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댐 완공땐 마을 침수…새 집 지어준다니 꿈같아”

소수민족 아이타족, 이사비용 턱도 없는 가난한 삶
코이카·아시아나·굿피플 새집 70채 지어 이주 계획
보건소도 세워…“자립기반 마련해주는 게 장기과제”

» 아이타족 원주민 한 가족이 필리핀 타를라크주 카파스시 외곽 필리안 마을 자신들의 집 앞에서 외부에서 온 방문객을 바라보고 있다. 카파스(필리핀)/강재훈 선임기자
“정든 고향을 떠날 수 없다. 댐 공사가 끝나면 마을이 물에 잠길지도 모른다. 새집을 지어준다고 하니 너무 고맙고 기대가 크다.”

필리핀 타를라크주 카파스시 외곽에 있는 필리안 마을의 촌장인 아마도 비악(50)은 한국국제협력단(카이코)과 아시아나항공, 시민단체인 굿피플이 추진하는 주택 이전 사업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필리안 마을에 거주하는 500여명은 소수민족인 아이타족들로, 필리핀 정부가 곧 착공 예정인 발록발록댐이 완공되고 나면 마을 저지대 주택이 침수될 처지에 놓여 있다.


이들이 사는 필리안 마을은 걸어서는 4시간가량 산을 올라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그나마 우기에는 강이 범람해 외부로부터의 접근이 차단되는 일도 많다. 지난 20일 필리안 마을로 가기 위해 카파스시 산타훌리아나고등학교에서 4륜 구동 지프차를 타고 출발했다. 보통의 2륜 구동 자동차로는 산길을 올라갈 수 없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던 자동차는 여러 차례 진흙탕에 빠지곤 했다. 1시간가량 걸려 마을에 도착하기까지 아이타족들이 진흙탕 길을 걷거나 ‘카라바우’라고 불리는 물소가 끄는 달구지에 의지해 어렵사리 산길을 올라가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필리안 마을에 있는 대부분의 집들은 가바투안강이 만든 시내와 바로 마주보고 있는 탓에, 예정대로 2013년에 댐이 완공되면 모두 물에 잠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필리핀 정부가 내놓은 이주대책은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현재의 마을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곳으로 옮기는 대신 되레 10만페소를 내라는 게 정부 대책 내용이다. 이렇다 할 수입이 없는 아이타족으로선 도저히 가당할 수 없는 금액이다. 아이타족은 주로 바나나와 고구마를 재배하고 나머지는 수렵과 채집으로 생계를 이을 정도로 가난하다. 가구당 월평균 수입은 100달러(약 4400페소)에도 못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으로부터 전해진 도움의 손길은 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한국국제협력단과 공동으로 절반씩 자금을 대 마을 고지대에 새로 70여채의 주택을 지어주는 것이다. 사업 실행은 시민단체인 굿피플이 맡는다. 동행했던 박해남 아시아나항공 사회공헌팀 과장은 “집 한채당 대략 300만원가량 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마을 고지대 1헥타르 부지에 들어설 새집은 정화조도 설치하고 나무로 지붕을 씌우는 등 한층 개량된 형태로건설된다. 현재 필리안 마을의 집들은 바나나 잎 등으로 지붕을 엮고 마루 밑에는 가축을 키우는 구조다.


» 필리핀 타를라크주 카파스시 외곽 원주민 마을 필리안의 아이타족 어린이들이 한국국제협력단과 아시아나항공이 시민단체 굿피플과 함께 마을 동산 위에 지은 색동놀이터에서 놀이를 즐기고 있다. 카파스(필리핀)/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단지 주택만을 지어주는 게 아니다. 마을 주민들의 자립 기반을 북돋워주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이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은 한국국제협력단의 내년도 공공-민간파트너십 프로그램에도 몇 가지 사업을 제안한 상태다. 박 과장은 “마을 안에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어서 임시대피소로 사용하도록 하고 축사를 짓고 가축을 들여와서 소득원을 늘리는 데 도움을 줄 계획”이라며 “발전기 도입뿐 아니라, 수렵과 채집 위주 생활에서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해서 영농 기술 전수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마을 어린이들을 위해 도서관도 세울 예정이다. 왕복 8시간을 걸어서 학교에 다니는데다 비가 오면 어쩔 수 없이 결석을 할 수밖에 없어 교육 수준이 낮고 문맹률이 높은 이곳 어린이들에겐 큰 선물이다.


