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삶과경제] ‘아시아적 지혜’의 모색

HERI 2011. 06. 27
조회수 9182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전세계적인 물 문제는 대형 시설에 기반을 둔 서양의 방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고대로부터 전해온 우리 조상의 전통 지혜에 오히려 답이 있습니다.” ‘빗물박사’로 불리는 서울대 한무영 교수(빗물연구센터 소장)가 발표를 시작했다. 서울대 전경수 교수의 인도네시아 파푸아 지역 관찰기가 이어졌다. 그리고 경영전문가들이 토론을 시작했다. 

최근 재미있는 연구모임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언어학·인류학·생태학 등 인문 및 자연과학 분야 권위자들과 경영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시아적 지혜’를 찾아 세계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방법을 놓고 토론을 벌인 것이다. 서울글로벌콤팩트연구센터의 모임이었다. 

아시아 전통사회에는 사실 많은 지혜가 묻혀 있었다. 그 지혜는 한국의 전통적 마을이 물을 관리하던 방법 속에 있기도 하고, 늘 식민지 상태에 놓여 있던 파푸아 지역의 풍습 속에 들어 있기도 하고, 절멸의 위기를 맞은 언어 속에 있기도 하다. 이들 대부분이 새롭게 들어선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아래서 사라질 처지에 놓여 있다. 이런 전통적 지혜 속에 지금 세계자본주의 문제의 해결 실마리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연구자들이 전공을 가리지 않고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사실 한국·중국·일본 연구자들이 함께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 흥미롭다. 이 모임은 지난해 가을 서울에서 세 나라 학자들이 모여 공동연구 기획회의를 한 결과 만들어진 것이다. 세 나라에서 각각 연구를 진행한 뒤 올해 함께 발표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한·중·일 전문가들이 경제 및 사회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흐름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전통과 현대, 경제와 사회 등 중간에서 연결고리를 찾는 작업이 많다. 

지난해 3월과 올해 1월에는 한-일 사회적기업 심포지엄이 양국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각각 도쿄와 서울에서 열렸다. 지난해 9월에는 유엔글로벌콤팩트 한·중·일 라운드테이블이 서울에서 열려 한·중·일 기업의 사회책임경영(CSR)을 함께 증진시키기로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한겨레경제연구소가 한·중·일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실태를 분석해 2008년 발표한 ‘동아시아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연구보고서도 국내외 콘퍼런스에서 발표되는 등 큰 반향을 얻었다. 역사 분야에서도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연대’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공동 역사교재 편찬작업이 진행중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동아시아가 주목받고 있다. 이번 위기가 서구 경제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시작됐고 유럽에서 확산된 반면, 동아시아 기업과 경제는 상대적으로 튼튼한 면모를 보여준 게 힘이 됐다. 어찌 보면 지금은, 자본주의 체제가 세계를 지배하게 된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동아시아가 하나의 ‘지역’으로 인식될 수 있는 시기다. 


그런데 한 지역이 정의될 때는, 결국 그 지역을 대표하는 가치가 함께 정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게 간단하지 않다. 지금 동아시아는 가장 전통적인 것과 가장 현대적인 것이 만나는 곳이고, 가장 보수적인 것과 가장 진보적인 것이 공존하는 곳이며, 가장 국가주의적인 곳에서 가장 시장주의적인 현상이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권위주의가 이 지역을 대표해 버릴 수도, 시장만능주의가 이 지역을 대표해 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어찌 보면 가치를 둘러싼 토론이 제대로 벌어질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가 처한 문제에 대해 국가주의적인 것도 시장만능주의적인 것도 아닌, 새로운 진보적 해답을 지금 어딘가에서 찾는다면, 다른 지역보다는 동아시아가 더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오지마을 우물가엔 시원한 웃음 넘쳤다

경제 경제일반 오지마을 우물가엔 시원한 웃음 넘쳤다 [한겨레] 김재섭 기자 웅진코웨이, 캄보디아 ‘식수 해결’ 5년째 우물파기 2015년까지 1000개 목표…마을 영아사망률 감소 소문퍼져 앞다퉈 신청…개인이름 우물기증도 활발 ...

