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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ㅣ경실련 김성달 사무총장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 홍대선 어젠다센터장 hongds@hani.co.kr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 홍대선 어젠다센터장 hongds@hani.co.kr

시민단체들은 주택건설 공기업들이 비싼 가격에 주택을 매입해 건설사와 민간업자들의 이익을 챙겨주고 집값 거품을 떠받치는 역할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기 앞서, 매입임대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김성달 사무총장을 만나 정부의 주택매입 정책,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짚었다.

-매입임대주택 제도는 원래 서민층 주거안정을 위해 필요한 정책 아닌가?

“매입임대 자체가 나쁜건 아니다. 공공주택 공급 수단의 하나이기도 하고. 그러나 이런 식으로 부작용을 안고 가는 것은 안된다.”

-구조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나?

“최근 경실련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임대주택 현황을 비교분석해봤다. 이들 공기업이 2016~2022년 7년 동안 서울·경기 지역에서 주택매입에 쓴 돈은 18조원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2020년 매입된 주택가격과 같은해 분양된 공공주택 건설원가를 비교했더니 매입임대 아파트를 1채 매입하는 금액은 공공이 아파트를 직접 짓는 것보다 최대 2억원이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급등할 때 거품 낀 비싼 주택을 집중 매입한 탓이다. 같은 예산을 공공주택 건설에 사용했다면 양질의 공공아파트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매입가격 산정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길래?

“현재 매입가격 산정 기준은 대부분 감정평가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이 방식에 따르면 실제로는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고 있더라도 과거에 있었던 고가의 거래가격이나 분양가격을 기준으로 삼게 된다. 이번에 논란이 된 엘에이치의 강북구 미분양 아파트 고가매입도 같은 맥락이다.”

-부동산경기 침체기마다 미분양 아파트 매입 처방이 등장하는데?

“지난 몇년 간 건설사들은 고분양가로 엄청난 수익을 챙겼다. 그러나 주택 실수요자와 전세 세입자들은 급등한 집값으로 고통을 떠안았다. 현재 미분양이 속출하는 근본 원인은 짓지도 않은 아파트를 판매하는 선분양제에 기인한다. 수요가 줄자 위기론을 내세워 재정 지원과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과 다름없다.”

-노무현·이명박 정부 때도 미분양 매입 논란이 있지 않았나?

“노무현 정부 때는 부도난 임대아파트를 매입했다. 당시 입주민이 내쫓길 상황에 처하자 취한 조처였고 지금처럼 공공주택 실적을 채우기 위해 추진되는 매입임대와는 달랐다. 이명박 정부 때는 미국발 금융위기 등 영향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했고 분양가의 반값에 매입했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가격 거품이 심했던 시점에 많이 매입했다. 2019년 국토부가 공공주택 확보를 내세워 ‘공공주택사업자가 민간이 신축한 주택을 매입하고 공급하는 방식’인 민간 신축매입약정제를 시행했는데, 이후 빠르게 확산했다. 에스에이치가 공개한 매입 현황을 보면, 2021~2022년 전량을 이 방식으로 사들였다. 민간업자가 기존 주택을 사들여 세입자 등을 내쫓고 신축한 주택을 공기업이 다시 사들여 공공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홍대선 어젠다센터장 hongds@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88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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