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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미래포럼] 기조강연
가이 스탠딩 런던대 교수

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1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가이 스탠딩 영국 런던대학교 교수와 화상통화를 연결해 `코로나, 기본소득, 그리고 이후'를 주제로 원탁토론이 진행되고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1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가이 스탠딩 영국 런던대학교 교수와 화상통화를 연결해 `코로나, 기본소득, 그리고 이후'를 주제로 원탁토론이 진행되고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개막한 제11회 아시아미래포럼 첫째날 행사의 첫 기조강연과 원탁토론의 주제는 ‘기본소득’이었다. 최근 들어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주인공이다. ‘코로나, 기본소득, 그리고 이후'라는 주제로 영상 강연을 통해 올해 아시아미래포럼의 시작을 알린 가이 스탠딩 런던대 동양아프리카학(SOAS) 교수는 “현재 세계는 역사적으로 가장 불평등한 상황이고, 팬데믹이 당도하기 전에도 이미 전세계는 지속될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한 상태였다”면서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해 8가지 문제를 꼭 풀어야 하고, 기본소득은 그 문제들을 푸는 좋은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스탠딩 교수는 기본소득 분야의 활동가, 학자, 정치인들이 모여 1986년에 만든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의 공동 창립자이자 현재 명예 공동의장이고, 대표적인 기본소득 이론가이다.


김세연 아젠다2050 대표
김세연 아젠다2050 대표

■불평등을 ‘8명의 거인’ 중 첫번째로 꼽아 스탠딩 교수는 현대 사회의 ‘가장 중요하고도 심각한 문제들’에 ‘8명의 거인'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거인'은 영국 복지국가 체계의 기본 토대를 마련한 ‘베버리지 보고서’(1942년)에 등장하는 표현이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윌리엄 베버리지는 정부에 제출한 이 보고서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사회를 재건하기 위해선 5명의 거인을 제거해야 한다며 궁핍, 질병, 무지, 불결, 나태를 5명의 거인으로 지목했다. 당시 사회의 최대 과제를 제시한 것이다. 이날 스탠딩 교수가 현대 사회의 최대 문제로 지적한 8가지는 불평등, 불안, 부채, 스트레스, 불안정 노동 계층의 만연화, 로봇과 자동화의 위협, 동·식물의 멸종과 기후위기, 파시즘적인 포퓰리즘이다. 그는 “이 거인들은 단일 정책으로 죽일 순 없지만, 그들 모두의 위협을 훨씬 약화시키는데 기본소득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
정원오 성동구청장

스탠딩 교수는 특히 불평등을 여덟 거인 중에서도 첫 번째로 꼽으면서, 그 원인을 자산 불평등과 불로소득에서 찾았다. 그는 “부유한 계층들은 지금의 팬데믹 기간에도 임대료, 자산가격 상승 등 막대한 자본 이득을 축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7년에 나온 저서 <불로소득 자본주의>를 통해 왜 불로소득을 얻는 사람은 계속 부유해지고, 노동의 가치는 제대로 지불되지 않는가를 분석한 바 있다. 그가 세 번째로 꼽은 부채 역시 현대 자본주의에서 금융 부문의 과도한 성장에 비롯된 문제다. 가장 취약한 계층이 빚 때문에 노숙자로 전락하는 등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린다고 그는 우려했다.


■“기본소득, 새로운 체제 만들 때 필수적 요소” 스탠딩 교수가 다섯 번째 거인으로 지목했을 뿐더러 특히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중요한 근거로 꼽은 건 불안정 노동 계층의 증가다.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자 등 처우나 지위가 불안정한 노동 계층을 ‘프레카리아트'라는 용어로 개념화해 전세계적으로 알린 장본인이 바로 스탠딩 교수다. 그는 이날 “기본소득이 프레카리아트의 모든 고충을 해결해주진 못하지만, 최소한의 경제적 권리를 보장해줄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멸종의 위기 역시 그가 장기적으로 기본소득을 채택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멸종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탄소세와 환경세 등의 도입이 절실하지만, 증세 저항은 걸림돌로 꼽힌다. 그는 “환경세로 거둔 자금이 기본소득으로 지급될 것이란 확신을 사람들에게 심어준다면 기후위기에 대응할 세금제도가 수용될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소득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현 문제들에 대응할 새로운 체제를 만들 때의 필수적 요소”라며 “우리 모두의 회복력은 가장 취약한 계층의 회복력에 달려있고, 팬데믹을 통해서도 이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원재 랩(LAB)2050대표
이원재 랩(LAB)2050대표

■“복지국화 강화할지 대안적 접근할지 논의 필요한 상황” 스탠딩 교수의 영상 강연이 끝난 후 원탁 토론이 이어졌다. 첫번째 토론자로 나선 김세연 전 국회의원(국민의힘) 겸 아젠다2050 대표는 “인공지능과 같은 기반기술이 반복적인 직무를 빠른 속도로 자동화할 것이고, 이에 파생되는 사회경제적 격변에 대처하기 위해선 기본소득 지급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보수 정당의 기존 논리에서 벗어나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있는데, 진보 진영에서도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들은 전통적 주류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기존 질서들이 한번 해체되고, 재구조화되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양재진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양재진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스탠딩 교수의 분석과 대안을 칼 마르크스와 그의 추종자인 마르크스주의자들에 빗대서 설명했다. 양 교수는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와 모순을 정확하게 분석했지만, 대안으로 내세운 사적 소유권의 철폐나 계획경제 등의 시도는 실패했다. 현실사회주의 실험은 철저히 실패했고, 인류 역사의 오점으로 남았다”며 “스탠딩 교수의 진단과 분석에는 동의하지만, 기본소득이란 대안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 사회보장 제도는 실업이나 질병 등 사고가 난 사람들을 충분히 지원하지만,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지원하느라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충분히 도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정원오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장 겸 서울 성동구청장은 “미래의 제도로서 기본소득을 미리 실험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당장 중요한 문제는 중산층을 두텁게 만드는 것”이라며 “앞으로 돌봄, 교육, 보육 등 사회적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고, 공공 부문의 사회적 일자리의 임금을 인상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사회적 가치에 걸맞는 대우를 하면 자연스레 중산층이 두터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원재 랩2050 대표는 “기본소득의 주요 반대 의견이 사람들이 게을러져 일을 안 할 것이란 주장이었다”며 “하지만 팬데믹으로 사람들은 이미 집에 갇혀서도 집안일을 하고, 가족을 돌보고, 화상으로 사람들을 만나며 돈이 안 되는 일을 계속 하고 있다. 게으름에 대한 생각을 전복할 기회를 팬데믹이 제공했다”고 말했다.


구인회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구인회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날 원탁토론의 좌장을 맡은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가 기존의 복지국가를 강화해야 할지, 다른 대안적 접근을 해야할지 보다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윤형중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7251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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