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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협동조합 3년새 18개→ 74개로 급증
운행률 기준 10% 비중…대구는 40% 웃돌아
“조합 노동자 특수성 반영한 제도개선 필요”
지난해 대구택시협동조합 사례를 학습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방문한 견학생들이 본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구택시협동조합 제공
지난해 대구택시협동조합 사례를 학습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방문한 견학생들이 본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구택시협동조합 제공

택시산업은 구조적 위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급감하고 있는 운전자와 운행률로 인한 업계의 수익률 감소, 주 40시간 최저임금제와 택시 기사들의 안정적 수입을 위해 도입되었지만 현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전액관리제 등 구조적 문제에 봉착해있다. 최근 플랫폼 업체들의 시장 진출에 따른 경쟁 심화라는 새로운 도전에도 대응해야 한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의 지난해 11월 통계 자료를 보면, 국내 전체 택시등록대수는 24만9385대, 종사자수는 23만7421명이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8년과 비교하면 택시등록대수는 25만2444대로 약 3천대, 종사자수는 지난 4년 사이 약 2만명 가량 줄었다.(2018년 11월 기준 종사자수 26만9378명) 코로나19 이후 60대 이하의 택시 기사들은 택배, 화물, 자영업 등으로 이동하고, 다른 곳으로 이직이 어려운 고령의 기사들은 계속 택시 업계에 남아있다. 택시가 사양산업이라는 인식과 함께 택시의 고령화가 진행 중인 셈이다. 변화의 파고 속에서 지난 5년간 문을 닫은 법인택시는 27곳으로 전남(8곳)과 강원(7곳)에 그 수가 집중되어 있다.

변곡점에 서 있는 택시산업의 새로운 동력으로 협동조합택시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2019년 18개였던 택시협동조합은 2022년 말 기준 74개로 급격히 증가했다. 김성오 한국협동조합창업경영지원센터 이사장은 “현재 법인택시 중 협동조합택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지만 실제 택시 운행률 기준으로는 이미 10%를 넘어섰다”며 “특히 대구는 40%를 웃돌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구 시내 법인택시 85개 중 12곳은 택시협동조합이다. 그중 한 곳인 ‘대구택시협동조합’은 비교적 단기간에 규모를 확대해왔고, 관리와 경영 측면에서 안정적인 곳으로 평가된다. 2016년 57대의 택시로 사업을 시작한 대구택시협동조합은 현재 247개의 택시를 운행하며 사업 규모를 넓혀가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에도 안정적으로 영업이익을 내고, 조합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가 하면, 복리후생비와 코로나지원금을 별도로 지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구택시협동조합이 처음부터 안정적으로 운영된 것은 아니다. 설립 2년까지 협동조합에 대한 조합원과 경영진의 이해 부족과 방만한 경영으로 초대 이사장을 해임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새로 선출된 경영진은 협동조합 7원칙에 기반해 조합원을 중심으로 한 민주적 의사결정 거버넌스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조합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매월 정기 이사회를 열어 협동조합 현안을 의결하고 결과를 조합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했다. 지난 2021년에는 설립 이후 5년 동안의 외부 회계 감사를 받기로 하는 등 투명한 협동조합 운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심경현 대구택시협동조합 이사장은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의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은 협동조합 운영에 대한 이해와 합리적인 갈등 해결을 경험했다”며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협동조합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이들의 신뢰와 만족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대구 지역 법인택시 평균 운행률과 비교해 대구택시협동조합은 이를 훨씬 웃도는 99%의 운행률을 보인다. 사고율 감소로 법인택시공제조합 기준 200%의 보험료율은 현재 90%로 낮아졌다. 높은 사업실적에 따른 성과를 공평하게 배분하는 협동조합 특성을 이해한 조합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심 이사장은 평가했다. 그렇게 일궈낸 성과로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가 주관한 ‘2022년 베스트 협동조합 어워드'에서 우수 협동조합으로 선정되었다. 대구택시협동조합의 사례는 경기, 제주, 대전으로 확산돼 지난해 3곳의 택시협동조합이 새롭게 설립됐다.

심 이사장은 “올해 하반기 법인격을 갖춘 택시협동조합전국연합회 설립을 준비 중”이라고 말한다.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설립한 택시협동조합이 겪는 택시발전법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과의 부조화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개선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예를 들어, 택시협동조합의 운수종사자는 일반법인택시와 달리 공동 출자로 협동조합을 함께 설립했으며 1인 1표의 의결권과 선거권을 갖고 경영 관련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공동경영자이기도 하다. 택시발전법상 택시운송사업자가 택시구입과 운행에 드는 비용을 종사자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한다. 하지만 공동경영자로 참여하는 택시협동조합의 운수종사자들의 지위는 법적으로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 어렵다. 이에 택시협동조합들은 택시협동조합을 택시발전법의 적용에서 제외하거나 예외로 한다는 취지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법인택시가 협동조합이라는 조직 형태로 자리잡는 과정은 여전히 험난한 길이다. 자금난과 내부갈등으로 2021년 12월 파산했던 국내 최초의 협동조합택시인 ‘한국택시협동조합(쿱택시)' 역시 지난 해 9월 ‘한국택시서울협동조합’이 사들여 새로운 부활을 모색하고 있다. 택시협동조합의 이번 도전이 택시 노동자의 노동 여건을 개선하고 지역사회에 더 나은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효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jinnytree@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7705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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