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촉구 릴레이 기고]
정원각 경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

사회적 경제 기본법은 말 그대로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가장 기본이 되는 법률이다. 사회적 경제 단체들이 줄기차게 입법을 요구해온 사회적 경제 3법(사회적 경제 기본법,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 사회적 경제 기업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 중에서도 ‘모법’이자 ‘근거법’ 역할을 하는 핵심 법률이다. 19대와 20대 국회 때 각각 세 건이 발의됐으나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강병원, 김영배 양경숙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각각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회적 경제 단체들은 여당이 책임을 지고 이번에는 꼭 사회적 경제 기본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와 공동으로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을 요구하는 각계의 주장을 담은 기고를 6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과밀한 서울 도심 일대 모습.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과밀한 서울 도심 일대 모습.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1961년 박정희 군부 쿠데타로 중단된 지방자치가 1991년 지방의회의원 선거를 통해 30년 만에 부활했다. 4년 후인 1995년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치러지면서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막을 올렸다. 지방자치는 1987년 민주화 운동의 핵심 요구 사안 중 하나였다. 그런데 25년이 지난 지금, ‘87년 희망’은 좌절과 허망으로 바뀌어 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 국토 균형 발전이 이뤄질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과 함께 시작된 자유무역과 신자유주의의 바람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신자유주의라는 태풍은 특히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을 더욱 고단하게 만들었다.


국토 면적 88.2%에 인구의 약 50%인 2천5백만명이 사는 곳. 신용카드 사용 금액의 19%만이 소비되고, 1천개의 대기업 중 26%만이 있는 곳. 비수도권은 지금 인구 소멸, 지역 소멸의 위기에 처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8년 6월 조사한 자료를 보면, 전국 228개 기초 시군구 중 11곳이 지방소멸 고위험 지역인데, 모두 경상북도, 경상남도, 전라남도에 분포하고 있다. 소멸 위험 지역에 진입한 곳은 78곳인데 이 역시 대부분 비수도권 지역이다. 또한 수도권은 전체 읍면동 1112개 중 143개(12.9%)만이 소멸위험 지역인 데 비해 비수도권은 절반이 넘는 1360개 지역(57.8%)이 소멸위험 지역이다.


자료: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브리프
자료: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브리프

비수도권 인구 유출의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는 지역 경제 활동을 통해 생산된 모든 것들이 점점 외부로 유출되고 있어서다. 문화, 의료, 교육 등의 인프라도 점점 빠져나가게 됐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비수도권 지역 소득 75.9조가 유출됐고, 반대로 수도권은 83.4조의 소득이 유입됐다. 경상남도만 하더라도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지역 소득 167조 1359억 9500만원이 유출됐다. 2018년 경남 연간예산이 약 8조원이었으므로 같은 기간 경남 전체 예산보다 더 많은 금액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왜 비수도권에서 생산한 소득이 지역에 머물지 못하고 수도권으로 유출될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생산수단을 소유하는 사람들이 주로 수도권에 살고 있다. 둘째,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이 수도권에 위치한다. 셋째, 본사와 하청 그리고 재하청 등 생산 구조의 문제다.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관계가 인건비를 줄이고 착취하기 위한 하청 구조로 설정돼 있다. 비수도권, 지방 중소도시로 갈수록 하청업체가 많고, 이들의 인건비는 상대적으로 적다.


이런 문제점들은 사회적 경제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주식회사 법인으로 운영되는 일부 사회적 기업의 출자자들이 사업 지역을 벗어난 지역에 거주하기도 하지만,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대부분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출자하여 만든 사업체이므로 법인이 해당 지역에 있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대기업처럼 본사는 수도권에, 사업장은 비수도권에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회적 경제 기업들은 대부분 본사, 지사의 개념이 아니라 각 사업 지역에 법인을 만들고 필요에 따라 개별 법인 연합회와 같은 2차 조직을 만드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각 지역 법인의 독립과 자치를 보장하는 것이므로 인수합병을 통해 단일 법인을 만드는 방식과는 큰 차이가 있다.


사회적 경제 기업이 늘어나고 사업이 잘 운영되면, 해당 지역의 경제가 활성화된다. 지금처럼 지역 소비자가 지출한 돈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지역에는 껍데기만 남는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인구 소멸, 지역 소멸로 향해 가는 비수도권에서 사회적 경제가 커지기 위해선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본인 사회적경제기본법 통과가 절실하다.


