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경제연구소
한겨레경제연구소-자유기업원 공동기획

직선토론: 자유와 책임 ②-스웨덴 보편복지, 우리의 미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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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회 ‘직선토론: 자유와 책임’의 사회를 맡은 신경민 문화방송 전 앵커(가운데)와 토론자들이 지난 10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권혁철 자유기업원 시장경제연구실장,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신경민 전 앵커, 김인춘 연세대 동서문화연구원 연구교수,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선별적 복지로 가야

“세금 많으면 거부반응 커 왜 잘사는 사람도 혜택주나”-권혁철

“복지확대, 재정측면선 재앙 여력 있을때 차츰 늘려가야”-현진권

 

보편적 복지로 가야

“유럽 강소국 세금높지만 국가경쟁력 뒤지지 않아”-김인춘

“보편복지는 시장에 활력 줘 경제적 도약 계기 될수 있어”-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와 자유기업원이 공동으로 기획한 ‘직선토론: 자유와 책임’의 두 번째 주제는 ‘스웨덴 보편복지, 우리의 미래인가?’로 정했다. 반값 등록금 등 복지 요구가 분출하고 정책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성장과 복지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북유럽의 복지국가 스웨덴이 우리의 본보기가 될지 알아보자는 것이다.

 

직선토론의 진행은 앞으로 신경민 문화방송 전 앵커가 맡기로 했다. 10일 한겨레신문사 <하니티브이>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이번 토론에서 사회자는 간결한 정리와 핵심을 짚는 질문으로 30년 방송인의 관록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토론자로는 자유기업원 쪽에서 권혁철 시장경제연구실장과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겨레경제연구소 쪽에서 이봉현 연구위원과 김인춘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연구교수가 나섰다.

 

다음은 토론을 몇 개의 주제 영역별로 요약해 재구성한 것이다.

 

사회 어떤 시기의 스웨덴을 볼 것이냐는 혼선이 있는 것 같다. 먼저 이걸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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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혁철
권혁철(이하 권) 스웨덴 모델도 1980년대와 90년대가 다르다. 90년대 이후 시장 쪽으로의 개혁, 감세, 복지축소가 그나마 스웨덴 경제를 성장으로 이끄는 것으로 봐야 한다. 스웨덴 모델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복지에도 불구하고 성장한다고 한다. 관점 차이가 있다. 스웨덴 모델이 잘되고 있다는데, 잘됐으면 90년대에 대개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봉현(이하 이) 시대정신이 바뀌면서 제도가 진화해나가는 것을 ‘실패’라고 하면서 그리로 가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 50년대의 스웨덴을 닮자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복지국가의 토대인 연대·평등·공감의 정신, 즉 우리 사회에서 무너져 가는 이런 정신을 깔고, 현시점에 맞는 제도를 설계하자는 것이다.

 

사회 복지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 즉 재정 및 세금문제로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다. 효과와 비용 부담을 논의해야 한다.

 

현진권(이하 현) 우리도 고부담-고지출로 가자고 하는데, 사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사람이 얼마나 세금을 싫어하는가. 단적으로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제도를 폐지하려다 엄청난 반발로 결국 못했다. “조금 더 부담하면 되지 않는가”라고 하지만 실제 적용되면 엄청난 반발이 있을 것이다.

 

이 세금 오르는 것을 기뻐할 국민은 없겠지만, 스웨덴 국민이 세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비록 30%의 소득세를 내더라도 국가에서 받는 사회보장서비스가 그 이상이라고 보기에 기꺼이 세금을 낸다. 다시 말해 세율이 얼마나 높으냐가 아니라 국민들이 그 세금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세금이 높으면 거부 반응이 있다. 정치인이나 복지 확충을 얘기하는 분들은 좀더 솔직해져야 한다. “우리 50% (세금) 냅시다”라고 국민에게 말해야 하는데, 무상의료 얘기만 하지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말이 없다. 그런 말 않고 그냥 주겠다고 하니 ‘복지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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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진권
김인춘(이하 김) 말씀대로 세금 얘기 없이 무상복지 하자는 것은 문제다. 그런데 유럽 강소국들은 세금이 높지만 국가경쟁력에서 앞서고 있다. 프랑스나 독일도 (조세부담율이) 각각 42%, 37%로 우리보다 높다. 그런데도 잘나간다. 세율은 변하더라도 세금을 제대로 잘 걷는 게 중요하다.
 

