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정책 목표와 설계

지역경제 활성화·고용효과 넘어
‘완전 기본소득’ 향한 걸음 기대
인도 마을·체로키인디언 사례 주목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전국이 아닌 제한된 농촌 지역에서 시행된다. 경북 봉화군 재산면 남면리 들녘에서 농민들이 수박을 거둬 차에 싣고 있다. 경북 봉화/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전국이 아닌 제한된 농촌 지역에서 시행된다. 경북 봉화군 재산면 남면리 들녘에서 농민들이 수박을 거둬 차에 싣고 있다. 경북 봉화/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경기도가 청년기본소득에 이어 또 다른 방식의 기본소득을 준비 중이다. 하나는 농민기본소득이고, 다른 하나는 농촌기본소득이다.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전국이 아닌 제한된 농촌 지역에서 도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필수불가결하게도 효과 측정이라는 과정이 수반될 것이다. 그리고 그 효과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대해 언론과 정치권과 학계가 각자의 기호와 가치관에 따라 특정 변수들의 결과를 인용하고, 비판하고, 논쟁할 것이다. 시범사업의 확대 여부도 이 논쟁의 결과에 달려있다.


그런데 시범사업에 앞서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이 있다. 정책의 효과를 측정하는 변수는 ‘무엇을 위한 정책인가’라는 목표에 따라 구성된다. 특히 효과 측정을 위한 조사를 몇 시간에 걸쳐서 할 수 없기 때문에 측정 변수는 시간의 제약 하에서 제한된다. 무엇이 효과인가하는 변수는 정책의 목표에 따라 취사선택된다.


농촌기본소득이 시도된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현재까지 제기된 문제제기들은 주로 정교하게 효과를 측정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사회실험의 기법을 도입해 비교집단, 실험집단을 제대로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상당수다. 그 변수들은 주로 외국의 기본소득 실험에서 선택된 변수들의 종합판처럼 제시된다. 가장 본질적인 논의가 빠져있다는 느낌이다. 그것은 농촌기본소득이 무엇이고, 왜 농촌기본소득의 시범사업을 실시하는지를 다루는 논의들이다.


기본소득 찬반이 뜨거운 가운데, 전국 단위에서 보편성을 충족시키는 기본소득의 실현은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워 보인다. 이 상황에서 기본소득 실현 의지가 있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상상하고 기획할 수 있는 기본소득 실현은 세 가지 전략이 아닐까 한다. 첫째, 연령을 제한하는 연령 범주형 기본소득, 둘째, 직업을 제한하는 직업 범주형 기본소득, 셋째, 한정된 지역에서 먼저 시작하는 기본소득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소득 실현은 연령 범주형 기본소득(경기도 청년기본소득)과 직업 범주형 기본소득(농민기본소득)이 제도화되었고, 농촌기본소득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전략이다. 범주형 기본소득이 ‘보편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데 반하여, 농촌기본소득은 지역적 범위가 한정되긴 하지만, 특정 지역의 모든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급함으로써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정기성, 현금성이라는 5가지 기본소득 정의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 이론적으로 엄밀하게는 급여가 충분하면 완전 기본소득이겠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수준에서는 급여의 충분성이 보장되지는 않는 ‘부분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 실현 관점에서 보면 범주형 기본소득, 부분 기본소득은 완전 기본소득을 향해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길이 된다. 농촌기본소득은 부분 기본소득으로서 범주형 기본소득을 뛰어넘는 매우 진일보한 단계이자 기본소득이 공동체에 미치는 효과까지 살펴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농촌기본소득은 보편적인 기본소득 실험으로서 현금 급여를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리고, 고용을 증가시키는 기획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태적 전환이자, 모든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무조건적 공유부 배당이자, 삶의 기본적인 안정성 확보를 토대로 행복한 삶에 대한 추구를 위한 기획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촌기본소득 효과 분석은 기본소득이 모두에게 지급되었을 때 마을 공동체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지, 삶의 다차원적 영역에서 어떤 변화와 안정성이 확보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야 할 것이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창립자인 가이 스탠딩과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의장인 사라트 다발라가 준비하고 진행한 인도에서의 마을 기본소득 실험, 미국의 체로키 인디언 마을에서 카지노에서 생긴 이익을 부족민 모두에게 배당한 사례는 좋은 참고 사례다. 마을 주민 모두에게 지급된 기본소득을 통해 경제적 보장이 확보된 인도 여성들이 히잡을 벗고 머리를 자르고 공동 작업을 시작했다. 체로키 인디언 마을에서는 가족 내 친밀성이 높아지고 아이들의 건강과 자신감 등의 성격, 학업 성취도 등이 상향되었다.