정원각 경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



한겨레에서 보기: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정의로운 전환은 시대정신, 사회·경제 대개혁에 다시 시동 걸어야”

한국노총-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주최 ‘정의로운 사회대전환’ 토론회 개최 깊어가는 불평등·불균형 진단 통해 시민사회 주체, 전환 방향·방법 모색 “촛불혁명 이후 개혁 미진함 성찰 ‘복합위기’ 극복 위한 사회대전환” 제안 13일...

  • HERI
  • 2021.04.15
  • 조회수 58

공생을 너머, 상생으로…상호문화도시 전환 준비하는 안산시

시·군·구 기준 외국인 비율 가장 높은 안산시 다문화도시에서 상호문화도시로 변신 올해 7월까지 정책근거 마련 연구 진행 지난해 유럽평의회가 운영하는 ‘국제상호문화도시네트워크’에 정식 가입한 안산시. 사진: 안산시다문화가족...

  • HERI
  • 2021.04.14
  • 조회수 51

“녹색전환에 시민 목소리 담자”…시민단체들 손잡았다

9일 ‘P4G정상회의 대응 한국민간위’ 출범 환경·사회적경제 등 671개 시민단체 참여 정부-기업 중심 추진에 시민사회 포함 요구 “시민사회 포럼·교육·콘텐츠 개발 계획” 트위터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지난 9일 서울 중...

  • HERI
  • 2021.04.13
  • 조회수 61

“오세훈, 사회적 경제 정책 폐기…과거 개발방식 회귀 우려”

매니페스토본부, 서울시장 후보자 답변 공개 오 후보, 전 시장 공약 중 171개(74.7%) 폐기·수정 밝혀 주민자치·시민참여·사회적 경제 관련 정책 폐기 수순 시민사회 “‘정책의 연속성 중요’ 스스로의 말 지켜야” 비판 박영선 ...

  • HERI
  • 2021.04.05
  • 조회수 201

문재인 정부의 지난해 '사회적 경제' 정책 성적표는?

사회적 경제 정책 모니터링 결과 발표 사회적 경제인 53% “정부 정책 개선” “정부 정책 수요자 중심” 36.1% 그쳐 “관 주도 방식 벗어나 민관 협력 필요”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는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세이프넷지원센...

  • HERI
  • 2021.03.15
  • 조회수 637

“보호받지 못할 노동은 없다”…프리랜서에게 협동조합 울타리를!

‘일하는 사람들의 시민권’ 토론회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 82% “코로나19로 소득 감소 경험” 고용보험 가입은 23% 머물러 근로자 지위 없어 안전망서 제외 “노동자들이 스스로 협동조합 꾸려 자율적으로 일하고 수익 창출 노...

  • HERI
  • 2021.03.15
  • 조회수 454

건강·삶의 만족도는 향상됐지만, 기대했던 고용효과 제한적

기획특집/기본소득 사회실험 국외사례 ➋ 핀란드 2017년부터 2년간 실업자 대상 기본소득-기초실업보장급여 비교 실험 도중 다른 정책 등 영향 받아 공동체·경제 효과 확인도 어려워 핀란드는 2017년 초부터 2년 동안 기초실업보장...

  • HERI
  • 2021.03.11
  • 조회수 510

전교생 40명 시골 학교의 실험…매주 2천원씩 매점 화폐 지급

기획특집/기본소득 사회실험 국내사례 ➋ 충북 어린이기본소득 매주 2천원의 매점 화폐를 지급받는 충북 판동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기본소득은 생활의 한 부분이다. 매점에서 기본소득의 사용 내용을 기록하는 아이들. 강환욱 교사 ...

  • HERI
  • 2021.03.11
  • 조회수 477

‘농민수당’이 농업을 사람중심으로 바꾸는 정책이라면 ‘농촌기본소득’은 도시집중 막고 농촌 살릴 생존실험

기획특집/기본소득 사회실험 농민기본소득 연구자의 기대 보편적 소득지원 말고는 희망 없어 유럽, 농정예산 50~70% 직접 지원 박경철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이 농민기본소득 연구를 위해 2015년에 방문했던 충남 금산군의 한 마을이다...

  • admin
  • 2021.03.10
  • 조회수 457

실험대상-비교대상 최대한 유사해야 결과 신뢰줄 수 있어

기획특집/기본소득 사회실험 농촌기본소득 실험의 조건 핀란드 실험, 설계 과정에 아쉬움 경기도도 대상 선정 등 도전 많아 전 과정 검토할 단일 기획팀 필요 ‘외부 연구진’ 참여로 객관성 담보 자료사진" alt="농촌기본소득의 ...

