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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사진으로 환경운동하는 강제욱 작가

강제욱 작가 제공
강제욱 작가 제공

‘피포지(P4G) 서울 정상회의’가 오는 30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린다. P4G는 ‘녹색 성장과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의 약자이다. 정상회의에 앞서 시민사회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피포지 시민사회포럼’이 지난 14일 열렸고, 19일부터는 5일간 서울 종로 세운상가 다시세운광장에서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피포지 한국민간위원회 사진전’도 열린다. 온라인 사진전은 2021 P4G 정상회의 대응 한국민간위원회 누리집(p4g-cso-photo.kr)을 통해 31일까지 이어진다.

‘멸종을 멈춰라’를 주제로 국내외 8명의 작가가 함께하는 이번 전시에 참가하는 강제욱(44) 사진가를 지난 10일 서울역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고고미술사학자’ 꿈꾸며 서울대 진학
2004년 코이카 봉사단 ‘환경문제’ 관심
2013년 필리핀 태풍 피해현장 ‘전환점’
“예술가로서 사회 소통하는 방법 고민”

오늘부터 ‘멸종 멈춰라-P4G 사진전’
“미래 기록해 현인류에 전하는 사람”

2021 P4G 정상회의 대응 한국민간위원회 제공
2021 P4G 정상회의 대응 한국민간위원회 제공

“환경 문제는 저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러다 재난 현장을 직접 가서 보면서 마음이 바뀌었죠. 재난은 특정 지역에서 일어나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조만간 인류가 마주하게 될 모습이라는 걸요. 작년부터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코로나19가 대표적이죠.”

어린 시절 영화 <인디아나 존스>를 보고 고고미술사학자를 꿈꿨다는 강 작가는 과거 미술품의 역사적 의미를 밝히는 일 대신, 문명의 현재와 미래를 기록하는 환경 사진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07년부터 한국을 비롯해 중국, 동남아 일대의 환경오염 지역과 재난 현장을 찾아다녔다. 폭우로 범람한 라오스의 메콩강, 날로 황폐해지고 있는 몽골의 고비사막, 홍수로 잠긴 타이의 돈무앙 공항 등을 사진에 담았다. 2017년엔 지난 10년의 기록을 정리한 첫 사진집 <더 플래닛>(눈빛)을 내기도 했다.

그가 미술사학 대신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4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으로 파라과이에 파견되면서부터다. 서울대 미대 시절 부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하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자연스럽게 국제기구나 비영리단체로 진로를 고민하게 됐다. 그는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 남쪽으로 30분 떨어진 니엠브(Ñemby)시의 가나안 기술학교에서 2년간 목공 교사로도 일했다. “자연의 품 안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이로움을 느꼈죠. 도로를 건설할 때 빙 돌아가더라도 나무 한 그루 헤치지 않는 파라과이인들을 보며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어요.”

2013년 필리핀에서의 경험은 그의 예술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초강력 태풍 ‘욜란다’가 휩쓴 필리핀 타클로반을 방문한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열심히 재난 현장을 찍고 있었어요. 초등학교 1학년 정도로 보이는 한 아이가 아빠와 함께 무너진 건축 골재를 모으는 모습을 봤죠. 팔다리 없는 인형과 바퀴 없는 자동차를 가지고 노는 아이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어요. 남의 불행을 기록하는 게 불편하고 미안하더군요. 더는 카메라 뒤에 숨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아이들의 망가진 꿈과 미래를 위해 뭔가를 해야 했죠.”

그는 예술과 사회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동료 예술가들을 모아 ‘예술과 재난’이라는 프로젝트팀을 꾸렸다. “기부하거나 재난 지역 복구 자원봉사도 좋지만, 예술가로서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거든요.”

강제욱(맨뒷줄 오른쪽 둘째) 사진가는 2015년 ‘예술과 재난’ 프로젝트팀을 이끌고 필리핀 타클로반의 산 페르난도 센트럴 스쿨을 방문해 태풍으로 망가진 아이들의 장난감을 3D 프린터로 복원했다. 강제욱 사진가 제공
강제욱(맨뒷줄 오른쪽 둘째) 사진가는 2015년 ‘예술과 재난’ 프로젝트팀을 이끌고 필리핀 타클로반의 산 페르난도 센트럴 스쿨을 방문해 태풍으로 망가진 아이들의 장난감을 3D 프린터로 복원했다. 강제욱 사진가 제공

이들은 쓰리디(3D) 프린터 기술을 활용해 장난감을 고쳐주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쓰리디 프린터가 막 보급되던 시기였다. 필리핀의 태풍 재난 지역과 네팔의 카트만두 지진 피해 지역을 찾았다. 아이들의 장난감을 고쳐주고, 사진이나 무용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저희가 했던 활동이 일종의 예술심리치료라고 하더군요. 장난감 수리는 장난감에 담긴 아이들의 추억을 되살리는 일이었죠. 예술 교육으로 재난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고도 해요.”

재난의 현장에 있을 때면 지구의 미래에 와 있는 것 같다는 그는 “단순히 사건·사고를 다루는 사진이 아니라 문명의 미래를 기록한다는 생각으로 작업한다. 앞으로 닥칠 미래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시각예술가, 전시기획자, ‘예술과 재난’ 팀디렉터, 환경사진가…, 여러 이름을 가진 그는 자신을 “문명의 미래를 기록하고, 현재 인류에 전하는 사람”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지금이 자신이 평생 바라온 꿈의 한복판에 있다는 그는 “조금이라도 더 작업할 수 있도록 오래 살고 싶다”며 웃었다.

민간위원회는 기후·에너지 및 환경, 사회적 경제, 도시, 거버넌스, 교육, 인권, 평화 등 다양한 주제 분야의 총 671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2021 P4G 정상회의’에 대응해 P4G 주요 이슈를 모니터링하고,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지난달 9일 공식 출범했다.

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hyeb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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