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경제연구소
“동반성장, 거래조건 공정성 확보하는 것”
“기업보다는 경쟁 보호가 소비자 위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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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자유기업원에서 열린 ‘직선토론: 자유와 책임’에서 참석자들이 대·중소기업 상생정책을 주제로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한겨레경제연구소-자유기업원 공동기획
직선토론: 자유와 책임 ④ 공정사회 만들기인가, 대기업 때리기인가

 

현 정부가 지난해 여름 ‘공정사회’를 국정지표로 내세운 이래 대기업을 누르고 중소기업을 북돋우는 ‘억강부약’ 정책이 줄을 잇고 있다. 수출 대기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했건만 돌아온 것은 대기업의 ‘나홀로 성장’, ‘고용 없는 성장’이란 게 확인되면서 중소기업을 살려 고용을 늘리고 국민의 체감경제에 온기를 돌게 하는 쪽으로 정부가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의 화려한 실적에 가려진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부각되면서, 대기업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구조적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번 ‘직선토론’에서는 최근 쏟아져 나오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정책들을 주제로 잡았다. 토론에서는 이런 정책들이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해 좀더 공정하고 공평한 경제환경을 만드는 데 이바지할 것이란 견해와, 내년 양대 선거를 의식해 ‘보여주기식’ 규제를 양산함으로써 효율성과 경쟁력을 갉아먹고 우리 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할 것이란 의견으로 확연히 나뉘었다. 토론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기업원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우리시장 철저한 독과점구조
신규업체 진입·생존 어려워-곽정수

 

<발제 1> 곽정수 <한겨레21> 기자

양극화 심화로 경제 불안 동반성장·대기업 규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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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정수
대기업 규제 강화는 ‘양극화 심화’의 결과이다. 무엇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영세 자영업의 양극화가 심각하다. 이는 첫째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 탈취로 대변되는 불공정 하도급 거래가 원인이다. 둘째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인데, 이제는 문어발을 넘어 지네발식 확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셋째는 ‘적하효과’(Trickle-down Effect)의 약화다. 재벌 대기업의 이익이 늘어도 고용·투자·세금 면에서 국민경제 기여도는 비례해서 커지지 않고 있다. 

 

지금 같은 양극화가 개선되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하기 어렵고 사회안정과 공정사회 구현도 불가능하다. 장기적으로는 대기업의 경쟁력에도 부정적이다.

 

규제완화, 저금리, 고환율, 감세 등 친대기업 정책을 유지할수록 서민과 중소기업의 삶이 어려워지는데 어느 정치인이 이를 고수할 수 있겠는가? 재계는 ‘포퓰리즘’이라 비난하지만,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대기업 규제 강화와 동반성장 정책이 시장경제 원리를 훼손한다지만 시장 실패가 발생할 때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들이 왜 매를 들었는지 스스로 돌아보지 않고 ‘대기업 때리기’라는 수사적 방어에만 골몰하면, 재벌 대기업에 대한 규제의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한-중FTA땐 중소기업 우려
예방주사 미리 맞는 게 좋아-이병기

 

<발제 2>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반시장 동반성장정책 반대 중기 경쟁력부터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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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기
동반성장 하자는 데는 공감한다.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조립산업 위주로 성장한 우리 경제는 대기업과 중소 하도급업체의 협력이 잘돼야 효율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동반성장의 방식이 문제다.
 

정부의 동반성장지수 산출 및 발표는 대기업에 상당한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는 진입을 규제하는 점에서 2006년에 폐지된 고유업종제도와 다를 게 없다. 이 두 제도가 시행되면 자원배분에 상당한 왜곡을 부를 수 있다. 초과이익공유제는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초과이익은 주주의 몫인데 이를 나눠갖자는 것은 문제다. 동반성장도 좋지만 이렇게 반시장적으로 보이는 제도를 통해 이끌어 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최근의 지표를 보면 우리 중소기업부문에 상당한 부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대기업의 수익성이 좋다고 탓할 게 아니라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좋지 않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하면 대기업에도 유익하고 경쟁력도 향상된다.