  • admin
  • 2021.03.10
  • 조회수 425

청년수당이 시혜? 국가·공공·사회 느끼게 한 긍정적 경험

기획특집/기본소득 사회실험 국내사례 ① 서울 미취업자에 6개월간 50만원씩 구직활동 촉진·진로 지원 도와 ‘대부분 생활비로 써’ 비판에도 청년들 “미래 꿈꿀 안정성 경험” 청년수당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진 2016년 여름, 서울...

  • HERI
  • 2021.03.10
  • 조회수 395

“보편증세·재정개혁으로 재원 마련해야”

국회 기본소득 연구포럼’ 토론회 ‘전국민 월 50만원’ 시나리오 제안 ‘국회 기본소득 연구포럼’은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기본소득당 회의실에서 ‘기본소득과 결합한 조세·재정 개혁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한귀...

  • HERI
  • 2021.03.10
  • 조회수 171

“자본주의 위기 벗어나려면 ‘무노동 무임금’ 상식 벗어나야”

기획특집/기본소득 사회실험 국외사례 ① 인도 2011년부터 유니세프 등과 실험 “기본소득, 취약층에 효과 확인 아동건강·교육 눈에 띄게 개선 사회적 대화 통한 공감대 필요” 2011년 인도 마디아프라데시주에서는 약 18개월에 걸...

  • HERI
  • 2021.03.10
  • 조회수 221

“기본소득 통해 양극화 해소” “복지체계 재편·확대부터”

재원 등 기본소득 두고 논쟁 급물살 고용보험 확대 등 우선순위도 쟁점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 ‘정책’으로서 기본소득은 이미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기본소득당, 녹색당, 미래당, 여성의당 관계자들이 202...

  • HERI
  • 2021.03.10
  • 조회수 199

재난지원금 소비진작 확인…‘보편이냐, 선별이냐’ 단정 어려워

기획특집/기본소득 사회실험 재난지원금의 효과 1차지원 효과 두고 분석기관 편차 KDI “30% 수준 소비증가 있다” 경기도 “지급액 대비 1.85배” ‘보편-선별’ 떠나 기본소득 의제화 지난해 5월18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

  • HERI
  • 2021.03.10
  • 조회수 183

기본소득 vs 기본자산, 무엇이 불평등의 대안인가

기획특집/기본소득 사회실험 대담 l 무엇이 불평등의 대안인가 김두관 “기본자산, 청년들의 공정한 출발선 보장” 용혜인 “기본소득, 자산불평등 해소에 더 효과적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팬데믹을 선언한 지 12일로 만 1년...

  • admin
  • 2021.03.10
  • 조회수 208

“토지·공기처럼 ‘모두의 몫’ 나누자는 게 기본소득 정신”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 인터뷰 코로나 사태로 사회 과제 표면화 해결 방법으로 ‘기본소득’ 떠올라 최우선 과제는 불평등 해소 부동산 투기엔 국토보유세 기후위기 대응엔 탄소세 부과해야 1인당 10만원 지급 투기억...

  • admin
  • 2021.03.10
  • 조회수 164

경기도 하반기 농촌기본소득 실험

기획특집/기본소득 사회실험 실업자·빈곤층 등 특정 집단 아닌 특정 지역 모든 주민에 보편적 지급 다음달 지역·기간·금액 등 발표 농촌소멸 막기 위한 전향적 정책 대상 선정 갈등 최소화 과제 타 정책·복지급여 교통정리 등 ...

  • admin
  • 2021.03.10
  • 조회수 183

소멸·기후위기에 ‘겹시름’…“농민들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제2회 농촌기본소득 정책포럼 ‘기후위기 시대 농촌’ 주제로 열려 “농민들은 기후변화 직접 피해자 소득 안정돼야 생태적 전환 가능” 가족 단위 소농·여성 농민 등 정부 농업 지원 정책에서 소외 지원 기준 ‘개인’으로 전...

  • HERI
  • 2021.03.08
  • 조회수 196

제주서 사회적경제 정책워크숍…“지역 기반 기후위기 대응 필요”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정책워크숍’ 전국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네트워크 조직 한자리에 모여 기후위기 시대 사회적 경제의 공동 대응 방안 모색 17일 제주도 제주시 휘슬락호텔 스카이락홀에서 열린 ‘2021년 사회적경제활...

  • HERI
  • 2021.02.18
  • 조회수 4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