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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권 재정위기는 과잉복지 탓 아닌 금융허브 몰입한 탓

[아시아미래포럼 연사에게 듣는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빚에 억눌린 정부·기업·가계
쓸돈 없으면 불황 가속화
인플레이션 정책 통한
부채가치 축소가 해법될수도

아시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는 ‘아시아미래포럼’이 다음달 15~16일 서울에서 열린다. <한겨레>가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여는 이번 포럼의 주제는 ‘위기를 넘어: 책임과 상생’이다. 개막에 앞서 이번 포럼을 보는 아시아와 서구 지성의 시각을 여섯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첫 순서로 지난해 기조연사였던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경제학)를 21일 전화로 인터뷰해 유럽을 비롯한 세계 경제위기의 해법과 전망을 들어봤다.


장하준 교수는 2008년 시작된 세계 경제위기가 쉽게 극복되지 않고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각국의 정부, 기업, 가계 할 것 없이 모두 빚에 눌려 돈을 쓸 여력이 없다며, 위기를 빨리 해소하려면 ‘인플레이션 정책’을 통해 부채의 실질가치를 줄여나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가계부채가 800조원이 넘어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 인플레이션 정책이 흔히 쓰이는 경제위기 해법인가?


“그렇다. (1930년대) 대공황 때의 부채도 결국 전쟁(2차대전)을 하면서 인플레이션으로 깎아버린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공개적으로 부채탕감을 해야 한다. 갚을 능력이 없는데 계속 갚으라면 다른 데 쓰지 말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일본은 인플레이션을 겁내다 디플레이션에 빠져 부채의 실질가치가 올라가는 바람에 위기 극복이 늦어졌다.”


-인플레이션 정책을 쓰면 금융자본이 질색을 할 텐데?


“그래서 못하는 것이다. 사실 지금의 물가상승은 금융자본 때문인데도 그렇다. 양적완화로 풀린 돈을 1차 상품에 투자해 기름값, 음식값 올린 게 누군가? 그래 놓고 인플레이션 정책을 쓰지 말라면 ‘꿩 먹고 알 먹자’는 것 아닌가?”


장 교수는 유로권 위기는 기본적으로 단일국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통화를 같이 쓰는 데서 생긴 것라며, 유로권이 이를 극복하고 재정통합 등 더 깊숙한 통합으로 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국내 일부 언론은 그리스 등 유로권의 재정위기가 과도한 복지지출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리스 위기는 복지보다는 탈세가 워낙 많아서이다. 스페인이나 아일랜드는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2~3%씩 재정흑자를 내던 국가였다. 경기가 나빠져 세수가 줄고 금융권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재정적자가 쌓인 것인데, 유럽의 우파가 이를 (복지공격에) 역이용하고 있다. 한국의 우파는 이걸 받아서 얘기하는 것인데, 진짜 교훈을 얻으려면 금융허브를 추구하다 지금은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의 32%까지 치솟은 아일랜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지난해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장 교수는 기조 강연을 통해 이미 파탄난 신자유주의식 ‘글로벌 스탠더드’를 거부하고, 각국이 성공한 역사적 경험과 다른 나라에서 얻은 교훈을 토대로 나름대로의 경제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국회에서 비준동의를 앞두고 있는 데 대해 “자동차를 몇 대 더 팔 수 있을 지는 모르나 (부품소재 산업같이) 미래에 나올 기업들을 희생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세계경제가 중국의 ‘구원투수’ 노릇을 기대하지만 중국도 빈부격차 확대 등 여러 문제가 불거져 지금처럼 고성장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갈수록 중요해지는 아시아가 서로 대화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세계가 갈 길을 얘기하다 보면 아시아가 주도권을 잡는 시대에는 서구의 패권국가들과는 달리 좀더 좋은 세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며 아시아미래포럼이 아시아인의 비전을 엮어내는 터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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