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2021 아시아미래포럼>
미리 만나보는 주요 연사 ① 조지프 스티글리츠

“1990년대 개도국 금융 위기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그 주범
상위 1% 위한 시장만능 자본주의
국가·정치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자본주의 또 다른 결과 기후 위기
모기지 사태보다 더 큰 악영향 우려
신속·과감한 재생에너지 전환 필요”

“친환경 투자해 일자리 창출하고
기후위기는 전시 수준 대응해야”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가 2015년 10월5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례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가 2015년 10월5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례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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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회를 맞는 아시아미래포럼에서는 지구와 인류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공존을 위한 대전환: 함께 만드는 미래’를 주제로 오는 20~21일 이틀간 국내외 석학들이 머리를 맞댄다.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불평등 극복 방안에 대해 기조강연을 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전 세계은행 부총재)를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가 먼저 소개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신자유주의 외에는 다른 대안은 없다’(TINA)는 사상이 지배해온 1980년대 이후 긴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다른 대안이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실제 다른 대안이 가능해지도록 힘쓴 진보진영의 등대 같은 존재이다. 그에게 따라붙는 대표적인 타이틀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다. 경제학 교과서를 채우고 있는 다른 수많은 수상자가 “시장은 완전하다”는 가정으로부터 부조리한 경제 현실을 정당화하는 신묘한 이론과 기술을 전개할 때 그는 “시장은 불완전하고 그래서 국가와 정치가 통제해야 한다”는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의 주장대로 시장만능 자본주의는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불평등과 기후위기의 문제를 계속 심화시켰다. 그리고 ‘벌거벗은 임금님’ 같았던 자본주의는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벌거숭이가 됐다.


스티글리츠는 1970년 예일대 정교수가 되었는데, 1970년대는 바로 선진국들이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경제 대위기를 맞은 시기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는 사이 통화주의의 급습에 케인스주의가 무너지기 시작했고, 1980년대 미국 자본주의는 레이건의 감세, 규제완화, 민영화 정책으로 인해 완전히 탈바꿈하였다. 당시 그가 받았던 느낌은 외환위기 때 한국의 경제학자들의 느낌과 비슷했으리라. 사실 외환위기와 같은 큰 변화는 한 사회의 운영원리를 철저하게 바꾸지만, 그 의미가 제대로 파악되기도 전에 순식간에 진행되어 버린다. 거대한 전환이 있은 지 10여년 만인 1993년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스티글리츠는 클린턴 재임 기간인 1993~2001년 사이에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과 세계은행 부총재로 재직했다. 그는 아마도 현실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당시의 잘못된 흐름을 바꾸어야겠다고 결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이후 “1990년대 내내 시장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더욱 확산되었고 결국에는 내 동료들과 클린턴 행정부마저 경제 자유화를 추진하기에 이르렀다”고 회고했을 정도로 신자유주의는 거침없었다.


1990년대는 자본주의의 주변부, 개도국들에서 금융위기가 빈발하던 시기였다. 그의 눈에는 이것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결과임이 명백했다. 그가 세계은행과 갈등을 빚으며 떠났던 이유이다. 그는 <아시아 기적을 다시 생각한다>(2001), <세계화와 그 불만>(2002), <시장으로 가는 길>(2003), <모두에게 공정한 무역>(2007),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2008) 등의 저서를 통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개도국과 체제전환국을 위기에 빠뜨린 주범임을 밝혔다. 또 세계기구들이 구제금융을 명목으로 철저한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을 요구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시장을 통제하는 방식의 점진적 세계화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아시아 금융위기를 놓고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고 비난하는 대신 위기의 근본원인은 자본시장 자유화, 비정상적으로 급속히 이뤄진 금융시장의 탈규제화라고 주장했다.


2008년 신자유주의의 심장부인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신자유주의의 모순이 주변부에서 시작해서 드디어 중심에서 폭발한 것이다. 이때부터 스티글리츠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 더욱 초점을 맞춘 저서들을 발표했다. <끝나지 않은 추락>(2010), <스티글리츠 보고서>(2010), <불평등의 대가>(2012), <거대한 불평등>(2015), <경제규칙 다시쓰기>(2016), <불만시대의 자본주의>(2019) 등이 대표작으로, 1980년대 이후 시장만능주의로 인해 자본주의는 거대한 불평등에 처하게 되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본주의 그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단지 시장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스티글리츠는 미시경제학의 새 영역인 ‘정보경제학’(Information Economics)을 개척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는데, 그 핵심 내용이 정보비대칭성으로 인한 시장의 불완전성이다.


완벽하지 않은 시장에 전적으로 경제를 맡기는 것은 정보와 권력을 쥐고 있는 계층에게 시스템을 마음껏 독점하고 착취하라고 판을 깔아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한다. 그 결과가 거대한 불평등이고, 현재의 자본주의는 상위 1퍼센트를 위한 자본주의이며, 아메리칸드림이라는 기회균등은 국가적 신화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그는 불평등 해법으로 독점기업 규제, 탐욕스러운 금융에 대한 통제, 기업의 장기투자 장려, 완전고용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강조한다. 또 노동자 권리 강화,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 실시와 진정한 기회균등을 보장하기 위한 복지 확대를 제시한다.


통제되지 않은 자본주의의 또 다른 결과는 기후위기이다. 스티글리츠는 불평등만큼이나 기후 위기에 대해 우려하며, 전시에 준하는 수준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탄소가 저렴하다 보니 탄소 자산에 과다하게 투자하고 있는데,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기후위기 리스크를 반영하여 탄소사용 비용이 급등하면 관련 자산이 가치가 없는 ‘좌초자산’이 될 것이고, 이는 2008년 전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보다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신속하고 과감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미래 해법으로 제시했다. 스티글리츠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반갑지는 않지만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평가한다. 친환경 기반시설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불평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면 세금을 올리는 게 미국 경제의 건전성을 높일 것이라고 봤다.


한국 경제가 미국식 자본주의를 모델로 추구해왔고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분석과 해법은 한국의 진보적 경제학자들이 한국 경제에 대해 내리는 진단 및 해법과 비슷하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내걸었을 때도 바람직한 정책 기조라며 적극 동의한 바 있다. 1980년 이후의 신자유주의는 이제 정말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 이미 실패한 전략이라는 것도 대부분 동의가 이뤄져 있고 해법의 방향성도 제안되어 있다. 다만 기득권 집단의 반대, 미시적이고 기술적인 난점들, 이를 가지고 정쟁화하려는 시도들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다. 스티글리츠가 제안한 정책들은 여전히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다. 이를 통해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진정한 대전환이 가능할까, 재정을 투입해서 대규모의 투자를 하는 것은 자본에 새로운 투기판을 제공하는 것 아닌가, 플랫폼 노동이 자영업자로 범주화되는 현실에서 노동권 확대라는 대안이 의미가 있는가라는 신중한 의문들에 대해서도 계속 논의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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