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기획특집/기본소득 사회실험
재난지원금의 효과

1차지원 효과 두고 분석기관 편차
KDI “30% 수준 소비증가 있다”
경기도 “지급액 대비 1.85배”
‘보편-선별’ 떠나 기본소득 의제화

지난해 5월18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시민들이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18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시민들이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편과 선별을 놓고 논란을 빚었던 4차 재난지원금은 선별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번 지원 대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피해 계층에 집중해 좀 더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린 것이지만, 정부 여당은 추후 전국민 보편 지급의 여지를 남겨뒀다. 앞서 여러 연구기관들의 재난지원금 효과 분석 결과를 보면, 소비 진작 효과는 어느 정도 확인됐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분석 기관마다 적잖은 차이를 보여 어느 쪽이 더 타당하다고 한마디로 결론 짓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정부는 세차례에 걸쳐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1차 때는 전국민 대상의 ‘보편 지원’이었고 2, 3차는 피해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선별 지원’ 방식이었다. 2, 3차 재난지원금 효과를 분석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할 때 현재로선 1차 재난지원금의 분석 결과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1차 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소비 진작 효과는 30% 수준이었다. 이 연구는 1차 재난지원금의 소비 증대 효과를 카드 매출액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감을 통해 분석한 것인데, 사용 가능 업종에서 재난지원금을 통해 늘어난 카드 매출액은 4조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투입 재원의 26~36%에 해당한다. 나머지는 소비가 아니라 빚을 갚거나 저축하는 데 쓰였을 것으로 연구원은 추정했다. 100만원을 받아 30만원가량 썼다는 것인데, 당시 재난지원금은 사용 기한과 사용처가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거의 다 썼다고 봐야 한다. 다만 100만원으로 ‘대체 소비’를 하니 그만큼 원래 갖고 있던 돈은 안 쓰고 아낄 수 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경기도민들에게 지급한 1차 재난지원금(경기도는 ‘재난기본소득’이라 지칭)의 효과를 분석한 경기도의 결과는 큰 차이가 난다. 경기도는 도민들에게 지급된 지원금이 지급액 대비 1.85배의 소비 효과를 견인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재난지원금 10만원을 받아 18만원을 썼다는 것이다. 경기도민 1300만명이 정부로부터 받은 재난지원금에 도의 재난기본소득을 합친 5조1190억원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총 7조7444억원의 소비 지출이 있었던 것으로 경기도는 집계했다. 투입 예산 대비 1.51배로, 재난지원금이 아예 없었을 경우를 가정해 분석했을 때는 1.85배의 소비 진작 효과가 났다는 게 경기도의 분석이다.

현금 성격의 돈을 언제까지 쓰라고 하고 나눠준다면 소비 진작 효과가 생긴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두 연구 결과의 차이는 그 효과를 산출하는 비교값의 추정 방식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기 시작한 4월부터 8월까지 발생한 소비 지출액을 전년 같은 기간의 것에 견줘 소비 증진 효과를 산출했는데, 같은 해 2~3월 소비 감소가 4월부터 회복세로 돌아선 점과 이에 따라 미뤄졌던 소비 지출을 늘린 이연소비(보복소비) 효과를 비롯해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와 같은 정부정책 효과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한계로 꼽힌다. 소비 증감에 영향을 끼친 여러 요소들을 ‘재난지원금의 경제적 효과’ 하나로 단정하는 건 무리라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소비 회복세와 이연소비 효과 등을 고려해 계산하긴 했으나 소비 진작만으로 재난지원금 효과를 평가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 전국민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이 가계소득 보전과 소비 증가, 내수 진작 등 경제 전반에 끼치는 이른바 ‘승수효과’는 1~2년 뒤에 나타나기 때문에 제한된 기간의 분석만 갖고 효과를 따지기엔 역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한국노동연구원의 1차 재난지원금 효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소비 촉진 효과는 72.1%에 이른다. 똑같은 재난지원금을 대상으로 분석한 국책연구기관들도 갑절 넘게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다.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상이 제주대 교수(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재난지원금은 경제복지 정책이기 때문에 재정지출의 효과성과 효율성 원칙에 합당해야 한다. 보편적 복지의 원리에 맞게 피해 맞춤형 선별 지원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전국민에게 지급한 재난지원금에는 영업제한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 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매출 감소를 지원하는 선별 지급의 성격을 포함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보편 지급을 선호했던 이유도 매출 증대에 기여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별이냐, 보편이냐’를 떠나 모두에게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은 기본소득 문제를 사회 의제로 부각시킨 데서 나아가 기본소득 이슈를 현실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냈다. 재난지원금이든 기본소득이든 분배 체계의 대안이 되려면 우리 사회에 적합한 정책인지 면밀히 따져보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승호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차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위축된 가구 경제의 회복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다”며 “전례 없는 재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변화 내용을 실증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대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hongds@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86149.html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장애학생에게 좋은 학교는 모든 학생에게도 좋다”

인터뷰 | 이숙향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교수 “통합교육 양적으로 크게 성장 질적 성장 노력 이어지고 있지만 부정적 인식은 여전히 걸림돌 정부·교육청·학교 등 모두가 노력해야” 대구불로초 병설유치원 푸른하늘반(만 5살)에선 장...