  • HERI
  • 2011.11.04
  • 조회수 48818

내가 만약 한국인이라면 우선 재생에너지 힘쓸것 원전은 최후 선택이어야

경제일반 내가 만약 한국인이라면 우선 재생에너지 힘쓸것 원전은 최후 선택이어야 [한겨레] 등록 : 20111103 20:30 아시아미래포럼 연사에게 듣는다 ㅣ 트리 뭄푸니 2011년 막사이사이상 » 트리 뭄푸니 2011년 막사이사이상트...

  • HERI
  • 2011.11.04
  • 조회수 8938

EU 같은 경제공동체 동아시아선 비현실적 한·중·일 FTA 모색을

경제 경제일반 EU 같은 경제공동체 동아시아선 비현실적 한·중·일 FTA 모색을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 연사에게 듣는다 ⑤ » 허시유 푸단대 교수 허시유 중국 푸단대 교수(42·경제학)는 한·중·일 경제공동체 구상에 대해 균형...

  • HERI
  • 2011.11.03
  • 조회수 10112

협동조합 은행이 투자자 소유 은행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

사회 사회일반 협동조합 은행이 투자자 소유 은행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 [한겨레] 김현대 기자 아시아미래포럼 연사에게 듣는다 ④ » 존스턴 버챌 스털링대학 교수스코틀랜드 스털링대학의 존스턴 버챌(60) 교수는 세계 협동조합계...

  • HERI
  • 2011.11.02
  • 조회수 9883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재생에너지 중심 재건 실험중”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재생에너지 중심 재건 실험중”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 연사에게 듣는다③ 원전족, 일본 전력시장 장악 손정의 등 녹색에너지 세력 발전차액지원제 등으로 도전 » 앤드루 드윗 릿교대 교수앤드...

  • HERI
  • 2011.11.01
  • 조회수 10231

서구가 답하지 못하는 문제 아시아가 해답 들려줄수도

서구가 답하지 못하는 문제 아시아가 해답 들려줄수도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 연사에게 듣는다 ② 중국은 근대 국민국가 아닌 그들 나름의 문명국가 성장 지진해일·원전사고 충격 일본사회 변화 방향 고민 문명의 중심축이 유...

  • HERI
  • 2011.10.31
  • 조회수 8767

“댐 완공땐 마을 침수…새 집 지어준다니 꿈같아”

“댐 완공땐 마을 침수…새 집 지어준다니 꿈같아” [한겨레] 조기원 기자 소수민족 아이타족, 이사비용 턱도 없는 가난한 삶 코이카·아시아나·굿피플 새집 70채 지어 이주 계획 보건소도 세워…“자립기반 마련해주는 게 장기과...

  • HERI
  • 2011.10.28
  • 조회수 10178

유로권 재정위기는 과잉복지 탓 아닌 금융허브 몰입한 탓

경제 경제일반 유로권 재정위기는 과잉복지 탓 아닌 금융허브 몰입한 탓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 연사에게 듣는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빚에 억눌린 정부·기업·가계 쓸돈 없으면 불황 가속화...

  • HERI
  • 2011.10.24
  • 조회수 8961

가난한 초원에 전하는 ‘자립 노하우’

경제 경제일반 가난한 초원에 전하는 ‘자립 노하우’ [한겨레] 이재명 기자 지구촌나눔운동, 유목민에게 축산·농업기술 전수 현지인 리더십 양성 초점…“삶의 질 향상에 일조” 갓 돌이 지났을 법한 딸아이를 가슴에 안은 체랭...

  • HERI
  • 2011.10.21
  • 조회수 9496

사막에 울창한 숲을…쿠부치에 심은 ‘녹색 희망’

경제 경제일반 사막에 울창한 숲을…쿠부치에 심은 ‘녹색 희망’ [한겨레] 박영률 기자 ‘대표적 황사 발원지’ 쿠부치 사막에 ‘길이 28km·폭 8km’ 숲 조성 “황사·사막화 방지에 도움 보람”…일본도 1992년부터 녹화사업 모래...

  • HERI
  • 2011.10.14
  • 조회수 11951

‘블랙아웃’ 걱정, 2차전지에 맡겨라

경제 경제일반 ‘블랙아웃’ 걱정, 2차전지에 맡겨라 [한겨레] 최현준 기자 작고 가벼운데 용량 큰 ‘반영구적 전기창고’ 삼성SDI, 소형 2차전지서 일본 제치고 1위 중·대형 박차…차세대 지능형 전력망 추진 지난 4일 찾은 ...

