] 배출권거래제 도입 논란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한 바가 없다고 평가되는 배출권 거래제는 최악의 제도이다. 배출권 거래제 편향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직접 규제 방식 등을 동원한 통합적인 기후정책을 주장한다.

온실가스 합리화하는 ‘거래제’
기업 이익보장 성격으로 변질
‘한국형 탄소세’도 고려해 볼만



» 이정필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세계 7대 녹색강국’보다 세계 7대 온실가스 배출강국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 ‘배출 권하는 사회’, 한국의 현실이다. ‘녹색성장’ 정부의 우파 환경주의 또는 녹색 신자유주의로는 환경보다는 기업에, 민중보다는 이윤에 더 큰 관심을 갖는 오류를 고칠 수 없다. 온실가스 감축방안으로 뚜렷하게 부각되고 있는 배출권 거래제와 탄소시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세계 시민사회의 담론인 ‘기후정의’ 관점은 더욱 민주적인 생태사회 모델을 지향한다. 제도적 차원에서 두 가지 감축원칙을 제시하면서 통합적인 기후정책을 주장한다. 


첫째, 공정성의 영역이다. 기후변화의 영향과 대책이 민주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계와 부유층이 우선적, 실질적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둘째, 효과성의 영역이다. 규제적이고 생태전환적인 방식으로 감축목표를 달성한다는 원칙이다. 과거 산성비 해결에서 확인할 수 있듯, 직접규제 방식이 비용효율적인 시장적 방식보다 환경 효과가 높다. 

이런 원칙들로 평가하자면 배출권 거래제는 최악의 제도이다. 우선 개념적으로 온실가스라는 부정적인 용어에 ‘권리’라는 긍정적인 개념을 결합시켰다.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배출’에 대해 도덕적 정당화를 한다. 법적으로 보장되는, 오염할 수 있는 권리는 ‘오염자 수익 원칙’으로 작동한다. 


» 온실가스 감축방안 비교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해외의 거래제 추진기관들, 금융권, 주류 언론에서조차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이들은 한결같이 배출권 거래제의 승자는 전력, 석탄, 원자력 대기업과 헤지펀드가 될 것이고 패자는 소비자와 빈곤층이라고 말한다. 더욱이 이 제도가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한 바가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BAU) 대비 30%라는 낮은 수준의 국가감축목표를 설정한 뒤 감축방안 논의가 시작됐다. 그러나 정부의 ‘온실가스 목표관리제’는 목적과 다르게 규제적 요소가 매우 부족하다. 탄소세에 대해서는 공식적 논의조차 없다. 현재 정부와 산업계, 일부 환경단체는 자신들이 공유하는 프레임인 배출권 거래제가 세계적 대세인 양 주장하며 다른 방안들을 밀어내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는, 피상적으로 볼 때 기업이익을 저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새로운 축적전략(climate fix)으로 기업의 경제적·정치적 이익을 보장한다. 더욱이 현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은 도입 시기, 무상 할당, 과징금·과태료, 적용대상 등의 주요 조항들이 모두 친기업적 내용으로 변질됐다. 


수질 개선을 명분으로 자행하는 4대강 토목사업이 구시대적 환경산업이라면, 배출 감축의 이름으로 추진하는 ‘오염허가권’ 거래제는 좀더 유연한 첨단산업처럼 보이는 것과 같다. 두 산업은 녹색성장의 양면을 이룬다.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공정성과 효과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는 대단히 복잡한 제도 변경이 불가피하다. 기후과학과 사회정의 관점에서 배출 상한선 결정, 거래제도에서 모든 상쇄방식 제거, 투기적 거래행위 금지, 모든 배출권 경매, 국제적 규제 마련 같은 산업분야에서만 거래 허용 등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개선의 결과로 거래제의 기능은 탄소세를 닮아가게 된다. 


‘온실 속의 갈등’을 끝내기 위해서는 강력한 강제력과 시장규제가 중요하다. 복지를 시장에 맡기면 안 되듯, 환경 역시 시장에 맡길 수 없다. 세계 경제위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는 규제 강화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스웨덴과 덴마크가 지향하는 ‘녹색 복지국가’의 길도 검토해 볼 만하다. 배출권 거래제 편향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직접규제 방식과 한국형 탄소세 도입으로의 방향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1000만원이라는 솜방망이 처벌만 있는, 목표관리제라는 허울뿐인 규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나 제프리 색스와 같은 주류 경제학자들이 선호하는 탄소세의 경우,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에서 수용성이 높으며 감축 효과와 재분배 효과라는 ‘이중배당’(double dividend) 결과를 낸다는 사실도 나와 있다. 조세 역진성을 고려하는 ‘녹색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면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한 방안이 될 수도 있다. 


물론 하나의 제도가 기후변화 대응에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공정하고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나아가 생태민주적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다배출 부문과 집단에 대한 철저한 규제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와 저탄소 사회 전환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기후통합적 정책 역시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기후 안정화의 토대인 감축방안에 대한 정당성 확보와 사회적 합의가 필수다. 생태민주주의와 녹색복지국가는 기후변화 대응의 조건이자 목표가 돼야 할 것이다.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정의·전환·지역을 키워드로 에너지·기후정책을 연구하는 진보적 싱크탱크이다. ‘정의로운 전환’, ‘기후정의’의 개념을 대중화하는 등 노동자·농민 등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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