 

 

사회 ‘동반성장’에 누구도 반대하기 어렵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의견이 다른 것 같다. 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 사업 얘기로 토론을 시작하자. 일감 몰아주기,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란 비판이 일자 삼성이 최근 손을 떼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대기업 MRO사업 규제한 건
정치논리로 경제논리 엎은것-최승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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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노
최승노(이하 최) 일괄 구매해 비용을 절약하려는 것은 대기업뿐 아니라 공기업이나 정부도 하는 것이다. 기업의 자연스런 행위를 지나치게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문제로 몬다. 삼성이 먼저 사업 포기를 선언했는데, 이는 소비자와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는 결과를 낳는다. 사회와 정부가 압력을 가해 기업의 비용을 높이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정치논리로 경제논리를 뒤엎은 것이다.

 

곽정수(이하 곽) 전국에는 엠아르오 관련 영세업자가 수만명인데 이들은 대기업의 진출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생계가 걸린 문제다. (대기업한테 엠아르오를 못하게 해) ‘누구에게 도움 되느냐’고 했는데 이 문제로 고통 받는 영세업자를 외면한 발언이다.

 

박지성 선수의 연봉은 우리나라 리그에서 뛰는 선수와 큰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박지성 때문에 다른 사람이 힘들어하고 고통 받는가? 양극화가 대기업 때문인 것처럼 얘기하는데, 양극화는 박지성같이 우수한 선수나 뛰어난 대기업이 나오며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를 두고 ‘큰 게 있어서 참 문제다’, ‘잘나가는 게 있어 문제다’라고 하면 너무 감정적인 것이다. 어느 선수가 잘한다고 모래주머니 차고 뛰라고 하는 것은 심판이 할 일이 아니다.

 

김세종(이하 김) 대기업이 박지성 선수처럼 세계무대에서 경쟁하는 것을 막을 사람은 없다. 하지만 만약 박지성 선수가 고등학생과 공을 차겠다면 모두들 비난할 것이다. 엠아르오는 비즈니스 플랫폼 사업이다. 전화기 하나 갖고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간 (대기업 엠아르오의) 성장과정을 보면 등록 수수료 많이 받고 양쪽에서 거래 수수료 받고, 앉아서 땅 짚고 헤엄치는 식의 영업을 해 왔다. 그마저 오너의 친인척이 주인인 비상장 계열사 형태이고, 이를 통해 부의 축적이 일어나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이다.

 

국민들은 대기업이 많은 이윤을 내는 것을 시샘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양극화가 대기업과 직접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무분별 확장으로 인한 골목상권의 붕괴를 고려하지 않고 단지 높은 실적을 시샘하는 것으로 말하면 왜곡이다.

 

이병기(이하 이) 엠아르오는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는 사업이다. 이렇게 엠아르오가 하나의 산업으로 발달하지 않았으면 유통부문의 생산성이 상당히 낮았을 것이다. 기업형 슈퍼마켓(SSM)과도 관련된 것인데, 우리나라 유통구조가 상당히 복잡하고 생산성이 낮다. 그럼에도 생각이 여전히 재래시장 쪽에 머물고 있다면 개선의 여지가 없다.

 

대기업 MRO ‘땅짚고 헤엄치기’
중기 설 땅 없어 경쟁력 약화-김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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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종
우리 서비스업의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는 것은 그룹 물량만 받아도 되기 때문이다. (재벌 계열의) 시스템통합(SI)업체, 광고대행사, 유통회사 모두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우리의 정보기술(IT) 수준이 세계 최고라고 하지만 중소기업은 변변한 아이티 업체 하나 없다. 경쟁력을 높이려면 시장경쟁에 노출시키고 이렇게 큰 기업은 세계로 나가야 한다.

 

엠아르오도 시스템통합도 대·중소기업 문제라기보다 누가 고품질의 제품을 더 싼 가격으로 시장에서 파느냐의 문제다. 시스템통합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규모나 연구개발(R&D) 인력구성에서 대·중소기업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자기 계열사에) 줘 보니까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고, 제대로 된 가격에 주더라는 것이다.

 

그런 생각은 위험해 보인다. 외환위기 전후 벤처붐이 불 때 실력 있는 시스템통합업체가 많았는데 다 죽었다. (재벌 계열) 대형업체가 정부 발주 등을 덤핑 수주한 뒤, 낮은 가격에 하도급을 주는 것이 구조화됐다. 중소형 시스템통합업체가 설 땅이 없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임시직·계약직이 많고, 이들이 자꾸 떠나고, 연구개발도 못하게 됐다. 이래 놓고 중소기업이 기술력 떨어진다고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사회 또다른 논란거리인 중소기업 적합업종 얘기를 해보자.