우리의 농촌 마을 기본소득에서는 어떤 일들이 생길 것인가. 무척 기대가 된다.


서정희 군산대 사회복지학 교수(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

당신의 가치를 후원으로 얹어주세요
평화를 갈망하는 마음, 평등을 지향하는 마음,
환경을 염려하는 마음...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공정을 가장한 능력주의는 불평등을 고착시킨다

2021 아시아미래포럼 능력주의와 공정, 그리고 정의 기조강연: 마이클 샌델 “출발선의 격차 외면한 채 능력주의는 공정하다 착각 노동의 존엄성 회복하며 사회적 연대 끈 다시 매야” “한국형 능력주의 굴곡 이해못해” 비판도 ...

  • HERI
  • 2021.10.13
  • 조회수 143

스티글리츠 “친환경 인프라 투자하면 일자리 늘고 양극화 완화”

<2021 아시아미래포럼> 기후위기 시대, 불평등 넘어 공존으로 기조·특별강연: 조지프 스티글리츠 “정보 비대칭 탓 시장 불완전 국가·정치가 통제해야 공정 불평등·기후위기 심각 상황 팬데믹은 경제 재편할 기회 부유세·탄소세 부...

  • HERI
  • 2021.10.13
  • 조회수 136

코로나로 더 벌어진 격차…‘함께’에 답이 있다

<2021 아시아미래포럼> 공존을 위한 대전환: 함께 만드는 미래 코로나로 소득 양극화 작년 기아 1억1800만명 증가 대부분 아프리카·아시아·중남미 미국·유럽은 국가 부 10%나 늘어 기후위기 난제 더해져 환경문제 방치 땐 양극화...

  • HERI
  • 2021.10.13
  • 조회수 212

센델 “능력주의 오만, 공동선에 대한 책임 망각하게 해”

2021 아시아미래포럼 미리 만나보는 주요 연사 ② 마이클 샌델 마이클 샌델이 2010년 2월 미국 롱비치에서 열린 테드(TED) 강연회에서 ‘민주적 토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제12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기조...

  • HERI
  • 2021.10.13
  • 조회수 223

스티글리츠 “코로나 팬데믹, 불평등·기후위기 잡을 적기”

<2021 아시아미래포럼> 미리 만나보는 주요 연사 ① 조지프 스티글리츠 “1990년대 개도국 금융 위기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그 주범 상위 1% 위한 시장만능 자본주의 국가·정치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자본주의 또 다른 결과...

  • HERI
  • 2021.10.12
  • 조회수 216

공존을 위한 대전환: 함께 만드는 미래

더 나은 사회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해온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이 10월20~21일 열립니다. 12회째인 올해 주제는 ‘공존을 위한 대전환: 함께 만드는 미래’입니다.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골은 코로나19 팬데믹...

  • HERI
  • 2021.10.11
  • 조회수 156

“삶터와 일터에서 지속가능한 미래, 시민이 만들어갑니다”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 공모전 14개 우수사례 선정 도시문제 해결 위해 민·관 손잡은 화성시 ‘대통령상’ 수상 전남 순천 덕연동 마을계획과 지속가능발전 목표 연계 쓰레기 줍고 조깅하는 ‘플로깅’ 실천 ‘와이퍼스’ 사례 눈...

  • HERI
  • 2021.09.28
  • 조회수 343

“환경-복지-혁신이 선순환 이루는 새로운 성장 전략 마련을”

‘참성장의 시대를 열자’ LAB2050-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공동기획 사람·기술·환경이 함께 하는 ‘참성장포럼’…매달 토론회 개최 GDP 중심의 성장만능주의 대체할 새로운 경제비전과 대응 전략 모색 지난 9월15일 열린 ‘참성장포...

  • HERI
  • 2021.09.23
  • 조회수 436

“절차의 공정성 넘어, 능력·경로·선택이 다원화된 사회 만들어야”

정책기획위원회 주최 ‘청년과 정의’ 토론회 남성·대학생·수도권·비장애인 아닌 고졸 이하·지방 출신·비정규직 등 우리사회 다수의 목소리 반영해야 조대엽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페럼타워 ...

  • HERI
  • 2021.09.22
  • 조회수 434

“기성세대 청년담론은 허구…우리를 주류 정치에 가두지 말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청년담론’ 화상 토론회 고용불안을 기성세대와 청년간 사회격차를 남녀문제로 모는 등 대결적인 세대주의 담론 안돼 정치권에선 이대남·이대녀 표현 ‘MZ세대’도 상품 소비자로 호명 청년의 삶을 너무 쉽게...