  • HERI
  • 2021.06.21
  • 조회수 468

그림자 노동 굴레 벗고, 당당한 ‘노동자’로 첫발 딛는 가사노동자

[제10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토론회] 국내 약14만명 추정되는 가사노동자 지난 68년간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돼 복지 사각지대, 여성 노인빈곤 방치 내년 5월부터 산재 · 4대보험 등 적용해 소비자·노동자 추가비용 부담줘...

  • HERI
  • 2021.06.21
  • 조회수 413

복지국가실천연대, 대통령선거 특별위 발족

10일 오후 1시,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유튜브 채널에서 중계 전국 20개 사회복지단체가 모인 복지국가실천연대가 10일 대통령선거특별위원회(이하 대선특별위) 발족식을 연다. 대선특별위는 공동위원장으로 남국희 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과 ...

  • HERI
  • 2021.06.10
  • 조회수 460

‘기후위기 최대 피해자’ 사회적 약자 보호하는 복지국가 되려면…

사회적 약자 위한 사회 안전망과 생태전환 복지정책 필요 불안정·이주노동자 품으려면 사회복지 개념도 바뀌어야 분절화된 노동, 기업별 교섭체계 등 구조적 노동시장 과제 해결부터 정부·시장·노동 주체별 혁신 노력까지 사회 ...

  • HERI
  • 2021.06.04
  • 조회수 696

탄소중립 이행에 앞장서는 100만 시민의 선언

‘사회적 경제로 실현하는 지역 탄소중립 이행 정책토론회’서 ‘탄소중립 이행 위한 100만 시민 참여 선언식’ 열려 지난 27일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시민대표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모여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

  • HERI
  • 2021.05.31
  • 조회수 648

알고리즘에 ‘코로나 백신 접종 순서’ 맡기면 효율적일까

공공정책과 자동의사결정 시스템 이탈리아 주정부들, 개인별 의료정보 활용 “알고리즘의 접종대상 선별 정확도 95%” 공공정책에 알고리즘 활용 증가 ‘알고리즘 영향 평가’ 지침 등장 “인권 안전 민주주의 고려한 AI정책을” ...

  • HERI
  • 2021.05.31
  • 조회수 599

‘풀빵 정신’ 잇는 노동자 연대 생활안전망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 링크 스크랩 프린트 글씨 키우기 ‘노동공제조합 사단법인 풀빵’ 창립보고대회 열어 특고·프리랜서·플랫폼 종사자 등을 위한 연대 공동 적립형 공제 등 금융·복지 사업 추진 예정 27일 오전 서울 중구 ...

  • admin
  • 2021.05.27
  • 조회수 659

[HERI 쟁점진단] 삼성 경영권 승계 재판, 재점화된 ‘삼바 분식회계’ 논란

이재용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 시작과 함께 검찰 기소 내용 비판하는 기고문 등장 최종학 서울대 교수 “분식회계 아니고, 합병과 관계도 없다” 검찰 “삼바 자본잠식 막기 위해 분식” 기소 재판에서 분식회계 다툼...

  • HERI
  • 2021.05.26
  • 조회수 711

“재난현장 아이들 보며 ‘렌즈 뒤에 숨지 말자’ 결심했죠”

[짬] 사진으로 환경운동하는 강제욱 작가 강제욱 작가 제공 ‘피포지(P4G) 서울 정상회의’가 오는 30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린다. P4G는 ‘녹색 성장과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artnering For...

  • HERI
  • 2021.05.19
  • 조회수 668

“기후위기 배운 적 없는데 어떻게 목소리 내나요?”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 링크 스크랩 프린트 글씨 키우기 ‘P4G 시민사회포럼’서 정책 제안 쏟아져 청소년층에선 형식적 현장 교육 비판 “생수가 수돗물보다 탄소 770배 더 배출” 분야별 기후위기 대응·활동 사례도 눈길 이아...