사회 세금에 대해 솔직해야 한다는 지적을 여러 분이 했다. 우리 현실이 어떤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세금이 중요하지만 ‘세금 토론’이 될까 봐 여기서 접고,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의 논점으로 넘어가자. 스웨덴식은 가난한 사람도 내고 부자도 받아가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정부나 정치권이 정말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을 때 국민도 공감할 것이다. 문제는 엉뚱한 사람이 혜택을 보면 사람들이 분개하고 그 시스템이 붕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편적 복지를 반대하는 것이다. 보편복지와 관련해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너무 업신여기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국민연금의 경우 “당신들은 가만히 두면 노후 대비 못할 사람이다. 그러니 우리가 연금 만들어서 강제저축하도록 해야 한다”는 발상이 아닌가. 내 노후는 내가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자유를 줘야 하는데, 그런 사람도 정부 밑으로 들어오라는 것이다.

 

재산권이나 선택의 자유는 중요한 기본권이지만 사회에는 연대와 공동체 정신도 꼭 필요하다. 한 개인의 능력과 인센티브는 인정하지만, 그 역시 큰 사회 속에서 맺어진 열매라고 생각할 때 공동체 의식이 생기고 보편적 복지도 거기서 출발한다. 시장은 승자와 패자를 만드는 제도인데 (보편복지는) 다시 시장에 들어가 활발히 경쟁하도록 교육을 시켜 자립하게 하는 것이다. 보편적 복지로 가자는 건 국가적·사회적 비전을 담고 있다. 경제가 세계 12위까지 성장했는데, 이 시점에서 우리가 겪는 것은 비정규직 양산, 빈곤격차 확대, 극심한 경쟁 같은 것이다. 또 한번의 사회적 도약, 국민의 삶의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 이런 철학적 문제들에 대해 스웨덴은 어떤 논란을 거쳐 어떤 결론을 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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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춘
복지국가를 너무 도덕이나 정의 차원에서 하면 멋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결과가 매우 나빠질 수 있다. 스웨덴 복지는 사실 실용주의적이고 공리주의적으로 한 것이었다. (1930년대 복지가 처음 도입될 때는) 노동력이 없어 국가를 지탱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많은 사람을 일하게 하느라 여성까지 일하게 됐고, 교육서비스도 이들이 뭘 알아야 일하겠기에 나온 것이다. 스웨덴의 사회서비스는 적극적 복지와 생산적 복지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사회 한쪽은 ‘부자까지 해주는 건 낭비다’, 다른 쪽은 ‘이렇게 해야 모든 계층을 아우르는 성장을 할 수 있다’는 논점으로 정리가 됐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보편복지는 사회서비스(의료·보육·교육 등)를 어떻게 확대하느냐의 문제이다. 문제는 사회보험이 앞으로 재정 건전성에 엄청난 재난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2050년이 되면 재원이 고갈되지만, 먼 미래의 일이라 누구 하나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건강보험은 지난해에 1조3천억원 적자를 냈다. 오래 사는 건 좋은 일이나 재정 측면에선 재앙이다. 보편적 복지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의 사회보험 시스템을 개혁한 뒤 여력이 있으면 그리로 나가야 한다.

 

복지를 늘리자는 얘기가 나오는 건 좋다고 본다. 부작용 없이, 경제적 폐해 없이 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우리는 복지도 문제지만, (비정규직 같은) 노동시장 문제가 크다. 노동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복지를 70~80% 해결한다고 본다. 다음이 하도급 같은 자본시장 문제이다. 스웨덴은 복지와 노동시장 개입, 자본시장 개입을 사회적 대타협으로 한꺼번에 빅딜을 했다. 우리는 노동시장의 이해관계가 너무 첨예하게 맞서 아무도 해결하지 못한다. 그 때문에 복지로 모두 가면 문제다. 복지를 하면서 노동시장 문제를 꼭 해결해야 한다.

 

사회 우리의 특수성으로 짚어야 할 문제가 통일과 고령화다. 이를 고려해 우리가 어느 모델을 벤치마킹해 한국형 복지를 만들지 말해달라.

