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생성AI로 ‘일자리 소멸’ 가시화
블루칼라, 단순 사무직 보다
고임금·두뇌 노동자 더 취약

이윤 우선하면 “인간 대신 AI”
고용 중시땐 “일자리 보전가능”

재교육·사회안전망 정책이 좌우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등 작가 단체 회원들이 2023년 6월14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의 넷플릭스 한국지사 입주 건물 앞에서 파업 중인 미국작가조합(WGA)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승화 선임기자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등 작가 단체 회원들이 2023년 6월14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의 넷플릭스 한국지사 입주 건물 앞에서 파업 중인 미국작가조합(WGA)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승화 선임기자

기술발전으로 인한 대량실업은 현대 사회의 오래된 불안이다. 지금까지의 역사는 대체로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효과보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더 컸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챗지피티 출시로 인공지능이 본격 도입되면서 일자리 불안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고도의 지적 노동, 심지어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여겨져온 예술·창작에서도 놀라운 역량을 보이자 ‘내 일자리도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이 번지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인공지능으로 미국의 정보기술기업에서 대규모 정리해고가 시작되었다고 <시엔엔(CNN)>이 보도했다.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일자리는 어떻게 변화할지, 일자리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무엇인지 짚 어본다.

일자리 소멸 vs 창출

<시엔엔>에 따르면, 올해 정보기술 기업에서 해고된 사람이 21만2294명으로 6개월 만에 지난해의 전체 해고 인원(16만4709명)을 이미 넘어섰다. 아이비엠(IBM) 등 글로벌 빅테크에서도 대량해고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2일 아이비엠)의 최고경영자 아빈드 크리슈나는 “5년간 업무지원 부서 직원 2만6000명중 30%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거나 자동화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컸다.

세계경제포럼의 ‘미래 직업보고서 2023’도 2027년까지 일자리 8300만개가 사라지고 6900만개가 창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5월1일 45개국 803개 기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인데, 전 세계 일자리의 약 2%에 해당하는 1400만개가 사라질 수 있다.

반면, 인공지능으로 인해 소멸하는 일자리보다 새롭게 창출되는 일자리가 더 많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미국 기술전문지 <와이어드>는 2010년대 딥러닝 붐과 인공지능 기반 자동화로 인해 대량 실업 위험성이 가장 큰 사무직에서 오히려 고용이 5% 증가했다는 유럽중앙은행 등의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지난 3월, 생성형 인공지능이 전 세계에서 3억개의 정규직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지만 소멸하는 일자리보다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은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과거의 분석을 미래로 확장할 때 위험요소가 많으며 전문기관별 전망도 엇갈린다. 다만 인공지능 도입으로 육체노동자보다 사무직 노동자 그리고 여성노동자들이 더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일치한다.

지적·창의적 노동의 미래

생성형 인공지능은 고임금 지식 노동자의 일자리도 위협한다. 카피라이터·일러스트레이터와 같은 프리랜서 예술가, 마케팅,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콘텐츠 부문에서 이미 인공지능이 인간 노동을 밀어내고 있다. 지난 3월, 오픈에이아이(OpenAI)와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이 미국 노동시장을 대상으로 연구한 논문에서도, 챗지피티 등장은 이전의 자동화 물결이 단순 사무직을 겨냥했던 것과 달리 고임금 지적 노동자를 가장 위협한다고 발표했다.

창의성에 기반한 고도의 지적 노동을 수행하는 직업 작가들에게도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미국작가노조(WGA)가 전면파업에 나섰는데, 인공지능 도구에 대한 작가들의 전면적 통제가 핵심 요구사항이었다.

아직 최첨단 인공지능조차도 인간의 글쓰기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챗봇은 통계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큰 단어를 예측해 평균적인 콘텐츠를 생산해내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업이 비용 절감 및 이윤을 내세워 품질에 대한 기대치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일 중 상당 부분이 인공지능이 가져가는 경로는 불가피해 보인다.

대량실업 막으려면

신기술이 인간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해도 일자리 소멸은 바로 일어나지 않는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7일 “생성형 인공지능발 일자리 소멸론은 과장됐다”며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정부 규제와 노동조합의 역할을 거론했다. 교육과 의료 등 정부의 영향력이 큰 공적 영역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할 경우, 효율성 증대 외에도 고용 안정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조도 대량 해고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독일의 영향력 있는 이코노미스트이자 독일 정부의 자문관을 맡고 있는 옌스 쥐데쿰 뒤셀도르프대학 교수도 “신기술이 도입되면 새로운 수요도 생겨나기 때문에 재교육을 통해 노동자는 더 나은 일자리로 이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새로운 일자리 수요와 재교육 노동자들의 기대가 어긋날 가능성도 크다. “재교육이 도움되는 조건은 일자리의 안정성이 확보되어 있을 때다. 미국처럼 해고의 유연성이 높고 고용이 불안한 곳에서는 노동자들이 인공지능의 습격 속에 추락할 위험성이 크다”고 예스 쥐데쿰 교수는 말한다. 인공지능 시대, 노동자 보호를 위한 사회안전망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뜻이다.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연구위원 hgy4215@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science/future/109939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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