  • admin
  • 2021.05.18
  • 조회수 891

‘녹색전환’ 성공하려면…“취약계층 포용하는 투명한 파트너십에 달렸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 링크 스크랩 프린트 글씨 키우기 ‘P4G 서울 정상회의’ 대응하는 시민사회 포럼 열려 “정부의 대표적인 그린워싱 정책” 비판…참여 거부 취약계층에 더 불평등한 현 녹색전환 구조 바꾸고 포용적·통합...

  • admin
  • 2021.05.18
  • 조회수 677

피싱 메일 몰라?…한국 청소년 ‘디지털 문해력’ OECD 바닥 ‘충격’

‘PISA 21세기 독자’ 보고서 2018 PISA 읽기 ‘5위’ 불구 정보 신뢰성 평가는 OECD 꼴찌 정보편향 판단 교육도 평균 이하 OECD, “21세기엔 새 문해력 필요” “정보 신뢰성 판단이 문해력 핵심” 전문가들 “긴글 못...

  • HERI
  • 2021.05.17
  • 조회수 799

코스타리카…“커피 소농의 땀과 협동조합 방식의 연대가 사회와 경제의 기반”

상지대, 로드리게스 주한 코스타리카 대사 초청 강연 코스타리카 사회적 경제 경험 공유하는 배움의 장 마련 코스타리카 작년 11월 ‘사회연대경제 정책 2021~2025’ 발표 코로나 이후 탈탄소·디지털화·분권화 국가경제 원칙 환경...

  • HERI
  • 2021.05.12
  • 조회수 845

플랫폼·프리랜서협의회, 한국노총과 ‘노동권 확보’ 나선다

30일 노동기본권 강화 위한 ‘공동 실천’ 협약 고용 및 산재보험 확대, 조직권 강화 등 목표 “조만간 협의체 마련해 사업계획 논의할 것” 3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위원장실에서 열린 플랫폼·프리랜서 협의회와 한국노총...

  • HERI
  • 2021.05.10
  • 조회수 685

ESG 투자 수익?…제대로 하면 보인다

신한운용, 16개 펀드에 ESG 반영 “투자 성과는 2~3년 뒤에 판단” 미국은 벤치마크지수 초과 펀드 많아 “ESG는 홍보용 문구일 뿐” 비판도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지난해 ESG 관련 투표 적극 행사 5월7일 서울 강...

  • HERI
  • 2021.05.10
  • 조회수 763

내가 버린 플라스틱, 우리 동네 벤치 될 수 있을까?

‘자원순환 경제의 실현과 전망’ 정책토론회 “쓰레기 수거부터 재활용 상품 개발까지 스스로 해결하는 협동조합형 모델 활용을” 자치구별로 ‘재사용 업사이클 센터’ 두거나 카페·음식점 ‘다회용기 배달 모델’ 제안도 “시민 ...

  • HERI
  • 2021.04.27
  • 조회수 972

“소비자가 나서자”…‘지구의 날’ 시민사회 캠페인 잇따라

친환경 소비 실천 등 시민행동 변화 유도 각종 기념행사와 다양한 캠페인 열려 정부·기업·시민 협력 촉구 선언문도 (사)소비자기후행동은 지구의 날을 맞아 ‘코드 그린’ 행사를 통해 친환경 제품 및 플라스틱 대체상품 구매하기...

  • HERI
  • 2021.04.23
  • 조회수 874

진품 보증하는 ‘디지털 아우라’인가, ‘튤립 투기’ 재연일까?

대체불가토큰(NFT) 미술품 시장 돌풍 원본·복제 똑같은 디지털에 ‘진품인증’ 미술작가도 음원처럼 ‘판매 로열티’수입 분산소유·거래 “미술시장 활성화”기대 작품 NFT로 바꾼뒤 원본 불태워 가치높여 디지털환경 적합한 새로운...

  • HERI
  • 2021.04.19
  • 조회수 1121

“그립고 보고 싶다. 생각하면 아리다.”…고 장원봉 박사 1주기 추모행사

슬픔이나 아쉬움이 아니라 기억하고 그리워하며 <한국 사회적경제의 거듭남을 위하여>…도전 사회적경제의 진부화·동형화·도구화 경계 사상과 철학에 기반한 복합성·정체성 복원 “사회적경제는 국가 및 시장과의 긴장관계 속에서 자기...

  • HERI
  • 2021.04.19
  • 조회수 1038

“정의로운 전환은 시대정신, 사회·경제 대개혁에 다시 시동 걸어야”

한국노총-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주최 ‘정의로운 사회대전환’ 토론회 개최 깊어가는 불평등·불균형 진단 통해 시민사회 주체, 전환 방향·방법 모색 “촛불혁명 이후 개혁 미진함 성찰 ‘복합위기’ 극복 위한 사회대전환” 제안 13일...

  • HERI
  • 2021.04.15
  • 조회수 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