한국국제협력단과 굿피플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5월엔 공동으로 보건소를 지어 현재 간호사 2명이 상주하고 있는 상태다. 아직은 출산을 도울 수 있는 기구와 간단한 약을 나눠주는 정도일 뿐이지만, 비가 오면 외부로부터 고립되는 이 마을엔 꼭 필요한 시설이다. 식수 시설과 놀이터, 공동화장실도 지었다. 그동안 필리안 마을 사람들은 마을 앞 냇가의 물을 이용해왔는데, 냇가는 카라바우의 분뇨 등으로 인해서 오염되는 경우가 많아 수인성 전염병 감염 우려가 컸다.


조윤수 굿피플 필리핀 지부장은 “민관 공동 사업의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튼튼한 자립 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해 더욱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파스(필리핀)/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EU, 항공사 탄소배출권 구입 의무화 - HERI 경제뉴스해설(12/22)

1. EU, 외국 항공사 탄소배출권 구입 의무화 EU의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가 EU 역내에 취항하는 외국 항공사에도 탄소 배출권을 구입하도록 의무화한 EU의 조치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EU 역내를 ...

  • HERI
  • 2011.12.22
  • 조회수 23462

편의점 급증, 2만개 돌파 - HERI경제뉴스해설(12/19)

1. 편의점 급증 + 자영업 대출 100조 편의점 창업에 나서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새로 출점한 편의점만 4513곳에 달한다. 이에 따라 전국 편의점은 2만650곳으로 지난해 와 비교해 22%나 늘었...

  • HERI
  • 2011.12.19
  • 조회수 23076

주요 업종 독과점 더 심해졌다 - HERI경제뉴스 해설(12/09)

1. <뉴욕증시> ECB 총재 실망감에 급락 8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유럽 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재정위기 국가들에 대한 국채 확대 매입 계획 부재와 독일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협의안을 거부했다는 소식 ...

  • HERI
  • 2011.12.09
  • 조회수 21145

생산가능인구 5년 뒤부터 줄어든다 - HERI경제뉴스해설(12/8)

1.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 5년 뒤부터 줄어든다 좀 달라진 장래인구추계가 나왔는데, 경제와 관련해 눈에 띄는 것은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세다. 15~64살의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전체 인구의 72%인 3700만명으로 정점에 이...

  • HERI
  • 2011.12.08
  • 조회수 29438

[싱크탱크 광장] “혁신적 경쟁은 돕고 파괴적 경쟁은 규제해야”

사설.칼럼 칼럼 [싱크탱크 광장] “혁신적 경쟁은 돕고 파괴적 경쟁은 규제해야” [한겨레] 등록 : 20111206 20:00 “비정규직 외에 실업 문제에도 관심 기울여야” » 한겨레경제연구소와 자유기업원이 함께 마련한 일곱번째 직...

  • HERI
  • 2011.12.07
  • 조회수 31067

내년 새 일자리 올해보다 크게 준다 - HERI경제뉴스해설(12/7)

1. <뉴욕증시> 유럽 전망 엇갈려 혼조 뉴욕증시는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면서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43% 상승한 12,150.13에 장을 마쳤다. S&P500지수는0.11%올랐다. 나스닥지수는...

  • HERI
  • 2011.12.07
  • 조회수 22610

한국에서 일자리 잃으면 소득보전율 OECD 최저수준 - HERI 경제뉴스해설(11/12/06)

독일과 프랑스, 구속력 있는 EU재정통합안 합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낮 파리 엘리제궁에서 회담을 열어 구속력 있는 재정통합을 골자로 하는 'EU 안정·성장 협약' 개정을 추진하기...

  • HERI
  • 2011.12.06
  • 조회수 17721

자동차 덜 몰고 다니면 보험료 싸진다 - HERI 경제뉴스해설(12/2)

1. 뉴욕증시 혼조세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1일 혼조세를 나타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21% 하락한 12,020.03,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0.19% 내린 1,244.58, 나스닥지수는 0....

  • HERI
  • 2011.12.02
  • 조회수 32519

S&P, 글로벌 금융사 신용등급 무더기 강등-HERI경제뉴스해설 (11/30)

1. S&P, 글로벌 금융사 신용등급 무더기 강등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의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을 무더기로 하향 조정했다. 37개 금융기관의 신용등급을 조정했다. 골드만삭스, 씨...

  • HERI
  • 2011.11.30
  • 조회수 29631

올림푸스 회계조작 사태가 일본에 준 충격 - HERI 경제뉴스해설(11/29)

1. 일본에 계시는데, 일본 경제의 핫이슈는 무엇인가요? 일본 경제인들의 단연 최대 화제는 올림푸스 회계조작 사건이다. 디지털카메라로 유명한 이 회사는 10년 동안 1조원이 넘는 손실을 은폐했다. 버블기에 투자한 1조 5천억원...