  • HERI
  • 2011.10.07
  • 조회수 9801

[싱크탱크 광장] ‘빚더미’ 대한민국·서울시 건강재정 되찾을 묘안은

사설.칼럼 칼럼 [싱크탱크 광장] ‘빚더미’ 대한민국·서울시 건강재정 되찾을 묘안은 나라살림 현황과 해법 [한겨레] 등록 : 20111004 19:45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로 뽑혔다. 경선 막바...

  • HERI
  • 2011.10.05
  • 조회수 10553

“안철수 현상은 □ 다”

정치 정치일반 “안철수 현상은 □ 다” [한겨레] 이지은 기자 등록 : 20110929 21:28 한겨레·싱크탱크연합 토론회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안철수 현상’은 무엇에서 비롯됐는가?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불어닥친...

  • HERI
  • 2011.10.04
  • 조회수 10593

태양광 전지판 전세계 80개국에 펼치다

경제 경제일반 태양광 전지판 전세계 80개국에 펼치다 [한겨레] 김경락 기자 등록 : 20110929 20:30 | 수정 : 20110929 22:13 창업 9년만에 실리콘 태양광 모듈 세계 1위 지방정부 지원·과감한 R&D투자로 고속성장 최근 ...

  • HERI
  • 2011.09.30
  • 조회수 10312

[싱크탱크 시각] 위기의 본질 / 이원재

사설.칼럼 칼럼 [싱크탱크 시각] 위기의 본질 / 이원재 [한겨레] 한국 기업은 이미 위험을 관리하는 법을 배웠다 지금 위험한 것은 개인이다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경제위기’가 다시 입에 오르내린다. 원화 환율이...

  • HERI
  • 2011.09.26
  • 조회수 10699

페르시아만 바닷물을 ‘사막의 생명수’로

경제 경제일반 페르시아만 바닷물을 ‘사막의 생명수’로 [한겨레] 김경욱 기자 UAE 루와이스 200만㎡거대 물공장 가동 시작 폐열·폐증기 이용한 ‘다단증발방식’ 친환경 기술 22곳에 450만톤 규모…하루 1500만명 이용 가능 무...

  • HERI
  • 2011.09.23
  • 조회수 11251

독보적 철강기술로 ‘반환경’ 용광로 허물다

경제 경제일반 독보적 철강기술로 ‘반환경’ 용광로 허물다 [한겨레] 황예랑 기자 등록 : 20110915 20:26 가루로 쇳물 만드는 ‘파이넥스 공법’으로 공정 줄여 ‘용광로 대체’ 첫 성공사례…오염물질 배출량 급감 2007년 상...

  • HERI
  • 2011.09.16
  • 조회수 12509

CO₂ 배출 0…‘절전형 도시’ 만든다

경제 경제일반 CO₂ 배출 0…‘절전형 도시’ 만든다 [한겨레] 구본권 기자 등록 : 20110908 21:01 태양광 발전·빗물 이용 ‘에코하우스’ 실용화 코앞 2018년 창업 100돌 ‘그린플랜’…에너지솔루션 주력 일본은 지난 3월 동북...

  • HERI
  • 2011.09.16
  • 조회수 10475

‘맞춤 정보’ 지금 당신의 생각을 재단중

문화 책 ‘맞춤 정보’ 지금 당신의 생각을 재단중 [한겨레] 등록 : 20110902 21:20 개인 관심정보 알려주는 ‘필터링’ 콘텐츠 편식조장 민주주의 위협 » 생각조종자들 엘리 프레이저 지음, 이정태ㆍ이현숙 옮김/알키ㆍ1만5000원...

  • HERI
  • 2011.09.05
  • 조회수 9451

“무책임 넘어 방종 드러나…상업적 미디어 환경 바꿔야할 때”

사회 미디어 “무책임 넘어 방종 드러나…상업적 미디어 환경 바꿔야할 때” [한겨레] 등록 : 20110830 21:07 | 수정 : 20110831 11:18 미디어 공룡 종편의 습격 런던시티대학 이오시피디스 교수 인터뷰 불법도청 사건은 ‘미...

  • HERI
  • 2011.09.01
  • 조회수 10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