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의 눈    시민경제 • 민생 이슈 현장 전문가 칼럼

[기고]
57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시민청원단
청와대에 ‘GMO 완전표시’ 국민청원

청와대, “물가 인상, 위화감 조성 등
종합적 고려해야”라며 공 다시 되넘겨 

GMO 표시 식품 찾을 수 없는 현실
“청와대 답변은 ‘짝퉁 표시제’일 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환경운동연합,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GMO 반대 전국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로 구성된 ‘GMO 완전 표시제 시민청원단'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GMO 완전 표시제 촉구 청와대 청원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환경운동연합,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GMO 반대 전국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로 구성된 ‘GMO 완전 표시제 시민청원단'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GMO 완전 표시제 촉구 청와대 청원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지난 8일 청와대는 5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GMO 완전표시제’ 시민청원단의 국민청원에 대해 답변을 내놓았다. 이 청원은 21만6886명의 동의를 얻었고, 특히 국내산 농산물, 친환경·유기농 축산물, 공정무역 등 환경과 사회적 가치가 높은 윤리적 시장을 확대해 온 생협 조합원들과 그 가족, 학교급식을 먹는 학생들이 많이 참여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청와대의 답변은 잘못됐다.

첫째, 새로운 게 없다. 사회적 협의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공을 다시 넘긴 것 말고는. 청와대 답변에서 사용하는 표현이나 논리는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식품기업협회의 주장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했던 내용이다. 2013년부터 식약처가 꾸린 ‘GMO 표시제도 검토 협의체’에서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전혀 개선하지 못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약 1년 전 대통령 선거에서 관련 내용을 현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에 담으려 힘을 모았고 이후 1년 동안 상황이 개선되길 기다렸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서 그 어느 부처도 이 사안을 다루지 않자 국민청원이라는 직접행동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의 답변은 이런 시민청원단의 요구와 열망에 박근혜 정부 시절의 식약처, 한국식품협회 등의 주장을 들어 대응한 셈이다. 마치 전화 돌려받기 하듯이. 이런 태도는 국민청원의 본래 취지와도 어긋난다.

청와대 답변에서는 “소비자(국민)의 알 권리도 중요하지만, 물가 인상, 계층간 위화감 조성, 통상 마찰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실제로 GMO 완전표시가 물가 인상, 위화감 조성, 통상 마찰로 이어진 사례가 있는지에 대한 팩트 체크도 없이 말이다. 게다가 이런 방식의 표현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이분법적인 선택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것이고, 보통 현상 유지를 지지하는 쪽으로 작동하기 마련이다. 국민의 알 권리는 시장에서의 소비자주권을 실현하고자 할 때 끊임없이 추구되어야 할 권리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그걸 국민의 편에서 해결하는 것이 유능한 정부의 몫이다. 청와대 답변은 시민청원단의 알 권리, (해롭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판단해서 회피할)선택권을 실무적인 사안 중 하나로 전락시켜버렸다. ‘사람이 먼저다’, ‘생명 안전이 먼저다’라는 대통령 국정운영 철학의의 기초를 우습게 만들어버리는 수준의 답변이다. 과연 생활 안전을 추구하면 물가 인상, 위화감 조성, 통상 마찰로 이어지는가? 양성 평등을 추구하면 생산성 저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가?

사실상 현행 표시제 두둔한 꼴

더 나아가 청와대의 답변은 위험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꼴이 됐다. 새롭게 연구하겠다고 했으면서도 답변 내용은 기존에 자주 언급하던 한쪽의 참고사항만 거론했을 뿐, 그 반대쪽 주장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 GMO 안전성에 관해서는 청와대 답변에서 언급된 것 이상으로 수많은 과학자들의 경고가 있다. 독일그린피스가 2015년 11월에 제작한 ‘20년 동안의 실패: GM 작물이 한 약속은 모두 실패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청와대 답변보다 훨씬 더 충실한 근거를 가지고 GMO의 파괴적인 영향력을 다루고 있다. 청와대 답변은 “(GMO 완전표시제가)GMO 제품에 대한 실질적 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사실상 시장에서 GMO 표시 식품을 찾을 수 없는 현행 표시제를 두둔한 셈이 돼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Non-GMO’ 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알 권리, 선택권을 위해 Non-GMO 표시를 확대하겠다는 입장 표명도 없다. 오히려 현행 표시제의 함정, 즉 비의도적인 혼입치 0%를 증명해야만 Non-GMO 표시를 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고수할 것 같은 방향을 제시했다. 시민청원단의 주장에 따르면, 이는 “짝퉁 표시제”다. 수입 GMO 대두, 옥수수의 비중이 90%를 넘고 교잡종이 방방곡곡에 퍼져 있는 대한민국 현실에서 0%이어야 한다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비의도적인 혼입치 설정’이라는 사회적 검증기준을 제쳐 놓고서 사회적 협의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청와대의 답변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자면 ‘짝퉁’이다. 유기 콩, 유기 옥수수 재배농가 입장에서는 GMO 종자를 심지도 않았는데 GMO 콩, 옥수수랑 다를 바 없이 취급받는다면 그 전파경로를 100% 차단하지 못한 정부에게 소송을 걸고 싶은 심정이지 않겠는가.

김형미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소장

한겨레에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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