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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 시작과 함께
검찰 기소 내용 비판하는 기고문 등장
최종학 서울대 교수 “분식회계 아니고, 합병과 관계도 없다”
검찰 “삼바 자본잠식 막기 위해 분식” 기소
재판에서 분식회계 다툼 치열할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고법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김혜윤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고법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김혜윤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재판이 막 시작된 지난 3월 말 <동아 비즈니스리뷰>(318호)에 흥미로운 주장을 담은 글이 실렸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 교수가 쓴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로직스) 분식회계 기소는 잘못됐다’는 취지의 글(‘종속-관계기업 구분하는 지배력 기준 논란’)이다. 로직스 분식회계 이슈는 이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의 계기가 됐다. 로직스가 지난 2012년 미국 기업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합작 설립할 때의 주요 정보인 콜옵션을 은폐했고 2015년 회계연도에 갑자기 회계 방식을 변경해 4조5천억원의 평가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분식’했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주장이었다. 금융감독원도 재감리 결과 분식회계로 판단했다. 이 분식회계로 로직스를 자회사로 거느린 제일모직의 기업가치가 올라갔고, 제일모직의 지분을 많이 가진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쪽으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지게 됐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지배권을 더욱 탄탄히 다지게 된 반면, 삼성물산의 주주(국민연금 포함)들은 불공정한 합병비율로 손해를 봤다는 게 검찰의 기소 내용이다.

<한겨레>는 최 교수에게 기고문의 취지를 자세히 듣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그는 “기고문 그대로 이해하면 된다”며 인터뷰는 거절했다. 최 교수는 자신의 글이 현재 진행 중인 이 부회장 재판과 전혀 관계가 없음을 강조했다. 학자적 양심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한 학문적 논쟁을 기대하며 쓴 글이라는 취지다. 같은 맥락에서 이 글도 재판에서 다뤄질 법리적 쟁점이 아닌 학문적 논점에 초점을 맞췄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은 회계기준을 위반해 거짓으로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하면 처벌하도록 돼 있다. 또 회계기준은 재무제표에 기록하지 않은 계약 사항이나 다른 기업에 대한 지배력 또는 영향력 유무를 판단하는 주요 정보는 주석에 기재하도록 돼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먼저 로직스가 2014 회계연도 재무제표(2015년 4월1일 공시)에 콜옵션의 핵심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고 봤다. 제일모직의 핵심가치 중 하나는 로직스의 지분가치였는데, 그 가치의 대부분은 사업구조상 90% 가까이 보유한 에피스의 지분가치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로직스는 바이오젠과 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살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을 맺었다. 바이오젠이 만기 전에도 언제든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고, 옵션을 행사하면 바이오젠이 이사회 동수 구성권을 보유하며, 주총 의결요건은 52%로 가중되는 등 로직스의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당 부분 제한하는 내용이다. 만약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로직스의 지배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제일모직이 보유한 로직스의 지분가치도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검찰은 로직스가 이런 내용을 모두 재무제표 주석에 기재했어야 한다고 봤다. 투자자가 로직스의 기업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주요 정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직스는 ‘바이오젠이 에피스의 지분을 49.9%까지 매입할 수 있다’는 내용만 기재했다. ‘52% 주총 의결요건’ 등 다른 내용은 누락했다. 검찰은 로직스가 지배력 판단에 필요한 주요 정보는 누락해 투자자들이 ‘지분을 49.9%까지 넘기더라도 과반수 원칙에 따라 로직스가 여전히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착각하도록 유도했다고 본다.

로직스가 2015 회계연도 재무제표(2016년 4월1일 공시)에서 지배력을 상실했다는 이유로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해 회계처리한 것도 검찰은 분식회계로 판단했다. 이 회계처리는 2015년 9월1일 완료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합병회계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합병으로 신설된 삼성물산은 종속회사인 로직스에 대한 연결회계처리를 하면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에피스의 신약개발 성공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유로)해 이를 부채(약 1조8천억원)로 반영하기로 했다. 바이오젠에 넘겨줘야 할 지분 가치를 부채로 잡는 것이다. 이에 따라 로직스도 일관된 회계처리를 위해 1조8천억원의 부채를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로직스는 에피스의 사업 성과가 가시화됐다는 이유로 자신이 갖고 있는 에피스의 지분 가치를 약 4조5천억원으로 평가했다. 이는 2014년 연결재무제표상 순자산 7천억원의 6배를 초과하는 금액이었다. 검찰은 이 대목을 ‘분식’으로 봤다. 당시 로직스의 순자산(자본)이 약 6천억원이었기 때문에 콜옵션 부채 1조8천억원을 반영하면 로직스는 완전자본잠식(-1조2천억원) 상태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이런 자본잠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조5천억원의 ‘가공 이익’을 만들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최 교수 “분식회계도 아니고, 합병과도 무관하다”

