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연구
주저자 : 한귀영 사회조사센터장 
공동저자 :  
[HERI 쟁점진단] 2040세대 변화 추적③
사회경제적 갈등이 거리에서 ‘돌멩이’로 표출되기 이전에 ‘표’로 표출되게 하는 것이 선거이다. 투표용지는 그런 의미에서 ‘종이돌멩이(paper stone)’이다. 선거에서 투표율은 유권자들이 정치에 던지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다. 정치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을 때는 투표율도 상승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엔 투표율도 뚝 떨어진다. 경제위기 책임을 묻는 여당심판론을 넘어 오히려 야당심판론까지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례가 없어 보이는 이번 4·13총선의 투표율은 어느 정도에 이를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지난달 말 2040세대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젊은층의 투표 참여의향은 상당히 높다. "반드시 참여하겠다”며 적극투표의향을 밝힌 응답이 65.6%에 이르러 4년 전 동일한 방식의 조사(56%)에 견줘 9.6%포인트나 높다. 지난 2월 기준 12.5%라는 역대 최고 청년실업율로 신음하는 청년들이 투표를 통해 분노를 표출할 가능성도 적잖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1여 다야’의 선거구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일만한 이슈의 부재, 정치냉담을 넘어 정치불신의 심화 등으로 인해 선거가 다가올수록 비관적인 전망도 점점 확산되고 있다. 청년들의 분노는 투표로 이어질수 있을까?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움직이게 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청년 투표참여가 높을 때 전체 투표율도 상승해

2000년 이후 주요 선거의 투표율을 살펴보면 청년층인 2030세대가 얼마나 투표에 참여했느냐에 따라 전체 투표율도 큰 영향을 받았다. 2030세대가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한 선거는 어김없이 전체 투표율도 높았고 반대의 경우엔 전체 투표율도 저조했다. 2000년 이후 실시된 세 차례의 총선을 분석해보자. 2012년 총선의 전체 투표율은 직전 선거(2008년 총선)보다 8.1%포인트 높았다. 특히 젊은층의 정치참여 열기가 고조되면서 그 4년 전에 견줘 20대는 13.4%포인트(28.1%→41.5%), 30대는 9%포인트(35.5%→44.5%) 상승해 전체 투표율 상승치(8.1%포인트)를 웃돌았다. 반면, 40대는 4.7%포인트(47.9%→52.6%) 상승했고, 50대와 60대는 각각 60.3%→62.4%, 65.5%→68.6%로 변화폭이 적었다. 당시 사회경제적 위기감이 정치를 통한 변화 열망·기대로 이어지면서 젊은층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으로 보인다.

50대와 60대의 투표율은 거의 일정해

2008년 총선은 정반대인 경우다. 2030세대가 대거 선거에 불참하면서 전체투표율도 대폭 하락했다. 이명박 후보의 일방적 우세로 끝난 2007년 대선 직후에 치러지면서 정치적 역동성도 떨어지고 선거 관심도도 유독 낮았던 탓이다. 2004년 총선에 견줘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은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져, 20대의 경우는 16.6%포인트(44.7%→28.1%), 30대는 무려 30%포인트(65.6%→35.5%)하락했다. 전체투표율 하락폭인 14.5%포인트(60.6%→46.1%)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에 반해 60대 이상은 6%포인트(71.5%→65.5%) 하락에 그쳤다. 40·50대도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평균 이상의 높은 투표율을 유지했다.

선거에 따라 2030대의 투표율은 크게 변화하고, 50대 이상 중장년층 투표율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현상은 지방선거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처럼 2030대의 투표탄력성이 매우 높기에 전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젊은층을 투표하도록 유인해야 하며, 이들에게 반드시 투표해야 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관건이라 할 수 있다.

