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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협동의 경험을 큰 협동으로

HERI 2021. 12. 09
조회수 1379
<다시, 협동조합을 묻다> 김기태·강민수 지음/북돋움/1만8000원

다가오는 2022년은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지 꼭 10년이 되는 해다.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설립된 협동조합은 전국에 2만1000여개에 달한다. 농수축협 등 8개 개별법에 의해 설립된 협동조합까지 더하면 협동조합의 규모는 상당하다. 양적 확장이 전부는 아니지만, 다양한 주체의 등장은 협동조합이 가진 자원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그에 맞는 방향 설정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두 저자는 새로운 협동조합 운동론을 제안한다. 협동조합 운동이 시장을 다시 사회로 가져오려는 사람들을 엮는 ‘사회적 접착제’가 되는 협동의 허브가 되자고 말이다.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고 모두 8장으로 구성된 책은 크게 3부로 나누어져 있다. 협동조합이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1부), 현재를 점검하며(2부), 앞으로의 방향을(3부) 점검한다. 정부와 기업 등 다양한 부문과 관계 맺고 상호작용하고 있는 협동조합은 나아가 시민의 이해와 공감대 확보 등 비조직적 여건과도 관련 있다. 그래서 저자들은 협동조합을 둘러싼 국가와 거버넌스, 제도와 정책, 경제 환경 등 다양한 배경을 짚는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이루어져 온 협동조합에 관한 논의를 한 권에 총망라하여 협동조합의 등장과 현황, 성과와 한계를 지적하면서 향후 과제까지 야심차게 제시한다.

현재 협동조합이 놓여 있는 환경은 개별 협동조합만으로 헤쳐 나가기가 쉽지 않다.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기술 혁신은 물론이고 이에스지(ESG) 경영을 내세운다. 협동조합과 기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협동조합은 개인이 소유권을 갖고 직접 참여하는 조직이라는 것이 잘 알려진 특징이자 협동조합을 차별화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조합원은 협동조합에서 소비자, 직원 또는 생산자로서의 기본적인 경제적 관계 이상의 역할을 맡고 있다. 함께 협동조합을 소유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지배구조에 참여한다. 사람 중심의 협동조합 사업모델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들은 변화된 기업 이론과 다양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들을 흡수해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더 쉬운 언어와 논리로 드러내야 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처럼 구체적인 생활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협동조합 내부의 작은 협동을 보다 큰 협동의 경험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협동조합이 우리 사회가 당면한 모든 과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래서 협동조합, 사회적경제의 방식으로 접근할 때 해결하는 것이 효과적인 문제를 찾고 이를 해결해 나가 협동조합에 대한 대중의 호감과 참여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들은 크게 네 가지를 언급한다. 지역사회 통합 돌봄, 지역 순환 경제, 소셜프랜차이즈의 확장, 협동조합 업종별 연합회를 통한 혁신 성장이 그것이다. 기본적으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설립·운영되는 협동조합은 지역의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공동의 목적으로 참여한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살림을 묶는 생활공동체로 함께 먹고 입고 살피고 돌보는 관계망으로 엮는다. 이는 지역의 돌봄 체계와 순환 경제 구성에 유용하다. 한편, 연대와 협력을 강조하는 협동조합의 특징을 살려 연합회를 통해 협동조합의 새로운 분야 진출을 촉진하고 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수 세기 전 협동조합의 선구자들은 협동할 때 재화와 서비스 또는 일자리에 대한 개인과 집단의 필요를 함께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협동조합은 목표를 위한 수단이었지 목표 그 자체는 아니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협동조합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며 또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책 속에서 찾아본다.


신효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jinny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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