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의 눈    시민경제 • 민생 이슈 현장 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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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마을닷살림 제공

HERI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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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영국과 한국의 사회적 경제 지원기관 활동가들이 만났을 때(<한겨레> 7월30일치 29면) 양국의 차이를 하나 확인할 수 있었다. 영국 언리미티드(UnLtd) 클리프 프라이어 대표가 소개한 사회적 기업가 양성 과정 4단계 중 2~4단계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단계는 청년들이 갖고 있는 아이디어를 실제 시장에서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3단계는 검증한 아이디어를 직업으로 삼게 한다. 4단계는 개인을 넘어 팀으로 창업하게 한다.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씨즈, 신나는조합 등 참석한 한국의 사회적 경제 지원기관 담당자들도 비슷한 순서로 청년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하고 있다.

하지만 1단계는 한국의 기관들한테 낯설었다. 바로 11~16살 청소년들에게 사회적 경제를 경험시키는 것이다. 체험을 통해 사회적 경제를 이해하고 자신의 삶에서 새로운 발상을 하도록 유도한다고 했다. 삶에 대한 고민이 가장 왕성한 이 시기에 사회적 경제까지 인식의 폭을 넓혀야 성인이 되어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흔히 협동의 경제, 연대의 경제, 호혜의 경제라고 한다. 무한경쟁과 약육강식의 세계에 내몰린 한국의 청소년들이 성인이 된 뒤 사회적 경제를 혼란 없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심지어 20년 넘게 한국의 협동조합을 주도해온 기업가들조차 “가장 어려운 게 ‘협동’이었다”고 고백할 정도니 말이다. 이제 사회적 경제를 청소년기부터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다행히 작지만 소중한 움직임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서울 도봉구 사회적경제지원단은 지난해 초부터 지역 청소년들을 위해 ‘사회적 경제 직업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공개모집을 통해 사회적 기업과 마을기업을 중심으로 5~10명 규모로 해오다 지난달 10일에는 북서울중학교와 연계해 사회적 경제 직업체험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모두 34명의 학생이 8곳의 사회적 경제 조직과 협력기관에서 직업을 체험했다. 청소년에게 컴퓨터와 미술을 함께 가르치는 ‘뜻아트’에서는 그래픽 디자이너를, 서울형 사회적기업인 ‘아이핸즈온사업단’에서는 웹디자이너를 체험했다. ‘텐피플’에서는 학생들이 관심이 많은 게임디렉터를 직접 체험할 수 있어 호응이 컸다고 한다. ‘북서울신협’에서는 금융업무를 체험했는데, 이번 체험을 계기로 북서울중학교는 북서울신협에 경제·진로교육을 요청할 계획이다.

올해 초부터 서울 동작구 국사봉중학교 학생들에게 ‘에너지 매니지먼트’ 수업(사진)을 가르치고 있는 성대골 마을기업 ‘마을닷살림’은 학생들과 함께 에너지 동아리까지 만들었다. 흥미를 느낀 학생들에게 지역 상가와 가정을 상대로 에너지 진단과 컨설팅을 하는 ‘에너지 관리사’실습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각 반에서 두세명씩 지원받아 모인 20여명의 학생들은 6월부터 매주 목요일 방과후에 평소 오가던 친구의 집을 방문해 에너지 소비 실태를 점검하고 수업에서 배운 관리 방법을 적용했다. 10주동안 실습 활동을 마친 학생들은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마을과 지역경제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제 이들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학교 양지바른 곳에 콘테이너를 설치해 저에너지 하우스로 개조하는 것이다. 생태건축·전통구들 등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직접 적용해볼 계획이다. 그 곳에 전교생의 염원인 매점 겸 카페를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해보자는 논의도 하고 있다.

이런 소중한 기회가 전국의 학교로 확대돼 경쟁의 비정함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고, 협동·연대·호혜의 원칙이 경제에서도 예외가 아님을 확인한 아이들이 세상을 바꿀 사회적 기업가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글 원낙연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사진 마을닷살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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