  • HERI
  • 2011.11.29
  • 조회수 16239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사업면허 취득과 같은 것 - HERI 경제뉴스해설 (11/28)

1. 일본에 가 있는데, 한중일 기업과 연구자들이 모여 중요한 컨퍼런스를 했다고 들었다. 유엔글로벌콤팩트라는 기구가 있다. 유엔이 발의해 만든 기구로, 기업 사회책임경영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전세계 기업의 협의체다. 이...

  • HERI
  • 2011.11.28
  • 조회수 10449

아무 것도 사지 않는 크리스마스 - HERI 경제뉴스해설(11/22)

1. 뉴욕증시 급락 뉴욕증시가 새로운 한 주를 큰 폭 하락으로 출발했다. 미국시각 월요일(어젯밤) 다우지수는 2.1% 하락,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1.9%가량 떨어졌다. 다우지수는 한 달만에 최저치다. -- 어떤 악재가 있었나...

  • HERI
  • 2011.11.22
  • 조회수 11460

“미 리더십 잃어…한·중·일 미래지향적 연계 필요”

경제 경제일반 “미 리더십 잃어…한·중·일 미래지향적 연계 필요” [한겨레] 황예랑 기자 아시아미래포럼 개막 한·중·일 500여명 참석 » 영국 출신의 저명한 아시아 전문가인 마틴 자크 중국 칭화대 교환교수가 15일 ‘2011 아...

  • HERI
  • 2011.11.21
  • 조회수 10153

기업 투명성 평가 ‘우수’…고용분야는 ‘개선 필요’

경제 경제일반 기업 투명성 평가 ‘우수’…고용분야는 ‘개선 필요’ [한겨레] 최현준 기자 [아시아 미래포럼] ‘동아시아30’ 살펴보니 거버넌스·사회 점수 높지만 반부패·일자리는 성과 낮아 일 20곳…한·중은 각각 5곳 기아차...

  • HERI
  • 2011.11.21
  • 조회수 10745

포럼 참가자들의 환영사·축사

경제 경제일반 포럼 참가자들의 환영사·축사 [한겨레] [아시아 미래포럼] » 손경식(상의 회장)위기극복 지혜 모으자 손경식 (상의 회장)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더블딥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또다시 어...

  • HERI
  • 2011.11.21
  • 조회수 10532

“선진국 의존모델 이젠 안통해 윤리 반영된 공동체 개발해야”

경제 경제일반 “선진국 의존모델 이젠 안통해 윤리 반영된 공동체 개발해야” [한겨레] [아시아 미래포럼] 종합토론1-동아시아 경제공동체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주제로 열린 종합토론은 최근 아세안+3(한·중·일)을 중심으로 전...

  • HERI
  • 2011.11.21
  • 조회수 9830

“중 기업, 지재권등 신뢰성 위기” “사회공헌, 기부 아닌 참여 필요”

“중 기업, 지재권등 신뢰성 위기” “사회공헌, 기부 아닌 참여 필요” 종합토론2-아시아가 아시아에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세계 어디서나 다국적기업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그간 서구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모델...

  • HERI
  • 2011.11.21
  • 조회수 9948

“동아시아 공동체, 목적 뚜렷해야 EU위기 피할것”

경제 경제일반 “동아시아 공동체, 목적 뚜렷해야 EU위기 피할것” [한겨레] 황예랑 기자 최현준 기자 [아시아 미래포럼] 한겨레신문사 주최-한겨레경제연구소 주관 위기를 넘어 책임과 상생 » ‘2011 아시아미래포럼’이 열린 1...

  • HERI
  • 2011.11.21
  • 조회수 11175

중국의 시각에서 이해하고 적응하라

기조강연2/ ‘부상하는 중국’ 대비를 중국의 시각에서 이해하고 적응하라 » 마틴 자크 칭화대 교환 교수 과속·예측 불가능성 등 3대 위험성 존재하지만 역사·문화적 이해가 우선 조공체제 부활 가능성도 “한국은 중요한 정치적...

  • HERI
  • 2011.11.21
  • 조회수 9641

홍준표 “FTA 처리까지 넥타이 안매” 이정희 “넥타이 푼 게 심상치 않다”

정치 정치일반 홍준표 “FTA 처리까지 넥타이 안매” 이정희 “넥타이 푼 게 심상치 않다” [한겨레] 임인택 기자 [아시아 미래포럼] 정치인들 화제는 FTA ‘2011 아시아 미래포럼’에 참석한 국내 유력 정치인들의 화제는 ...

  • HERI
  • 2011.11.21
  • 조회수 9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