그러나 최 교수는 검찰의 이런 논리가 틀렸다고 본다. 그는 회계기준의 정의부터 검찰과 다르게 해석한다. 최 교수는 2011년 도입된 국제회계기준(IFRS)의 취지는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IFRS의 철학은 ‘경제적 실질’에 따라 회계처리를 하라는 것인데 경제적 실질이 무엇인지는 해당 기업이 가장 잘 알고 있으므로 기업이 판단해서 회계처리를 하라는 것”이라며 “기업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언제 부채로 인식하고 얼마로 평가할 것인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이 있는지(아니면 없는지) 등은 로직스가 알아서 판단하면 된다. 로직스는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 재무제표에 자세하게 설명하면 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로직스의 회계처리와 같은 사례가 이미 여러 건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게 2011년 현대차의 사례다. 현대차는 한국회계기준(K-GAAP)을 적용하던 2010년까지는 기아차를 종속회사로 간주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했다. 현대차가 기아차의 지분 34%를 보유한 최대주주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1년 IFRS가 도입되자 현대차는 갑자기 기아차에 대한 지배력이 없다고 판단해 관계회사로 분류했다. 당시 기아차 주주들 중에 주총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정도로 지분을 가진 주주는 국민연금(6%) 뿐이고 나머지는 소액주주였기 때문에 현대차가 기아차를 지배하고 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기아차에 대한 지배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현대차 말고도 LG그룹과, 금호산업, 이마트 등 상당수 기업들이 지배력에 대한 판단을 변경해 회계처리를 했다고 최 교수는 설명한다.

최 교수는 검찰이 분식으로 판단한 4조5천억원의 평가이익도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현대차처럼 지배력 변동과 관련해 유사한 회계처리가 그동안 많이 있었고, “금액이 큰 것은 신약 개발에 성공한 결과 기업(에피스)의 가치가 그만큼 상승한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그는 “4조5천억원이 근거 없이 부풀린 숫자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로직스의 시가총액이 현재 50조원이 넘는다는 것을 보면 당시 4조5천억원으로 평가한 것은 매우 보수적인 평가였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나아가 로직스의 분식회계 이슈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평가이익은 회계 기준의 차이로 발생하는 것으로 영업외손익으로 분류된다.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현금흐름을 동반한 것도 아니어서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반면, 합병비율은 각 기업의 주가에 의해 결정(기준주가 = Min[(1개월간 평균종가, 1주일간 평균종가, 최근일 종가의 산술평균), 최근일의 종가])된다. 따라서 ‘4조5천억원의 평가이익이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비율(3:1)에 영향을 줬다’고 주장하는 것은 틀렸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로직스 분식회계 이슈를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는 관계가 없어서 이미 증가한 기업가치를 언제, 어떤 방법으로 기록할 것이냐에 대한 의견 차이만 있는 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는 “평가를 어떻게 했느냐의 여부와 그 결과 제일모직의 주가가 올랐느냐 여부는 거의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에 영향을 미치고자 분식회계를 했다는 주장 자체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회계처리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결정된 시점(2015년 5월)에서 반년 이상 지난 2016년 3월에 이뤄졌다. 따라서 합병 비율이 결정될 당시의 제일모직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분식회계와 합병의 순서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검찰은 삼성 쪽이 합병 이후 합병비율의 불공정 논란이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후에 ‘역산’해서 4조5천억원의 평가이익을 만들어냈다고 보고 있다. 공소장에는 분식회계와 합병의 연관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돼 있다.

‘로직스가 2015회계연도 회계처리 과정에서 콜옵션 부채 반영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되면 투자자들로부터 이 사건 합병 전부터 로직스에서 콜옵션을 부채로 반영하였어야 함에도 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콜옵션의 구체적인 내용 등을 숨겨왔다는 의혹과 비판을 받게 될 우려가 있었다. 특히 로직스 등 바이오 사업은 합병 추진 당시 모직의 주가와 합병비율의 적정성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에, 로직스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처하게 되면 이 사건 합병의 불공정성 논란이 심화되고 관련 민·형사 소송 등이 촉발되어 합병 추진 과정에서 자행된 각종 불법행위들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었다.’

지난 2018년 10월31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위원들이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모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재감리 심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 2018년 10월31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위원들이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모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재감리 심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최 교수는 금감원이 과거 이 사건을 조사할 때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여 불신을 자초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삼바 분식회계 사건을 “업계와 학계에서는 ‘금감원의 분식회계 조작 사건’으로 부른다”고 꼬집었다. 금감원은 2017년 1월에 참여연대의 질의에 대해 “회계기준 위반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회신했다. 하지만 2018년 5월 재감리에 착수한 금감원은 1년 전과 달리‘분식회계’로 결론냈다. 최 교수는 “현재까지 이 회계처리와 관련해서 내려진 세 건의 행정법원 판결에서 모두 삼바가 이기고 금융당국이 졌다”며 금감원의 최근 판단이 틀렸음을 강조했다.

최 교수, “합병이 공정하다고 주장하는 건 아냐

하지만 최 교수는 자신의 주장이 현재 진행중인 이 부회장 재판의 유무죄로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라며, 현재 진행 중인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과 자신의 주장이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을 강조했다. 합병의 적법성 여부는 재판에서 가려질 것이고, 회계적인 이슈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 부회장 재판은 분식회계 말고도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과 제일모직 주가조작, 합병 내용 허위 공시 등 주요 쟁점이 많다. 따라서 분식회계가 재판에서 인정되지 않더라도 곧바로 이 부회장의 무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식회계가 이 사건의 출발이라는 점에서 그 여파는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에서 분식회계 여부를 둘러싼 검찰과 변호인의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이춘재 선임기자 cjlee@hani.co.kr

<참고 자료>
1. 홍순탁 <합병 전후 삼바 분식회계에 대한 외감법 위반> 2020.9.16
2.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검찰 공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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