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의 눈    시민경제 • 민생 이슈 현장 전문가 칼럼

등록 : 2014.09.02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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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I의 눈

지난 2월 일본 금융청은 ‘일본판 스튜어드십(청지기) 코드’인 ‘책임 있는 기관투자자의 원칙’을 발표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같이 자산을 수탁하고 운용하는 기관투자자에 대한 7개 원칙으로 2010년 영국 재무보고위원회에서 처음 발표하였다. 법적 강제성은 없으나 참여 기관들에 원칙을 준수해줄 것을 요청하고 만약 준수하지 못할 경우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한다. 영국과 일본 스튜어드십 코드의 주요 내용은 △자산 수탁자(청지기)로서 책임을 완수하기 위한 정책 공개 △이해상충에 대한 정책 공개 △투자 대상의 모니터링 △의결권에 대한 정책과 활동 내역 공개 △투자 대상에 대한 주주 관여 △활동 보고 등이다.

일본 금융기관들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규모인 일본공적연금펀드(GPIF)를 포함하여 6월 현재 127개 기관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밝혔다. 이로 인해 ‘말하지 않는 주주’로 불리던 보험사들도 ‘책임 있는 투자자’의 정책과 활동을 공개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기업이 고객이 되는 경우도 있기에 지분을 가지고 있어도 투자자로서 의견을 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형 생명보험사인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은 투자 기업의 이사회에 사외이사가 1명 이상 참여하는지 여부를 찬반 기준으로 삼는 등의 내용을 정책에 포함했다. 스미토모생명은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이 저조한 경우, 원칙적으로 연임 의안에 반대하는 내용 등의 정책을 공표했다. 다이이치생명보험은 올해 재임 기간이 12년이 넘는 감사 연임 의안에 반대 표결을 했는데, 장기간 동일인이 감사를 연임할 경우 이사회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본판 스튜어드십 코드 발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정책의 일환이며 이는 현 아베 정부가 추진하는 성장 전략이다. 아베 정부는 일본 기업이 보수적인 지배구조로 인해 상대적으로 기업가치가 저평가되어 있고, 해외 자금 유입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회사법 개정과 스튜어드십 코드, ‘기업 지배구조 원칙’과 같은 규범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올 6월 개정된 일본 회사법에서는 상장사가 사외이사를 두지 않는 경우, 그 이유를 주주총회에서 공개해야 한다. 아베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상장사의 사외이사 선임 의무화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스튜어드십 코드와 함께 기업들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일본은 스튜어드십 코드로 투자자라는 기업의 강력한 이해관계자가 견제 및 협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법과 함께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기관투자자들의 주주권 행사가 드물고 오히려 경영 간섭으로 오해받는 국내 현실에서, 일본의 이러한 흐름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y.y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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