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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의원 주최 토론회에서 열띤 논쟁

불평등이 시대적 과제로 부상하면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는 의제가 기본소득제와 기본자산제다. 모든 개인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제와 인생의 특정 시점을 맞이한 이들에게 한번에 목돈을 주는 기본자산제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상적인 제도로 여겨졌지만, 어느덧 제도권 정치의 영역에서 논의되고 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더불어민주당 김두관·소병훈·허영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 공동 주최로 지난 28일 열린 토론회 ‘불평등 사회 대안과 쟁점: 기본소득 vs 기본자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의당은 2017년 대선과 2020년 총선에서 청년기초자산제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고, 김두관 의원은 기본자산론자를 자처하고 있다. 소병훈·허영·용혜인 의원은 21대 국회 내에 설립된 기본소득 연구포럼에 소속돼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 용혜인 의원실 제공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 용혜인 의원실 제공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에서 기본소득론자의 시각으로 기본자산제를 살펴본 서정희 군산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두 제도는 인간의 자유를 증대하고, 공통부(인류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자산)를 배당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전제했으나, 기본소득의 5가지 주요 요건 가운데 현금성, 개별성을 제외한 정기성, 보편성, 무조건성을 기본자산제가 충족하지 못하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여러 기본자산 방안 중에 구체적인 제도로 제안된 최초의 안은 미국의 알스톳과 액커만의 ‘사회적 지분급여'로 만 21살이 되는 모든 시민에게 4년간 매년 2만달러씩 총 8만 달러를 지급하는 안”이라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범죄 경력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 기본소득과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기본자산을 주장해온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는 “기본소득은 기본적 소비력을 보장하지만, 기본자산은 목돈을 제공해 인생을 설계한 대로 실행해볼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소득으론 설계한 대로 인생 계획을 실행할 힘을 주진 못하고, 오히려 자신이 처한 처지에 만족하도록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정치적 실현 가능성을 두고도 의견은 엇갈렸다. 김 교수는 “기본소득은 월 10만원씩만 지급해도 연 60조원이 들어간다. 기존 복지 체계, 조세 체계를 전면 개혁해야 하는데, 기본자산은 기존 체계를 그대로 둔 채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1인당 3천만원씩 지급하려면 연 16조원으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재원 규모가 작아 정치적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에 반박했다. 그는 “선별적 복지를 실시한 국가보다 보편적 복지를 한 국가의 재분배 효과가 컸다. 그 이유는 복지를 체험한 중산층이 증세에 동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적은 재원으로 일부에게 실시하는 정책보다, 상대적으로 큰 규모로 다수를 포괄하는 복지의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에 김 교수는 “한국인들은 필요보단 능력과 노력에 따른 분배를 압도적으로 선호한다. 2018년 한국리서치의 조사자료를 보면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보수의 차이가 클수록 좋다'는 입장이 66%인 반면, ‘적을수록 좋다'는 27%에 불과하다. 부양가족 수나 가정형편 등 필요에 따른 분배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비중이 적었다. 따라서 기본소득과 같은 탈노동적 분배가 시행될 때 상당한 저항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기본자산제의 단점으로 “한번 지급한 이후의 삶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를 공백으로 남겨두고 있다”고 지적한 반면, 김 교수는 이런 단점을 보완해 20년마다 모든 구성원에게 동일한 금액을 배당하는 ‘생애주기자본금'을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는 “두 제도를 결합시켜 궁극적으로 증세를 어렵게 하는 심리적 장벽을 넘어서는 방법을 고안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지난 총선에서 만 20살 청년에게 3천만원씩 지급하는 청년기초자산제를 공약한 정의당의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은 “기초자산제가 비용이 적게 드는 대신에 효과가 제한된다. 두 제도를 큰 규모로 모두 시행할 수 없다면 시작 단계에서 어떤 정책 조합을 만들어 경로 설계를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형중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philyoon23@gmail.com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812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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