 

유연한 제도 운영 면에서 과거 고유업종보다 나아진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가 가진 근본적 한계 때문에 가급적 하지 않는 게 낫다. 대기업이 할 일인지 아닌지는 소비자와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적합하냐는 걸 학자나 정치인, 관료가 결정하는 것은 거래를 제한하는 것이다. 기업을 보호한다지만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냐에는 회의적이다.

 

이 시점에서 효율만을 강조하는 게 능사인가? 대기업이 모든 것을 잘한다고 해서 건전한 기업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적어도 국민들 눈높이로 봤을 때 이런 업종은 대기업이 하면 창피한 것 아닌가 하는 것이 분명 있다. 그런 업종이 자체 경쟁력을 높이도록 시간을 줄 정도로는 우리 경제가 성숙한 것 아닌가?

 

사실 대기업이 할 거냐 아니냐는 시장이 잘 조정해 가고 있다. 예컨대 맥주 제조업체가 만든 맥주가 있고 서울 강남에 가면 하우스맥주도 있다. 대기업·중소기업을 (인위적으로) 갈라놓으면 장기적으로 전체 경제의 생산성에서 문제가 있다.

 

시장의 선택과 효율을 자꾸 얘기하는데 시장의 기본은 공정한 경쟁이다. 중소기업은 혼자 싸우지만 대기업은 선단식 지원을 받는다. 이는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 또 기업 단위의 효율과 국가의 효율은 다를 수 있다. 기업이 효율을 위해 구조조정을 하면 그 기업은 살 수 있으나 사회적으로는 떨려난 노동자들을 어찌할 것이냐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헌법 119조 2항에서 밝히듯 균형발전을 위해 국가가 개입할 논거가 있다.

 

사회 한국 경제는 재벌구조의 특수성이 있어 한층 복잡한 것 같다. 이런 구조에서 중소기업을 왜, 어디까지 보호해야 하는지 얘기해 보자.

 

보호란 개념을 기업에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기업보다는 경쟁을 보호하는 것이 소비자와 국민을 위한 것이다. 기업은 소비자에게 평가받아야지 제3자가 평가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의 선택이 기업의 생사를 결정하고 시장의 발전을 가져온다.

 

대기업은 국내시장에서는 거의 독과점 상태다. 그래서 대기업을 경쟁에 노출시켜야 가격도 떨어지고 서비스가 나아질 것이다. 세계 경제의 경쟁관계가 네트워크 경제로 바뀌고 있다. 대기업 하나만 잘해서 되는 시대는 지났다.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지금 같은 거래관행과 불공정을 놔두고 가능할지 성찰이 필요하다.

 

이미 대기업은 세계적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중소기업도 경쟁하지만,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라도 체결이 되면 과연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은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 본다. 예방주사는 천천히 맞아두는 게 좋다.

 

동반성장은 약자를 무조건 보호하라는 게 아니라 거래조건을 공정하게 하라는 것이다. 이익이 난다고 (납품단가를) 후려치거나, 기술 탈취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국가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중소기업 육성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중소기업은 전체 고용의 88%를 맡고 있다.

 

기존 대기업이 투자를 늘려 고용을 창출하기보다, 새로운 대기업이 나와야 한다. 대기업이 새롭게 나오지 않는 것은 대기업에 대한 지나친 반감이나 비우호적인 제도 여건에 기인한다고 본다.

 

대기업 수가 늘어나지 않는 것을 반기업 정서와 규제 탓으로 돌렸으나, 가장 큰 요인은 우리 시장이 철저한 독과점 구조란 점이다. 진입장벽이 높아 신규 업체가 살아남을 수가 없다. 우리 같은 대기업 위주의 독과점 구조를 가진 곳은 드물다.

 

우리의 독과점 구조는 상당히 성숙한 시장의 특징을 반영하는 것이다. 조선이나 전자에 새로운 업체가 나오기 쉽지 않다. 농업이나 서비스 등 대기업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그곳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 문제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는 규제를 풀어줌으로써 작은 기업들 중에 대기업이 나올 수 있다.

 

풀무원이 두부 만들어서 식품전문 대기업이 되었다. 역설적이게도, 고유업종이라는 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금 같은 환경이었다면 절대 클 수 없었을 것이다. 동반성장에 대해서는 그간 백가쟁명으로 많이 논의했고 약속도 많이 했다. 이제는 실천할 수 있는 조처가 나와야 한다. 작은 것부터 관행을 깨고, 거래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리·사진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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