투표율 낮을수록 고령층 과대대표, 청년 과소대표

전체투표율과 청년투표율의 높은 상관관계로 인해 투표율이 낮은 선거일수록 50대 이상 고령층이 과대 대표되고 청년층은 과소대표된다. 대선을 제외하고 2000년 이후 치러진 선거 중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선거는 2008년 총선(46.1%)이었다. 가장 높았던 선거는 2004년 총선(60.6%)이었으나 이때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 직후 치러진 선거였기에 논외로 한다면 그 다음 투표율이 높은 선거는 2014년 지방선거(56.8%)다. 투표율면에서 대조적인 두 선거를 실제 투표에 참여한 투표자 비중별로 비교해보면, 2008년 선거는 20대와 30대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유권자 비중은 43.1%였으나 낮은 투표참여로 인해 실제 투표자 중 2030세대의 비중은 29.9%에 그쳤다. 반면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전체 유권자 중 차지하는 비중은 34.3%였으나 투표자 중 비중은 46.7%로 거의 과반에 육박했다. 반면 2014년 지방선거는 세월호 이슈로 인해 젊은층의 투표참여가 비교적 높아, 2030세대가 전체 유권자 중 차지하는 비중(36.8%)과 실제 투표자 중 이들의 비중(30.9%)간 차이가 크지 않았다. 5060세대도 유권자 내에서의 비중은 41.6%였고 투표자 중에서의 비중은 49.0%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청년들의 낮은 투표율은 선거에서 이들의 정치적 목소리가 묻히고 이들을 위한 정책 추진 동력도 약화되어, 결과적으로 청년층의 정치적 무관심이 더 증폭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향후 이것이 고령화라는 인구구조 변화와 맞물릴 경우 청년문제는 더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즉, 청년의 고통은 심해지지만 정치에서 청년의 목소리는 배제되면서 실업 등 청년 이슈에 대한 제도적 해결방안이 요원해지게 된다.

청년의 투표참여 이끄는 핵심 요인, 정치적 효능감

그렇다면 청년을 투표참여로 이끄는 요인은 무엇인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2040세대 조사를 토대로 로짓회귀분석이라는 통계적 방법을 통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대의 투표참여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정치적 효능감’과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낙관’이었다(로짓회귀분석은 특정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의 통계적 유효성, 확률 등을 분석할 때 사용하는 통계방법 중 하나다). 정치적 효능감이란 “나의 정치참여가 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다. 투표해봐야 별반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비관이 지배적일 때는 굳이 투표할 이유를 못느끼지만 이와 반대로 투표를 통해 정치사회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때는 투표의지도 높아진다는 의미다. 다시말해 20대들은 투표를 해야 할 이유가 분명할 때 투표하기에 이들을 투표장으로 끌어오기 위해서는 투표를 통해 우리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명분과 기대감을 주어야 한다.

30대는 어떨까? 20대와 동일하게 로짓회귀분석을 통해 살펴본 결과, 30대의 투표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도 정치적 효능감(높을수록)이었다. 그 다음으로 정치적 관심도(높을수록)와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낙관 등이었다. 30대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투표참여의향도 높고 빈곤층으로 갈수록 투표참여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이다. 경제적 지위란 자산과 소득을 모두 합쳐 고려해 주관적으로 판단한 결과다. 빈곤층이야말로 자산이나 학력 등 자신을 지킬 자원이 없기에 투표를 통해서 사회제도를 바꿀 필요가 더 절박하다. 하지만 이층에서 투표참여가 더 저조함으로써, 이들의 의사가 정치에서 체계적으로 배제되는 위험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결국 먹고살만한 중산층들의 목소리가 과대대표되고 정책의 가치와 방향도 이들에게 맞춰질 위험성이 더 커지게 된다.

여야간 경합도 높을 때 투표율도 높아

투표참여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주목해야 할 것은 정당간 경합도다. 역대 선거를 보면 여야 어느 한쪽의 일방적 우세가 아니라 여야간 세력이 팽팽할 때, 즉 경합도가 높을 때 투표율도 상승했다. 또한 선거를 관통하는 강력한 이슈와 의제가 제기될 때 투표율도 높아졌다.

사실상 양당제인 한국 정치에서 정당간 경합도는 정당지지도 차이를 의미한다. 2000년 이후 정당지지도를 살펴보면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이어져오는 보수정당의 지지도는 35~40% 등으로 일정수준을 유지했다. 보수정당 지지도가 유일하게 낮았던 시기는 2004년 총선 전 20%대까지 하락했을 때다. 당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의 후폭풍으로 보수정당 지지층 중 상당수가 자신을 드러내길 꺼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다. 이에 반해 야당 지지도는 등락폭이 크다. 전체투표율이 낮았던 2008년 총선을 보면, 선거 직전 보수 여당 지지도는 39.7%, 야당은 18.1%로 여당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쳤다(한국사회여론연구소 2008년 4월 조사). 실제 선거 결과는 정당비례득표 기준으로 여야가 각각 37.5%와 25.0%를 얻어 격차가 줄어들었지만, 이는 친박연대 등 여당 분열이 작용한 결과였다.