  • HERI
  • 2021.09.22
  • 조회수 440

땅은 누구의 생산품도 아닌데…토지공개념 살려야 투기 잡는다

‘집걱정없는세상연대’ 등 공동 주최 ‘주거권보장을 위한 연속 토론회’ 개최 “토지공개념은 헌법도 인정하는 개념 사유재산권과 충돌 안해” “토지 투기 막고 효율적으로 이용하려면 토지공개념 다시 살려야” 공공토지임대제·장...

  • HERI
  • 2021.09.16
  • 조회수 541

【단독】 “남양유업 위기는 시장신뢰 상실 때문…‘선 정상화-후 매각’이 해법”

HERI 인터뷰 ‘남양유업 대표 내정’ 전격 공개한 박윤배 대표 8월말 홍원식 회장 만나 기업개선·혁신 맡기로 발표 지연에 SNS로 공개 “기회 놓치면 더 위기” 상생·투명성 등 ESG 과제…시총 1조5천억 가능 ‘연봉 1원’...

  • HERI
  • 2021.09.14
  • 조회수 475

유튜브 ‘서울시장 오세훈TV’의 “#사회주택 #극대노” 자세히 들여다보니…

‘서울시장 오세훈TV’가 서울시 내부자료 이용해 폭로 한국사회주택협회 전수조사 팩트체크와 비교해보니 검증절차 없이 사회주택에 대한 폄훼와 오해 증폭시켜 사업자들 “정치도구화 중단” 및 “왜곡·과장 사과 요구” 사실에 근...

  • HERI
  • 2021.09.13
  • 조회수 584

민주당 경선후보자 ‘사회적 경제 정책’ 톺아보기

[정당별 후보 서면 인터뷰] 주요 현안과 정책·공약에 대한 입장 질의 예비후보 전원 “관련 기본법 신속 제정” 촉구 사회적 경제 필요성 공감…활성화 방안은 제각각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이재명, 김두관, 정세균, 박...

  • HERI
  • 2021.09.13
  • 조회수 460

포스코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 논란…‘ESG 경영’에 걸림돌 되나

검찰 8월12일 포스코 센터 압수수색 경영진이 미공개 정보 이용했는지 수사 포스코, “책임경영 차원에서 매입” 반박 수사결과 혐의 인정되면 윤리경영에 큰 타격 ESG 평가에도 악영향 줄 듯 서울 강남구 포스코 센터 류우종 ...

  • HERI
  • 2021.08.24
  • 조회수 573

“자동코딩, 업무환경 혁신할 ‘새로운 엑셀’될 것” 기대

인공지능이 코딩하는 ‘코파일럿’에 자연어처리 인공지능 GPT-3 결합 코딩문턱 없앤 노코드·로코드 확산 코딩기술보다 기획·판단력 중요성 “아래로부터의 혁신 가속화 전망” 오픈AI, 자연어로 자동코딩 ‘코덱스’ 공개 엘지시엔에...

  • HERI
  • 2021.08.23
  • 조회수 614

“기존 AI모델은 위험…인간의 선호 학습하게 해야”

[인터뷰] 스튜어트 러셀 UC버클리 교수 전세계 대학이 배우는 AI교과서 저자 “지금까지 AI개발 표준모델은 사람이 부여한 목표 달성에 최적화” “사람보다 뛰어난 지능 달성하라” AI에 잘못된 목표 부여하면 ‘파국’ 경고...

  • HERI
  • 2021.08.09
  • 조회수 748

‘코로나 스트레스’ 가중…“사회적 효능감 높이는데 힘써야”

통계개발원 ‘코로나 위기, 데이터 콘서트’ 코로나 시대 ‘건강한 사회적 삶'은 경제나 방역 강화만으로 해결 어려워 “정부·언론·전문가 협력 기반 대안 모색 등 정책과제 견인해야” 지난 3일 통계개발원이 ‘코로나19 위기 상...

  • HERI
  • 2021.08.05
  • 조회수 726

역대급 실적에도…웃지 못하는 철강업계

포스코 등 2분기 실적 좋지만 EU 탄소국경세 ‘폭탄’ 맞을 위기 전경련 “탄소배출권 시행” 이유로 EU에 탄소국경세 면제 요구 배출권 무상할당 많아 쉽지 않아 코크스 대신 수소 사용 기술 개발 발전소 탈탄소화 등 정부 ...

  • HERI
  • 2021.08.02
  • 조회수 728

“집단감염 계기로 ‘노조’ 결성했지만 ‘원청’ 모르쇠에 답답해요”

[짬]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노조 조지훈 초대 지부장 에이스손해보험콜센터노조 조지훈 지부장이 지난 7일 사무실에서 업계에서 보기드문 ‘신입 노조 전임자’로서 겪고 있는 소회를 털어놓고 있다. 사진 양은영 연구원. “만감이...

  • HERI
  • 2021.07.15
  • 조회수 10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