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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노년유니온 고현종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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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 사진 양은영 선임연구원


최근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단지에서 이른바 ‘임계장’(임시계약직 노인장) 경비원이 세상을 등졌다. 저간의 사정을 알아갈수록 비정규직 고령노동자들의 팍팍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퇴직 연령이 낮아지며 노동시장에 50~54세 준고령자들까지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하지만 일자리는 한정적이라 사용자 ‘갑질’에 항의하기 어렵죠. ‘당신 아니어도 일할 사람 많다’는 걸 서로 잘 알거든요.” 지난 21일 서울 동대문 소재 한 실버택배 사무실에서 만난 고현종(56)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의 말이다. 그가 2013년 설립 때부터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노년유니온은 50살 이상 가입가능한 세대별 노조로, 현재 조합원은 200여명 남짓이다. 대부분 노조가입이 처음인 70살 이상 고령자들이다. 퇴직한 고령자들이 노동시장에 “쏟아지고” 있는데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대부분 큰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경비, 미화, 간병, 돌봄 등이라고 한다. 그마저도 일자리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다보니 고령노동자들은 힘든 노동조건과 불합리한 일도 견뎌낸다. 대부분 고령자들이 많이 취업하는 경비업의 경우 24시간 맞교대가 일반적이다. 젊은 사람도 고된 일정이다. 경비원들에게 당연시 여겨왔던 분리수거, 조경, 미화는 사실 가욋일이다. 임금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경비업무는 30~40% 정도일 뿐이고 그 외 미화, 조경, 분리수거 등의 업무가 부여됩니다. 그렇다면 감시·단속적 근로자 지위를 다른 형태로 변경해 계약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감시·단속적 근로자란 상대적으로 업무 피로도가 적다고 보거나 근로가 간헐적으로 이루어져 휴게 혹은 대기시간이 많은 업무의 종사자다. 해당 지위 노동자들은 연장·휴일근로 가산수당 적용에서 제외된다.


경비원이 주민 ‘갑질’에 못 이겨 비극적 선택을 택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강남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고 사무처장은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해 각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경비원 당사자, 지방자치단체로 구성된 3자 협의체를 제안했다. 지자체가 중재자 노릇을 하면 3자가 동등한 지위로 만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더불어 조례 등에서 경비업 근로형태를 1일 2교대로 규정하고 마을만들기 등의 예산으로 이를 보조해준다면 상황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의체 구성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경비원과 입주민의 공동체성 회복이다. 그는 “주민들이 그저 악하거나 무관심하다고만 생각하지 않아요. 서로의 익명성을 걷어내고 공동체를 구성해나간다면 더 좋은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 시장에 고령자 급증하지만
일자리 부족으로 선택권은 줄어”
“일본처럼 계속고용제 도입하고
양대노총, 고령노동자 핵심의제로”


올해 7돌…50살 이상 세대별 노조
설립 때부터 사무처장으로 이끌어


노년유니온은 한때 월 2천원씩 조합비를 걷어 운영자금으로 썼지만 지금은 이 제도를 폐지했다. “은행에서 몇 번 전화를 받았어요. ‘00은행인데, 어르신께서 달마다 나가는 돈의 용처를 확인하고 싶어하신다’는 거죠. 직접 가입도 하시고 조합비에 대해서 설명도 드렸었지만 잊어버리시거나 매달 납부하는 방식이 생소하셨던 거예요.”


지금은 그때그때 필요한 돈을 모금해 집행한다. 사안마다 조합원들에게 설명하고, 기금을 모금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지만 이게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현수막 제작할 때 들어가는 비용조차도 조합원에게 설명하고 집행한다. 2018년에는 시민 출자 청년주택 ‘터무늬 있는 집’에 900만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조합원들이 청년의 주거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고 있었기에 인생 선배이자 어른으로 청년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도모하고 싶었다.


고 사무처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50~60대 퇴직자들은 늘어나는데 정부 제도와 사회적 인식이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독립 전의 자녀와 나이든 부모를 돌봐야하는 세대라 돈이 제일 많이 필요한 시기다. 아직 의욕적이고 생산성도 좋지만 조직에서는 밀려나고 있다. 때문에 그는 정년제 대신 일본처럼 정년 이후에도 기업들이 재고용, 정년연장, 정년 폐지를 선택할 수 있는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주장한다. 공공일자리 대상 연령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민사회에서는 고령노동자의 일자리와 노동3권 이슈가 생산적으로 논의되길 바란다. “우리 사회의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청년과 중장년층을 함께 고려하는 일자리 정책이 필요합니다. 일자리는 제로섬게임이 아니기 때문이죠. 사회적으로 양대 노총이 고령노동자 이슈를 핵심의제로 가져가 더 활발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ey.yang@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94696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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