반면 전체투표율이 상승한 2012년 총선에서는 선거 직전 여야간 지지율 격차가 적었다. 새누리당 35%, 야당인 민주통합당 31%였고, 실제 선거결과 정당비례득표율도 각각 42.8%, 36.5%로 나타났다(당시 선거연합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통합진보당이 11%를 획득했다). 2014년 지방선거는 세월호라는 초대형 이슈가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선거 직전 여야 지지율 격차는 42% 대 28%로 차이가 컸지만 ‘세월호 선거’로 치러지면서 투표율도 높게 나타났고 실제 선거결과도 광역정당투표 기준으로 47.2% 대 40.1%로 격차가 크지 않았다. 이처럼 여야간 정당지지율이 비등하거나 정당지지율 차이를 상쇄하는 대형 이슈가 작용할 경우에는 투표율도 높아지지만 그 반대의 경우엔 투표율도 낮아진다.

보수정당 지지는 정치적 효능감 낮을수록, 야당지지는 정치적 효능감 높을수록 유리

그렇다면 유권자들이 정당을 선택할 때 어떤 요인들이 영향을 주는가? 여당 선택과 야당 선택을 가르는 요인은 무엇인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2040세대 조사 중, 특히 청년인 2030세대에 초점을 맞춰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 지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정치적 효능감(낮을수록),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낙관, 보수적 이념성향, 가구소득(낮을수록), 그리고 삶의 질보다 경제적 성취를 중시하는 가치 등이었다. 반면 더민주당 지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정치적 효능감과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유효했지만 그 방향은 새누리당을 향할 때와 정반대였다. 정치적 효능감이 높을수록,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비관할수록 더민주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았다. 또한 정치적 관심이 높을수록, 진보층일수록 더민주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짓회귀분석을 이용한 결과다

2030세대에 국한해 분석한 결과지만 정치적 효능감, 즉 나의 참여가 정치와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새누리당 지지에는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더민주당 지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등 정반대로 나타난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보수정당 지지와 달리 야당을 선택할 때는 확실한 이유와 명분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그 선택이 사회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이 확인된다. 총선은 다가오고 있지만 야당이 여전히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정치불신이 큰 선거일수록 보수정당에 유리

앞서 살펴보았듯이 정치적 효능감은 청년투표율 상승을 이끄는 요인이기도 하다. 즉 야당 지지, 청년의 투표참여, 더 나아가 전체투표율 상승이 정치적 효능감을 고리로 작동한다. 나의 참여를 통해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명분과 기대가 클 때 자연스럽게 현재의 답답한 상황을 변화시킬 대안을 모색하게 되고, 그 결과 여당보다는 야당을 대안으로 선택하며 투표에도 적극적이게 된다는 의미다. 이와 반대로 “내가 참여해봐야 별반 바뀌지도 않을것”이라는 냉소와 정치불신은 청년투표율을 하락시켜 전체투표율을 끌어내리고 보수여당에게 유리한 결과로 이어진다.

물론 2030세대 청년들도 경제력 등 내부 격차가 매우 크고 가치와 선호도 역시 상이하다. 과연 이들을 동일한 이해를 지닌 한 집단으로 묶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특히 같은 30대라도 경제적 지위가 열악할수록 투표참여 가능성도 낮다는 분석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청년 전체의 투표참여도 중요하지만 청년 중에서도 누가 투표하는가가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아무리 투표율이 높아진다해도 경제력 등 자신을 지킬 자원을 가진 층이 투표에 더 적극적이고 이들의 의사가 과대대표되고 빈곤청년들의 의사가 배제된다면 유권자들의 의사가 종이돌멩이로 제대로 표출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재까지의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오는 4·13총선은 여당과 야당의 지지율 격차가 매우 크다. 무기력한 야당, 대안 부재와 야권 분열이라는 현실까지 가세하면서 투표율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50% 이하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적지않다. 하지만 투표율 상승을 이끄는 ‘키’인 청년들의 분노가 극대에 이르고 이들의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분노 투표가 나타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4·13총선의 투표율은 청년에게 달려있다.

(*참고: 분석 자료는 지난 2월 26~29일 전국 20,30,40대 각각 500명씩 총 1500명을 대상으로 웹서베이 방식으로 진행한 2040세대 조사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가 기획하고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이 조사를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다. 2012년 조사는 1월31일~2월6일 동일한 기관이 같은 대상·방식으로 진행했으며, 표본오차도 같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hgy4215@hani.co.kr


등록: 2016-03-28 16:03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7371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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