 

보편복지가 안 되는 또다른 이유는 통일이다. 독일이 통일되고 난 뒤, (서독이) 통일비용을 엄청나게 퍼부었고 그중 50%가 복지 비용이었다. 북한 주민 대부분이 빈곤층이라고 볼 때 통일되면 우리의 빈곤율이 35%로 뛴다. 공공부조 비용이 엄청날 것이다. 지금 사회서비스를 확대하고 나면 절대 되돌릴 수 없다. 따라서 이 시점에선 보편복지는 너무 이른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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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현
얼마 전 독일 연구소의 한국지사장을 만나 독일 통일 이후의 상황을 들어 봤다. 그는 통일이 갑자기 찾아와도 일거에 북한을 남한과 동등한 생활수준으로 맞추려 하면 위험하다는, 경험에서 나온 충고를 했다. 통일을 위해 재정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통일을 위해 우리의 복지를 유보하기보다, 잘사는 좋은 나라가 됨으로써 통일의 주도권을 잡고 이끌 수도 있다.
 

30~40년 뒤엔 청년 한명이 1.5명을 부양하게 된다는데, 자기는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여러 가지를 봤을 때, 자기가 자기 것 책임지는 것을 중시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맞다. 그러자면 패자, 또는 자기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집중해서 복지정책을 펴는 것이 부담도 덜하고 지속가능하다.

 

수명이 늘어 지출이 증가해도 아직 세금 부담률이 낮아 조금은 (세금을) 늘릴 수 있다고 본다. 공평과세와 재정 효율성을 전제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요즘은 스웨덴 모델이든 독일이든 한국이든 이미 서로 많이 겹쳐 있다. 스웨덴 모델이 (따라 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우리가 배울 게 있고, 거부할 필요는 없다.

 

사회 스웨덴으로 시작했으나 그것만으론 부족했고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정치인들이 하듯 슬로건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게 제가 내린 결론이지만 다들 동의할 것이다. 지금 우리한테는 너무 많은 복지 이슈가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고, 너무도 많은 이견이 존재한다. 이를 우리 사회와 정치권이 더 토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리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iphong1732@hani.co.kr

 

기조발제

역사적으로 스웨덴 복지모델은 성장과 고용에 중점을 두고 시장친화적 경제정책과 평등주의적 분배정책을 결합해왔다. 고세금과 고복지, 자유무역과 시장경제가 그 핵심이었다. 저소득층도 세금을 부담하고 고소득층도 복지 혜택을 받는, 모두가 삶의 질을 누리면서 복지에 책임을 지는 모델이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미래 복지인 성장과 현재 복지인 분배의 조화를 달성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공공보건, 공교육, 영유아 보호정책 등 인적자본에 대한 지출을 늘리고, 단순한 소득이전보다 비경제활동인구를 줄이는 데 역점을 두어 왔다. 노동·자본 등의 자원이 제한된 소국인 만큼, 투입된 자원의 생산성을 높여 성장을 지속하는 것이다.

 

그 결과, 스웨덴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고,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면서 지속가능한 복지를 실현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개혁이 좌우 정당과 노사 모두를 포괄하는 정치적 타협과 사회적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스웨덴의 우파정부는 2006년 집권 이후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는 사회적 합의, 평등, 그리고 복지국가라는 스웨덴 모델의 근간을 존중하면서 개혁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김인춘 교수

 

 

한국이 스웨덴 모델을 따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금부담과 연계해서 살펴봐야 한다. 현재 정치권의 보편적 복지정책은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만 있지, 구체적인 재원조달에 대한 논의는 미흡하다. 많이 지출하겠다고 할 뿐, 얼마나 부담을 더 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이 ‘포퓰리즘 정책’이다.

 

스웨덴의 국민부담률(세금+사회보장기여금/국내총생산·GDP)은 약 50%로, 우리의 2배 수준이다. 이를 2배 늘리는 데 국민적 동의를 구할 필요가 있다. 흔히 ‘재벌한테, 대기업한테, 혹은 부자한테 세금을 더 걷는다’는 단순 논리를 펴지만, 이는 세금의 경제적 효과를 잘 모르기에 하는 말이다.

 

보편적 복지의 나라 스웨덴은 조세정책에서는 ‘불공평한 조세정책’을 가지고 있다. 즉 기업에 대한 세금을 줄이고, 부유층에 대한 세금인 상속세는 2005년에, 부유세는 2007년에 폐지하였다. 세계경제의 개방화로 조세정책이 더 이상 공평에만 집착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복지지출은 한번 늘리면 줄일 수 없는 비가역성이 있다. 이미 있는 공짜 혜택을 줄이는 것은 정치인에겐 위험한 결단이다. 우리가 어떤 복지를 해야 하는지 시사점을 주는 것이다. 현진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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