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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세계공동모금회 윌리엄스 회장

안젤라 윌리엄스(왼쪽) 세계공동모금회 회장이 12일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흥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이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안젤라 윌리엄스(왼쪽) 세계공동모금회 회장이 12일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흥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이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나는 인간 내면의 선한 의지를 믿습니다. 그것만 있으면 인간은 어떤 위기라도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위기 등 세계가 마치 디스토피아를 향해 가는 듯하지만 안젤라 윌리엄스 세계공동모금회(UWW) 회장은 오히려 세상을 낙관한다. “인간에겐 남을 돕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공동모금회 회장을 맡게 된 그는 “펜데믹, 전쟁과 같은 글로벌 위기에 기부는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시민들이 기부에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했다. 세계공동모금회는 미국과 한국 등 전 세계 37개국에 1100개 이상의 조직을 가진 글로벌 민간기부 네트워크다. 한국은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기부금 규모를 자랑한다.

12일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회관에서 만난 안젤라 회장은 인터뷰 내내 ‘긍정에너지’를 맘껏 발산했다. 조흥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은 “안젤라 회장은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어서 한국을 매우 좋아한다. 이번 방한은 사랑의열매 아태교육센터가 8월 베트남 현지에서 공동모금 노하우를 전수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인간에겐 선한 본능이 있다고 했지만, 코로나 펜데믹 기간 세계는 지독한 백신불평등도 겪었다.

“내가 5~6살 때 일이다. 티브이에서 코끼리를 살리자는 캠페인 광고를 보고 난 뒤 저금통에서 돈을 꺼내 엄마에게 드렸던 기억이 난다 . 나만 유별나서 그런 게 아니다.(웃음) 나는 사람의 마음 안에 남을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이 본능처럼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미국에서 음식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공유되자 어린이들이 음식을 이들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대거 참여했다. 아이들 뿐만이 아니다. 많은 성인들이 비영리기관 같은 조직에 기부를 하고 있다. 최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전 부인 매켄지 스콧은 1억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기부 프로그램은 취약 계층의 백신 접종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 미국은 인종이나 언어 등의 장벽으로 의료 접근성이 나쁜 곳이 많다. 그래서 이 지역에 공유차랑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과 손잡고 백신 접종 장소까지 데려다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 한국도 사회적 갈등, 경제적 불평등이 극심하다. 기부가 이런 문제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 첫째, 기부 프로그램은 시민들의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다. 특히 요즘은 사회적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춘 이들이 많다.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하면 갈등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둘째, 사람들이 최소한 생계를 걱정하지 않는 소득 보장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미국 뉴올리언스에 ‘번영센터’라는 단체가 있는데, 노숙자나 실업자에게 기술을 가르쳐서 취업으로 연결될 수 있게 돕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정부와 기업 , 엔지오, 대학이 하나의 팀이 돼서 커리큘럼을 만들어 고용주들 요구에 맞는 직업교육을 한다. 셋째, 자산가들의 고액 기부를 통해 정부가 할 수 없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세계 37개국 1100개 조직 둔
글로벌 민간기부네트워크
“인간 선한 의지가 위기극복 원천
기부는 시민 참여 활동 활성화도
세금과 기부 조화 이루는 게 중요”

오산 미 공군기지 근무 경험도

-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한국에서는 기부보다 증세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기부와 세금, 둘 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유럽은 기부보다 세금의 중요성을 더 강조한다 . 하지만 세금을 많이 내더라도 정부가 사회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민간 섹터가 사회의 빈 곳들을 채워주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은 기부를 장려하기 위해 세금 혜택을 많이 주는데 그로 인해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많다. 결국 세금과 기부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정부와 민간 섹터를 대표하는 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 ‘슈퍼리치’라 불리는 고액 자산가들 중에는 거액의 세금을 회피하면서 그보다 훨씬 적은 기부를 통해 생색을 낸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데?

“우리는 동기가 뭐든 상관하지 않고 모든 기부금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웃음) 고액 자산가들이 기부에 더 많이 참여하도록 이끌어내고 , 또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관점을 (다른 계층 사람들과) 공유하고 교류하면서 장기적으로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서로 의지를 하면서 상호작용하는 관계로 묶여 있다 . 아무리 최고 부자라고 하더라도 농업 쪽에서 일하는 농부가 없다면 밥을 먹을 수 없고 , 주유소에서 일하는 사람이 없다면 차에 기름을 넣을 수 없다. 그런 관점에서 기부자들의 사회 ·경제적인 지위와 상관없이 그들 모두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나가는 게 우리의 임무다.”

- 세상을 절망적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우리는 팬데믹 속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자원을 동원해서 사회 안전망을 새롭게 만들어나가는지 목격했다 . 의사들은 이전까지 자신의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했지만, 지금은 줌이나 기타 통신수단을 통해 원격 진료를 한다. 아이들도 학교에 가지 않고도 온라인 등을 통해 어떤 형태로든 교육을 받는다. 나의 부모님은 80대 후반의 고령에다 500마일이나 떨어져 살고 계셔서 팬데믹 기간에 자주 볼 수 없었지만 부모님을 위해 슈퍼에서 식료품을 주문해 부모님 집 앞까지 배달시켜 드릴 수 있다. 기후위기 문제도 많은 기업이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고 ,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해결책을 찾으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결국은 위기 속에서도 서로 교류하면서 함께 고민한다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cjlee@hani.co.kr, 녹취 민수빈 보조연구원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508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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